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탉은 어쩌다 바람둥이의 상징이 되었을까?
미국의 제 30대 대통령 존 캘빈 쿨리지(1923~1929)의 영부인은 남편과 농장 시찰 중에 수탉이 계속 암탉과 교미를 하는 것을 보고 보좌관에게 이 사실을 대통령에게 얘기해 달라고 했지요. 이 말을 들은 대통령은 “그 수탉이 한 암탉과 그러는가”라고 물었고 보좌관은 “그게 아니고 매번 다른 암탉과 한다”고 했습니다. 그 후부터 동물 수컷들이 상대가 바뀔수록 더 힘을 내는 현상을 ‘쿨리지 효과’라고 합니다.
조선조 숙종 때의 이익의 <성호사설(星湖僿說, 1740)> 중의 ‘색욕(色慾)’ 부분 말미에 ‘가축 중에 닭이 가장 음란한 짓을 많이 하는 것 같다. 한데 그 죄는 수탉에 있고 암탉에 있지 않다. 오직 사람만은 남자와 여자가 어울려 싸다니며 밤이야 낮이야 가리지를 않으니, 금수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이다’라고 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동서 모두에서 수탉은 바람둥이 취급을 받지요. 그런데 닭은 생식기가 따로 없고 더구나 삽입할 페니스는 꿈도 못 꾸는 동물입니다. 수컷은 교미 때 그저 우리네 대소변 하듯 정액을 암컷의 배설강(cloaca, 항문인 셈)에 찔끔 쌀 뿐입니다. 조류와 일부 양서류, 파충류들은 이렇게 배설강만 있을 뿐이지요.
그러면 이들 수컷들 특히 수탉은 무슨 즐거움이 있어서 그렇게 교미를 좋아할까요? 그들에게도 오르가슴이 있을까요? 이견이 분분하지만 없을 것이라는 게 중론입니다. 본능이라고 쉽게 예기하지만 이들은 이 때문에 목숨을 걸기도 합니다. 세계적으로 비교성학(comparative sexology)을 연구하는 사람이 거의 없습니다. 아마 답이 나오려면 한참 더 기다려야 할 것 같습니다.
어쩌면 수탉의 성욕은 권력욕에서 나오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있습니다. 다른 수탉에게는 자기가 최고의 강자임을 보여주고 암탉들에게는 자기의 새끼를 낳으라는 암시를 주는 것이지요. 어떤 논문을 보면 암탉의 배설강은 나선형으로 되어 있어 마음에 들지 않는 수컷이 사정을 했을 때는 배설해 버릴 수 있다고도 합니다.
얘기가 길어져서 줄이지만 기실 인간 남자도 대부분 성의 목적이 ‘권력’입니다. 이 부분은 다음 기회에 또 쓰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