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혹의 진화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동물의 세계에서 보면 대부분 수컷들이 인간으로 치면 성폭행의 형태로 암컷들과 교미를 한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그렇게 막무가내이던 암컷도 막상 상대를 선택하고 나면 이상할 정도로 허리를 젖히거나 다리를 벌리는 등의 행동으로 수컷을 유혹하며 받아들인다. 동물들이야 순전히 생식을 목적으로만 어쩌다 한 번씩 교미를 한다지만, 임신 중에마저도 서슴지 않는 사람들은 어떻게 허구한 날 성교에 응하고 있는지 이상할 정도다. 아무리 결혼한 부부 사이라도 원칙대로라면 매번 유혹하고 동의를 얻어야 하는데도 그렇다.

 

진화 성학자들에 의하면 인간은 직립을 하면서 골반이 젖혀지고 아기의 뇌가 세 배나 커지는 바람에 결국 조산하는 방향으로 적응 아니 진화되었다고 한다. 22개월 만에 나와야 할 아기가 9개월 만에 나오니 다른 동물들과 달리 갓 태어났을 때는 일어서지 조차 못하므로 어미는 자식을 살리기 위해서라도 꼭 도우미가 필요했고 그게 남자였다. 마침 남자들은 성적 요구만 잘 응해주면 기꺼이 원하는 대로 해주었으니 둘의 이해가 맞아떨어졌다. 물론 성을 거부하면 남자는 떠났을 것이다. 자기가 아기의 아비라는 확신조차 없으니 더 그랬을 것이다.

 

이 시절 여자가 남자를 곁에 붙들어 두는데 필요한 것이라고는 그저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것 그것뿐이었다. 남자들에 비해서 참 쉬웠을 것이다. 그렇게 그들은 유혹을 그리고 남자들이 뭘 원하는지를 배우면서 멋진 살림꾼이 되었으며, 그리고 이런 유전자는 그 후 수십 만 년 동안 발전하며 이어져 오고 있다. 최소한 20세기까지는...

 

물론 여자들의 몸 또한 남자를 유혹하기에 좋도록 바뀌어 갔다. 현대 여성들의 몸은 이렇게 수십만 년을 성간 선택을 위하여 진화된 거의 완벽한 것이리라 생각한다. 흠잡을 데가 없을 것이다. 파트너를 고를 때 미모를 앞세우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후천적 가치에 의하여 형성된 것이므로 옳을 수가 없다. 동양 최고의 미인이었던 양귀비가 현종의 애첩이 될 때 몸무게가 75킬로였음을 생각한다. 따라서 남자고 여자고 이성을 볼 때는 그때 기준의 미모가 아니라 그가 혹은 그녀가 갖고 있는 성적 매력을 보아야 한다.

 

그렇다면 남자는 무엇으로 유혹을 하나? 어떻게 유혹을 하기에 여자로 하여금 소위 ‘단기적 이성에 의한 동의’를 얻게 되는가? 얘기가 길어져 다음으로 미루지만 ‘아담이 아랫도리를 가리기 시작했을 때, 유혹의 무기는 이미 아이콘택트, 속삭임 그리고 손가락으로 바뀌었다’고 주장한 어느 성학자의 주장이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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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산의대 정년퇴임 후 서울여대 치료전문대학원 객원교수로 10년간 ‘성학’을 강의했다. 아태폐경학회연합회(APMF), 한국성문화회, 대한성학회 등의 초대회장을 지냈으며, 국제심신산부인과학회(ISPOG) 집행위원, 대한폐경학회 회장, 대한심신산부인과학회 회장 및 세계성학회(WAS) 국제학술위원 등을 역임했다. 현재 부산대학교 명예교수이다. <단기고사는 말한다>, <사춘기의 성>, <성학>, <섹스카운슬링 포 레이디>, <시니어를 위한 Good Sex 오디세이> 등 다수의 저작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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