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경의 동북부에 있는 홍산(紅山)에서 발굴된 신석기 시대의 유물들은 자칫 중국의 초기문명으로 볼 수도 있지만 그렇지 않다. 이 홍산문명(또는 요하문명)은 돌을 쌓아 만든 무덤인 적석총(積石冢), 여러 사람이 모여 함께 제사를 올리던 원형제단과 여신을 모시는 사당인 여신묘(女神廟)를 비롯하여 곰 형상의 가면과 옥, 특히 검은 염료를 칠한 흑피옥(黑皮玉), 부엉이와 삼족오(三足烏) 모양의 장신구 등 우리 조상들 특유의 문화유적들로 가득 차 있다. 그러니까 고조선을 세운 단군보다도 1천 년 이상 이전에 이미 우리 선조가 그곳에 살았다는 이야기가 된다.

그런데 여기서 나온 옥도(玉刀)에서 갑골문자가 나와 한자가 어쩌면 우리 조상들에 의해 처음 만들어진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하게 한다. 갑골문자는 거북의 배판이나 큰 동물들의 견갑골(肩胛骨) 등에 새겨진 상형문자들로 원래 기원전 1,200년에서 1,050년 은나라 말기에 쓰인 것으로 알려져 있던 것인데, 홍산 지역애서 발견되어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다. 연대가 훨씬 앞서기 때문이다.

그리고 홍산에서 나온 많은 출토품들이 성과 관련된 것들이어서 당시 사람들이 비교적 개방된 성문화 속에서 살았다는 생각이 든다. 비록 장례부장품이라 해도 결국 사후(死後)에도 살아 있었을 때처럼 즐겁게 성을 즐기라는 뜻이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더 흥미로운 것은 갑골문자의 약 60%가 남녀 성기 또는 성과 관련된 모양이나 부위와 관계가 있다는 것이다. 그림에서 보는 바와 같이 갑골문자에서 화살표와 삼각형의 형태들은 남자의 음경을 의미하며, 사각형과 역삼각형은 여자의 음문을 나타낸다. 현대한자의 吉과 合은 음경과 음문의 결합을, 野는 두 나무(여자) 사이의 음경을, 臾(잠깐의 뜻)는 두 손(手) 사이에 음경이 있으므로, 자위행위를 뜻하는 글자였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