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성사(性史)’가 있다
-그 때 율법 학자들과 바리사이파 사람들이 간음하다 잡힌 여자를 데리고 와서 ‘선생님, 이 여자가 간음하다가 잡혔습니다. 이런 여자는 돌로 쳐 죽이라고 하였는데, 어떻게 할까요?’ 하고 물었다. 예수께서는 ‘너희 중에 누구든지 죄 없는 사람이 먼저 저 여자를 돌로 쳐라’ 그러자 그들은 나이 많은 사람부터 하나씩 가버리고 마침내 여자만 남아 있었다.-
요한복음 7장에 나오는 유명한 얘기지요.
헌데 놀라운 것은 2천 년이 훨씬 지난 오늘날 동방의 한 문명국가에서 서슴지 않고 남에게 돌팔매질을 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사실입니다. 그래도 이런 ‘내로남불’ 족은 애교가 있다고 하겠습니다. 젠더를 기초로 해서 배제와 차별을 일어나게 하는 사회적 문화적 요인이 무엇인지를 이해하는 능력이 있음을 긍정하여 중요한 판단의 기준으로 삼는다는 게 꼭 틀렸다고는 할 수 없지만, 그것이 인간의 성과 관련된 명제라면 사회 문화에 앞서 생물적 심리적 쌍방적 요인 아니 반응을 빼놓아서는 안 되지요. 표현에 미치는 영향에 있어 비교도 안 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요즈음 ‘성인지 감수성’이란 어려운 말을 쓰기에 나도 좀 복잡하게 썼습니다.
몇 년 전 ‘한국성사’라는 책을 써서 출판한 일이 있습니다. 아무도 우리나라의 성 역사를 쓴 사람이 없었기 때문에 역사학자는 아니지만 기초자료로 삼으라고 쓴 책이었습니다. 그런데 ‘성사’ 즉 성의 역사는 모든 인간들이 자기의 것들을 갖고 있게 마련입니다. 어려서부터 사춘기를 거쳐 어른이 되는 과정에서 겪었던 숫한 욕망, 환상, 표현, 행위 등을 비롯하여 성인이 된 후 자기의 모든 성 관련 욕구, 환상, 행동들이 역사가 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사람에 따라 다르겠지만 아마 책을 몇 권을 써도 모자랄 경우들도 적지 않을 것입니다. 그러면서도 혹시 손에 돌을 들고 계시지는 않습니까?
1926년 중국 북경대 교수인 장경생이 인간 개인의 성사들을 모아 쓴 ‘성사’라는 책은 오래전 우리나라에서도 번역 출판된 적이 있습니다. 아마 절판되었을 가능성이 많지만 적어도 이런 장르가 있다는 것을 아는 것만으로도 한번쯤 자신의 성의 역사를 돌아볼 기회가 되지 않을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