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한국인은 성을 수치 또는 의무로만 느낄까?

[김원회의 性인류학] 성의 본질과 행복

(사진=pixabay)


성(性)은 그저 상상만으로도 할 수 있는 거고, 심지어는 내가 남자임을 느끼는 것, 여자임을 느끼는 것 또한 훌륭한 성이다. 그리고 성은 둘이 하는 것 같아도, 기실 각자가 자기의 것을 하는 것이기도 하다.

 

성인이 되어서도 성을 뭐 대단하고 특별한 것처럼 생각하면 곤란하다. 승강기 안에서 몸만 스쳐도 수치심을 느낀다면 성적으로 행복하게 살기는 어렵다. 성 표현이 꼭 성교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지만, 어떤 형태로든지 이른바 성적 표현은 지구상에서 하루에 6억 건 이상 이루어진다고 하니 매우 흔한 일이다.

 

많은 사람들이 성을 삶의 어떤 목적처럼 잘못 생각하다가 불행해 지기도 한다. 성은 인간관계에서 목적이 아니라 도구이다. 이 도구를 잘 사용하느냐, 또는 잘못 사용하느냐가 행불행의 관건이 된다. 결혼한 부부 사이에서마저 이게 좋은 도구인지를 잘 모르고 사는 경우를 보면 안타깝기 까지 하다. 제한된 청춘, 아니 인생에서 이보다 아까울 일이 또 있겠는가?

 

흔히들 남자는 육체적 욕망을 위해서, 그리고 여자는 친밀감을 위해서 성 표현을 한다고들 하지만 천만의 말씀이다. 남자에게 성은 자기가 남자임을 증명하는 행위, 그것도 남보다 나아야 한다고 느끼는 열등감이 감추어져 있는 행위이며, 육체가 느끼는 감각은 오히려 부수적인 것이다. 남자의 성이 권력이며, 강제이며, 폭력처럼 보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성감은 신경, 근육, 혈관, 뇌 등이 거미줄처럼, 아니 오케스트라처럼 서로 도움작용을 해서 얻어지는 것인데, 강한 삽입을 위해 조화의 변형이 불가피한 음경보형물수술을 받는 남자도 있음을 생각하면 이해가 쉬워질 수도 있다. 따라서 아내는 무엇보다도 남편의 즐거움을 위하여 그에게 성취감을 느끼게 해주는 것이 중요하다. 거짓으로라도 그를 칭찬해 줄 일이다.

 

여자는 자신이 남자를 위해서, 사랑을 위해서 성을 제공(?)한다는 착각에 빠져 있는 경우가 많다. 역사가, 문화가, 사회가 그렇게 조건화시켜놔서 그렇지 기실 여자에게 있어서도 생식본능을 제외하면 성의 목적은 쾌(快)이다. 따라서 지난번의 성이 즐겁지 않았거나 괴로웠다면 이를 반복하기를 망설이게 되고 싫어하게 된다. 반대로 좋았으면 하고 싶어지는 것이다. 무릇 남자에게는 여자를 부드럽게, 안 아프게, 즐겁게 해주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여자의 오르가슴은 거의 여자의 몫이므로 너무 책임감을 느끼지 않아도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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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적 즐거움’이라는 것은 성행동에 따른 보상과 손실에 의한 전체적 감정에 의하여 평가돼야 하므로 우선 대부분의 경우, 낙(樂)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별로 투자한 것도 없으면서 불평을 하지 마시기 바란다.

 

육체적 즐거움, 오르가슴, 좋았던 성 중 하나만 얻어도 대체로 큰 성공이다. 좋았던 성이란 내가 원하는 바와 파트너에게 주고 싶은 바를 이루었을 때의 행복감을 기초로 하는 것으로 예를 들어 옛날 궁녀가 처음으로 왕과 하룻밤을 지냈다면 아무리 괴롭고 아팠어도 그 것은 ‘좋은 성’이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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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산의대 정년퇴임 후 서울여대 치료전문대학원 객원교수로 10년간 ‘성학’을 강의했다. 아태폐경학회연합회(APMF), 한국성문화회, 대한성학회 등의 초대회장을 지냈으며, 국제심신산부인과학회(ISPOG) 집행위원, 대한폐경학회 회장, 대한심신산부인과학회 회장 및 세계성학회(WAS) 국제학술위원 등을 역임했다. 현재 부산대학교 명예교수이다. <단기고사는 말한다>, <사춘기의 성>, <성학>, <섹스카운슬링 포 레이디>, <시니어를 위한 Good Sex 오디세이> 등 다수의 저작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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