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로몬의 힘
남자고 여자고 열 명 중의 한 명 정도는 이상할 정도로 성적 매력을 더 풍깁니다. 특별히 잘 생긴 것도 아니고 지성적이지 못해도 그렇습니다. 이 수수께끼 같은 사실은 지난 수백 년 간의 의문이었는데, 지금은 거의 인간의 페로몬(pheromone) 때문이라고 결론하고 있습니다. 페로몬은 뇌에 의식체로 인지되지는 않지만 상대편의 행동에 영향을 미치는 화학 물질이지요.
호르몬이라는 것이 필요에 따라 일정 부위에서 생겨 피를 통해 필요한 다른 부위로 가는 물질이고 우리가 이를 내분비(內分泌)라고 하는 것은 다 아실 겁니다. 그런데 어떤 화학물질이 피부를 통해 몸 밖으로 발산되어 어떤 목적을 달성하려는 외분비(外分泌)에 대해서는 별로 알지 못합니다. 오히려 인공으로 만든 로션이나 향수들로 포장을 해서 이런 천연의 묘한 발산물질을 억제하고 있는 형편이지요.
페로몬은 우리 몸 특히 코를 통해 냄새의 형태로 뇌로 인지되는 건데 실제로는 냄새가 나지 않습니다. 그러나 이건 우리네 오감의 범위가 너무 좁기 때문일 뿐 냄새가 없는 것이 아닙니다. 인간의 귀는 16~20,000 헤르츠의 소리 밖의 못 듣는데, 지금 수 백만 수 천만 헤르츠의 초음파를 과학에서 응용하고 있는 사실이나 개의 후각이 인간의 200배가 넘는다는 사실에서 힌트를 얻으셨으면 합니다. 같은 인간 중에서는 여자가 남자보다 냄새를 더 잘 맡으며 배란 중에 그리고 임신하면 훨씬 더 잘 맡게 됩니다. 왜 그럴까 생각해 보세요.
실제로 인간의 외분비선 물질은 대부분 땀샘이나 큰 땀샘을 통해 나가게 되고 털, 소변 등 일부 배설물을 통해서도 나갑니다. 이성의 매력은 이런 땀입니다. 그런데 이 땀이 밖으로 나와 박테리아 등과 섞여 부패하게 되면 불쾌한 냄새로 바뀝니다. 따라서 샤워 후 깨끗한 몸에서 나오는 땀을 맡아주면 좋겠지요. 이성을 만날 때 새 옷 대신 냄새 별로 안 나는 입던 러닝셔츠 그대로가 좋습니다.
이제 본론을 얘기하겠는데, 인간의 페로몬의 대부분을 분비하는 큰 땀샘들은 주로 겨드랑이와 음부의 모근에 있습니다. 그리고 이 털 또한 무슨 마찰을 예방하자는 것이 아니고 이 냄새를 담아두려고 끝까지 퇴화 안 하고 인간에게 남은 네 개의 털 중의 하나들이 된 것입니다. 특별한 이유 없이 면도하지 마세요. 나의 묘한 매력을 자르는 겁니다. 외국영화에서 유명한 여배우들이 겨털녀인 것을 가끔 보실 겁니다.
동성끼리이지만 다른 여자의 땀과 접하면서 기숙사에서 한방을 쓰는 여학생들의 월경주기가 비슷해지는 소위 월경의 동시화(menstrual synchronization)가 페로몬의 힘이 얼마나 강한가를 간접으로 소개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