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님께서 고쳐주신 병
조선시대 음담패설집 '고금소총'
조선조 때 육담(肉談)이라 하면 성기, 성행위, 남녀 간의 관계 등을 소재로 해서 꾸며진 음담패설 류의 이야기를 뜻했는데, 주로 점잖은 양반님들이 소위 육담집들을 썼다. 성종 때 대제학, 좌찬성까지 지낸 학자 서거정이 그 유명한 ‘골계전(滑稽傳)’을 썼고, 그 외 강희맹이 쓴 ‘사숙제집(私淑薺集)’과 홍만종의 ‘명엽지화(蓂葉志話)’도 있다.
저자, 연대가 미상이며 한문으로 쓰였지만 ‘고금소총’은 민간에 전해진 책들 중 가장 대표적인 것으로 조선 후기에 들어 그 필사본이 널리 읽혔다고 한다. 그 중 한 가지만 소개한다. 제목은 ‘마님께서 고쳐주신 병’이다.
어느 촌의 한 의원 집에 새로 머슴이 들어왔는데 좀 모자라는 듯해도 일만은 몸을 아끼지 않고 잘 하였다. 그래서 의원은 늘 그 머슴을 칭찬하곤 했다. 그런데 어느 날 머슴이 ‘나으리 어쩐지 요새 몸뚱이가 굼실굼실 이상스럽네유’ 했다. 어디가 아프냐고 물었다.
‘아픈 것이 아니구유, 어쩐지 아래가…….’ 하면서 머슴은 자기 사타구니의 불룩하게 솟아오른 장소를 가리켰다. 의원은 고개를 끄덕이고 빙그레 웃으며, ‘아, 그 병이라면 걱정할 것 없다. 내일 하루 시간을 줄 테니 읍내에 갔다 오너라. 네 그 병을 고치려면 읍내 색시들한테 갔다 오면 낫게 되니까.’
‘고맙습니다.’ 얼간이 머슴은 주인에게 감사하였다. 읍내 색시라는 뜻은 잘 알지 못했지만 주인이 무슨 소개장이라도 써주는 줄 알고 크게 기뻐 이 일을 안방마님에게 자랑했다. 안방마님은 ‘그렇다면 내일까지 기다릴 것 없다. 오늘 저녁 나리께서 먼 마을에 왕진가시니 저녁 먹고 내 방으로 살짝 들어오너라.’
이튿날 의원이 사랑채에서 동네 사람들과 재미있게 웃으면서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머슴이 지나간다. ‘그래 어떠냐? 읍내에 다녀왔느냐? 그리고 네 병은 어제보다 좀 나아졌느냐?’ 하자 머슴은 대답했다.
‘네, 나리 어제 밤 안방마님께서 읍내까지 갈 것도 없다시며 다섯 번이나 고쳐 주셨어유. 아주 개운해서 읍내 색시 집엔 안 가두 되겠시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