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적 친밀감
아주 가깝고 친한 사이에 오가는 느낌을 친밀감이라 한다면 당신은 성적 친밀감(sexual intimacy)을 어떻게 정의할 것인가? 물론 둘의 의미가 좀 다를 것을 예견하기는 어렵지 않다. 사랑의 삼각형을 그린 스턴버크는 친밀감은 상호이해, 결속, 아낌없이 주는 마음, 상대방을 내 몸처럼 생각하는 가치관 같은 것이며, 정열은 육체적인 매력, 성적관계, 로맨스 같은 것이고 이성적인 부분은 관계를 설정하는 결정력으로 예를 들면 '이 여자가 조강지처로 그 동안 나와 시집식구들을 위하여 얼마나 애를 썼는지'를 생각해 보는 것 같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그는 친밀감, 정열, 이성이 마치 정삼각형처럼 균형을 이루어야 한다고 했는데 나는 다르게 생각한다.
정열이나 이성은 생물학적으로 또는 아니 필요에 따라서 어렵잖게 마련될 수 있는 것이지만 친밀감은 아니지 않은가? 라틴어의 ‘intimus’에서 나온 이 말은 ‘가장 내면에 또는 가장 깊은 곳에’라는 뜻이다. 자기의 마지막 비밀마저 보여줄 수 있는지는 몰라도 적어도 두 사람이 매우 자유롭게 자신의 감정이나, 생각 또는 행동을 나눌 수 있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아마 더 이상 가까울 수 없을 만큼 가까워진 상태이다.
그렇다면 성적 친밀감은 뭐일까? 두 남녀가 서로 애무를 주고받으면서 느끼는 감정을 생각해 보자. 오다가다 만나 캐주얼 섹스의 일환일 경우와 사랑하는 남편/아내나 애인과의 관계일 경우가 어떻게 다를 가를 생각해보면 쉽게 답이 나온다. 친밀감이 꼭 이성간에만 형성되는 것은 아니지만 거의 그렇다고 생각해도 틀리지 않다. 친밀감의 형성은 대체로 다섯 단계를 거치면서 완성된다고도 하는데 즉 정신적인 친밀감으로부터 시작해서, 지적, 애정의 친밀감, 그리고 육체적인 것을 거쳐 성적 친밀감이 그것인데 성적 친밀감이야말로 친밀감중의 백미라고 할 수 있다.
친밀감의 표현은 1) 상대를 염려해주고 걱정해 주며, 2) 상대를 믿어 주고, 3) 기쁠 때나 슬플 때나 모든 것을 수용해 주며, 4) 정직해야 하지만 선의를 위해서는 약간의 거짓말도 하며, 5) 상대의 생각이나 감정을 이해할 수 있게 되고, 6) 자기의 애정을 꼭 표시하는 것으로 말로는 물론 행동으로도 하여 꽉 껴안거나 손을 잡기도 하게 된다.
부부사이의 관계에서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이 없으므로 결혼 전부터 이 친밀감을 우선 만들어야 함은 물론 이를 잘 유지할 뿐 아니라 계속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 그런데 서로가 생각하고 원하는 친밀감이 다를 때가 있어 문제가 되기도 한다. 한쪽은 정신적 신체적으로 완전히 밀착되는 관계를 바라는데 상대는 점잖아서 완전한 속내는 들어 내지 않으려고 하는 경우가 그 좋은 예일 것이다. 이런 차이는 그들의 성장과정이 각각 다른 데에 기인되기도 하지만 여하튼 친밀감 발전 과정에서 친밀감에 대한 가치관을 서로 비슷하게 만듦으로서 해결할 수 있다.
결혼 전에는 대부분 로맨틱한 사랑을 하게 되어 상대의 결점이 잘 보이지 않으며 갈등도 별로 없고 생각하는 것이 없는 좀은 비이성적인 경우가 많지만 일단 반려자로 결정이 되면 느끼는 애정은 좀 더 현실적으로 바뀌며 상대를 이성적으로 보게 되는 데 이는 예전의 사랑이 식어서가 아니라 친밀감이나 사랑이 더 성숙되었기 때문이며 대부분의 부부가 그렇게 되게 마련이다. 이를 ‘정열적인 사랑으로부터 반려자적인 사랑으로의 전환’이라고 하는데 이런 성숙된 관계가 있어야 백년해로가 가능한 것이므로 두 말없이 받아들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