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후기 애정 소설의 표현 수위
북상기(北廂記)와 백상루기(百祥樓記)는 둘 다 조선 후기의 남녀 간의 애정 이야기를 쓴 소위 음사소설(淫詞小說)들인데 한문으로 쓰인 글이지만 그 표현이 대조적이어서 소개한다.
북상기는 아주 선정적이며, 성행위를 묘사하면서 성적 욕망을 거침없이 드러낸다. 아래는 61세 낙안 선생과 18세 처녀기생인 순옥과의 성을 거침없이 묘사하는 대목이다.
‘관객 여러분! 들어보세요. 이 여자의 계산은 사람을 홀리는 데 있는지라, 미리 올가미를 만들어놓고 물건을 집어넣으면 거부하여 그의 마음을 어지럽히지요. 이번에는 깊이 집어넣으니 여자의 정로(精露)가 벌써 새어나와 옥지(玉池)가 진진합니다. 이 방울이 연달아 들쑤셔 놓아 화심(花心), 자궁에서는 아직 쏟지 않았으나 봉능(縫稜)은 찢어질듯했지요.’
백상루기에는 그러나 이런 노골적인 성 묘사는 별로 없다. 비교적 비유적인 표현들이 많다.
‘꽃가지를 꺾다.’
‘벌과 전갈이 꽃받침을 뚫는다.’
‘물과 물고기가 잘 어울린다.’
‘잠자리가 수면을 스치듯 한다.’
‘모란꽃이 벌어지며 이슬이 떨어진다’ 등과 같은 식이다.
하지만 ‘당신의 음문에 좁은 구멍이 넓혀짐을 느낀다’라든가, ‘당신의 그것이 놀랍게도 엄청 커졌다’ 같은 노골적 표현도 있기는 하다.
조선조 때 음담은 그 외설의 수준에 따라 해서(楷書), 반행(半行), 초서(草書)라는 은어(隱語)로 구분하기도 했다. 서체에 비유한 것이다. 비교적 점잖은 것은 해서, 그저 잡스러운 정도면 반행, 아주 음란하면 초서가 된다.
이규태 선생의 예문들 중에는 ‘야밤에 실바람이 실어다주는 옷 벗기는 소리’ 수준은 해서, ‘방앗간도 아닌데 방아 찧는 소리’는 반행, ‘소낙비 소리 뚫고 어디선가 들려오는 감창(甘唱)소리’는 초서에 해당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