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계 이황의 숨겨진 러브스토리
두향(杜香)은 명종 때 단양 군수로 왔던 퇴계 이황(李滉) 선생을 10개월 정도 모시다가 그가 단양을 떠날 때 ‘차라리 소녀의 젖가슴 하나를 베어 사또를 향한 미망(迷妄)에서 벗어나게 해 주소서’ 하며 저고리 옷고름을 풀어헤치고 젖가슴 하나를 베어내 달라고 울면서 애원했다는 여인이다.
그 뒤 10여 년간 수절하며 마음으로 그를 사모하다가 퇴계가 죽었다는 소식을 듣고, ‘내가 죽거든 무덤을 강선대 위에 만들어주오. 내가 퇴계선생을 모시고 자주 시문을 논하던 곳이라오.’라는 애절한 유서를 남기고 젊은 나이에 생을 마쳤다고 한다. 정비석씨의 ‘명기열전(名妓列傳)’에 나오는 얘기다. 단양 문화 보존회에서는 매년 5월 5일 두향을 추모하는 ‘두향제’를 1979년부터 지내고 있다.
퇴계선생은 천 원짜리 지폐의 주인공일 정도로 우리 국민들이 성인처럼 존경하는 학자인데 뜻밖에도 이런 러브스토리가 있어 처음 듣는 이는 귀를 의심케 한다.
어쨌거나 두 번째 부인을 잃고 혼자 외롭게 지내던 48세의 홀아비가 자기를 그렇게나 따르던 18살의 아리따운 관내 기녀에게 애정을 느꼈다고 이상한 일은 결코 아니다. 어차피 사랑에는 신분이며 나이가 그리 중요한 것이 아니지 않는가? 퇴계는 세상을 버리는 날도 두향이 준 화분의 매화가 마를까봐 걱정을 했다는 얘기까지 있다.
다음은 두향의 이별시다.
이별이 하도 설워 잔 들고 슬피 울 제
어느덧 술 다 하고 님마저 가는구나.
꽃 지고 새 우는 봄날을 어이할까 하노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