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성숙에 대한 오해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랑의 정의와 분류는 고대 그리스시대 이래 계속되었으며, 현재는 부모 자식 간의 사랑, 애완동물에 대해서나 친구 간에 느끼는 것과 같은 단순한 사랑(simple love)과 나와 성관계가 가능한 사람과 나누는 사랑 즉 복잡한 사랑(difficult kind)의 둘로 나누는 경향이 있다(Fromm, 1956).

 

복잡한 사랑은 단계적으로 보아 다시 낭만적 사랑(romantic love)과 동반자적 사랑(companionship love)으로 나누어지는데 전자는 탐색기에 속하는 사랑으로 대체로 상대에 대한 체험에 몰두하게 되므로 정열적이고 육체적인 경향을 보여, 상대의 과오가 잘 보이지 않으며, 갈등은 서로 최대한 피하게 되고, 따라서 생각에 합리성도 결여되어 있다. 그러나 두 사람이 미래를 같이 할 동반자가 되었다고 생각하고 더 이상 연구의 대상이 아니라고 판단되면, 비로소 상대가 제대로 보이며 훨씬 현실적으로 바뀌게 된다. 이때쯤 되면 대개 2-3년 후로 상대에게 매료되도록 뇌척수 액에 분비되던 여러 가지 화학물질에 대한 항체도 생기면서 외형적으로 사랑의 형태에 변화가 오게 된다(Masters, et al., 1995).

 

이 경우 많은 사람들은 사랑이 식었다든지, 권태기가 왔다고 생각하지만 이는 사랑의 발전과정을 모르는 소치이다. 사랑도 형성만 되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고 유지되고 더 나아가서는 발전(differentiation)이 되어야 하는데 이는 사랑의 관계가 지속되면서 질적으로 성숙된 형태라고 보는 것이 옳다. 발전된 관계가 갈등과 다른 것은 이 경우에는 성적 욕구불만이나 성욕감퇴 또는 친밀감의 소실 같은 것이 없다는 것이다(Sternberg, 1986).

 

그러나 낭만적인 사랑이 지난 뒤 상대의 불완전성이 보이기 시작할 때 이에 실망하며 후회를 하게 되는 경우도 많으며, 이때 1) 현실이 드러나고, 2) 권태와 짜증, 3) 당황과 혼돈, 4) 질투, 5) 상대를 시험하게 되는 갈등이 생기기도 하는데, 서로의 관계를 유지하면서 문제를 해결하거나 그대로 한동안 지속되거나 또는 헤어지게 되기도 한다. 이때 남녀 사이의 갈등은 자신이 문제 해결을 못하여 일어나는 현상이므로 다른 사람과 결혼했더라도 마찬가지일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알려주는 것은 중요하다.

 

성숙된 인간이 갖는 세 가지 기본적인 내용, 즉 1) 타인과의 교류 능력, 2) 자기조절, 3) 결정 능력을 얻는데 가장 좋은 도구가 결혼이라는 설이 잘 받아들여지는 것은 그만큼 결혼생활을 잘한다는 것이 쉽지 않음을 말해 준다고 하겠다.

 

원래 남자와 여자의 성차를 진화적 측면에서 보면 이해하기가 쉬운데 오랜 세월 그 역할을 달리한 두 개의 다른 성, 즉 사냥꾼이 된 남자와 살림꾼이 된 여자가 쉽게 모든 일에 합의를 이룰 수 없도록 '종만 같을 뿐 다른 동물'이라고까지 표현되고 있음을 이해하는 것이 필요하다. 각각 성내선택과 성간선택을 위한 진화를 수백만 년의 세월 동안 계속했음을 이해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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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산의대 정년퇴임 후 서울여대 치료전문대학원 객원교수로 10년간 ‘성학’을 강의했다. 아태폐경학회연합회(APMF), 한국성문화회, 대한성학회 등의 초대회장을 지냈으며, 국제심신산부인과학회(ISPOG) 집행위원, 대한폐경학회 회장, 대한심신산부인과학회 회장 및 세계성학회(WAS) 국제학술위원 등을 역임했다. 현재 부산대학교 명예교수이다. <단기고사는 말한다>, <사춘기의 성>, <성학>, <섹스카운슬링 포 레이디>, <시니어를 위한 Good Sex 오디세이> 등 다수의 저작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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