왕성한 성생활이 건강을 해친다고?
[김원회의 性인류학] 성과 재활
언제부턴가 사람들은 성을 통해 건강을 잃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특히 남자가 사정을 하면 몸의 기가 빠져나간다고 그래서 수명이 단축될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아직도 있다.
‘소녀경’에 나오는 말도 안 되는 얘기를 보자.
‘남자가 한번 사정을 참으면 기가 강해지고, 두 번 사정을 안 하면 청력과 시력이 향상되며, 세 번째는 병이 낫게 되고, 네 번째는 마음이 평안해 진다. 다섯 번째는 혈액순환이 좋아지고, 여섯 번째는 다리의 힘이 강해지며, 일곱 번째는 둔부와 대퇴부가 튼튼해지고, 여덟 번째는 젊음이 회생하며, 아홉 번째는 장수하게 되고, 열 번째 사정을 참으면 영생을 얻게 된다.’
우리 조상들은 내외가 안채와 사랑채로 나누어 살았고 일본인들은 같은 방을 써도 이부자리는 꼭 따로 했는데, 이 모두 남자의 건강을 염려해서 그랬을 가능성이 많다.
분명히 말하지만 성생활은 우리의 수명을 단축시키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연장시킨다. 그리고 이것은 몸에 장애나 병이 있는 사람에게도 마찬가지다. 활달한 성, 건강한 성을 유지하는데 가장 중요한 것은 좋은 육체와 정신의 건강이다. 신체에 병이 있으면 성감이나 성에 대한 흥미는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떨어지게 마련이다. 그렇다고 성적 취약자로 분류되는 노인, 만성 질환자 및 장애인들이 성을 가질 수 없는 것은 결코 아니다.
루게릭 병으로 거의 온 신경이 마비된 채 손가락 두 개만 움직이던 세계적 아니 세기적 물리학자인 영국의 스티븐 호킹 박사가 조강지처를 버리고 자기를 간호하던 여인과 재혼하여 행복한 성생활을 누린 것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오늘날 대부분의 의사들은 과거에는 성교를 못하도록 금지하던 환자들에 대해서도 많이 태도를 달리하고 있다. 심장질환을 예로 들어본다. 전에는 심장병 환자는 무조건 섹스를 포기하도록 종용했었지만, 지금은 회복기에 오히려 재활요법의 일환으로 성을 장려하는 의사들이 많다. 관절염이나 요통 또는 호흡기 질환 같은 것들은 실제로 성행동이 불편하거나 어려운 경우도 있지만 이때에도 증상의 악화나 호흡곤란이 없이 성생활 할 수 있는 방법들이 있다.
이렇게 질병 때문에 운동성의 심한 제한을 받는 사람들을 위한 방법들이 연구돼 적당한 체위 등 질병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방법들이 많이 알려져 있으므로 자문이 필요할 때는 서슴지 말고 전문가에게 물어볼 일이다.
의학적으로 심장병이 있는 남자는 여성을 위로 보내고, 허리가 아프면 옆에서 해야 한다는 어떤 원칙 같은 것은 없다. 그저 ‘몸이 요구하는 대로 하면 된다(Listen to what your body tells you)’는 말이 오히려 이치에 맞다.
그림은 중국의 성교육 교재 소녀경의 표지인데 장수(長壽)를 얘기하고 있다. 소녀경의 한자가 소녀(少女)가 아닌 소녀(素女, 보통여자)임에 유의하시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