밸런타인 데이의 유래
2월 14일 밸런타인데이의 유래에 관한 얘기는 열 가지가 넘는다. 고대 로마에서는 매년 2월 13-15일에 봄을 환영하며(立春大吉), 개나 양의 가죽으로 만든 채찍으로 여인을 때리는 의식이 있었는데, 이렇게 하면 여자들이 쉽게 임신할 수 있다고 믿었다고 한다. 학설 중 가장 오래된 거다.
그 후 3세기 로마제국의 밸런타인이라는 신부가 어느 젊은 남녀를 황제의 허락 없이 결혼시켜 준 것이 화근이 되어 화형을 당했고 이 날을 기념하여 만들었다지만, 그때가 기원 270년으로 엄격한 가톨릭 박해시대였던 것을 생각하면 좀 이상하다. 오히려 콘스탄틴 대제의 밀라노 칙령 이후인 469년 겔라시우스 교황이 배교를 거절했다는 이유로 순교한 밸런타인 신부를 기리기 위해 정한 날이라는 게 더 맞을 수도 있다. 최초로 카드를 보낸 사람은 영국의 찰스 공작으로 그가 런던탑에 감금되어 있던 1415년 어느 간수의 16살 된 딸에게 보낸 것이라고도 하고, 1667년 2월 14일 사무엘 페피스라는 남자가 자신의 아내로부터 금박으로 쓴 사랑의 카드를 받은 것이라고도 한다.
여하튼 이 날은 여자가 좋아하는 남자에게 먼저 사랑을 고백해도 되는 날이다. 또 여자가 남자에게 초콜릿을 주는 풍습이 있는데, 그 게 언제부터인지는 서양에서도 확실치 않다. 다만 콜럼버스의 아메리카 대륙 발견 이후에야 카카오가 유럽에 들어오므로 그 이전일 수는 없다.
카사노바가 여자를 유혹할 때 많이 주었다는 초콜릿은 일찍부터 정력과 사랑의 미약으로 알려져 왔다. 그런데 근래 초콜릿에 뇌신경전달물질 중의 하나인 페닐에틸아민이 다량 함유된 것을 알게 되면서 역시 경험도 훌륭한 과학임을 다시 실감하게 한다. 페닐에틸아민은 연애를 하면 뇌에서 많이 분비되며, 암페타민과 흡사한 구조를 갖고 있고 혈압과 혈당을 약간 올리기도 하지만 정신력이 집중되고 인간에게 쾌감과 만족감을 느끼게 하는 물질이다. 또 뇌로 하여금 아편과 유사한 엔도르핀을 분비하게 하여 아픔을 줄이며 즐거운 마음을 갖게 하기도 한다. 또 사랑에 매달리려 하고 상대를 소유하려는 등의 욕구가 생기기도 하여 ‘사랑의 약물’이라도 한다. 애인이 없으면 자기가 혼자 사서라도 먹으면 좋을 것이다. 밀크, 땅콩이나 위스키 같은 다른 성분이 덜 함유된 소위 ‘다크 초콜릿’이 더 좋을 것은 물론이다.
일본의 여성들은 그것이 사랑하는 남자에게 주어질 때 ‘의리의 초콜릿’이라고도 한다니 약간 어리둥절하기까지 하다. 자진해서 정절을 지키겠다는 의미를 담고 있는지 또는 그러고 싶다는 의지의 표현인지 잘 모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