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인돌에 있는 구멍의 정체는?
신석기 시대와 청동기 시대의 거석문화(巨石文化)를 지중해 지역의 문화로 보기 쉽지만, 고인돌(dolmen)들을 보면 그게 아님을 알게 된다. 세계적으로 북아프리카로부터 유럽 그리고 아시아 지역에 널리 분포하고 있는 6만여 개의 고인돌 중 놀랍게도 4만여 개가 우리 한반도에 있기 때문이다.
특히 강화도 마니산 일대에 150여 기의 고인돌이 있다. 삼신을 모시는 참성단이 있는 곳이다. 고인돌이 단순히 무덤이었다면 그 옛날 이 작은 섬에 있기엔 너무 많은 숫자이다. 우리나라 아니 세계에서 제일 큰 탁자씩 고인돌도 여기에 있다.
이런 200톤이 넘는 큰 돌을 사람들의 힘만으로 옮기려면 거의 국가 수준의 조직력이 있어야 하므로 이를 통해 당시의 사회구조가 짐작되기까지 한다. 영국이 자랑하는 그 유명한 스톤헨지(Stonehenge)에 올려 진 돌이 고작 20톤이고 보면, 우리는 관광 사업을 어찌하고 있는가 싶기도 하다.
각설하고, 많은 사람들이 고인돌을 고대 지배층의 무덤으로 보는데, 간혹 인골(人骨) 조각, 돌화살촉, 민무늬토기, 청동제품 등이 발견되기는 하지만 부장품은 거의 나오지 않는다. 적어도 아주 큰 고인돌들은 무덤보다는 풍요와 다산을 기원하거나 신앙의 대상으로 삼기 위해 만든 신전과 같은 것일 수도 있다는 가정을 하게 된다.
고인돌에 구멍들을 여러 개씩 파 놓기도 했는데, 학자들은 이를 별자리로 보기도 하지만 확실치 않다. 이런 구멍들은 고인돌이 아닌 다른 큰 돌에서도 발견되며, 20세기에도 그 흔적이 남아있다. 이런 구멍들을 파 놓은 바위를 기자암(祈子巖, 아들 낳기를 기원하던 바위)이라 부르기도 했다.
성학자의 입장에서 보면 알구멍이라고 불리는 이런 구멍들이 여성의 성기를 상징한다는 생각을 버릴 수 없다. 알구멍의 다른 이름들에 알터, 알뫼, 굼, 바위구멍, 한미, 성혈(性穴) 등도 있다. 여러 건국신화에 알 얘기가 나오는 것과 불알, 공알(클리토리스), 입알, 심알(키스) 등 성 관련 언어들도 관련지어 볼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