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모 사피엔스
인간은 언제부터인가 엄지손가락을 쓰면서 물건을 집게 되는데 진화의 차원에서 보면 이게 시작이라고 할 수 있다. 손 쓴 사람(homo habilis)이 된 것이다. 손을 쓰니까 물건을 잡게 되고, 물건을 잡으니까 자연히 일어서게 되었다. 이렇게 두 발로 서면서 골반 뼈는 뒤로 젖혀졌고, 서서 많은 것을 보니까 지능이 크게 발달하며 두뇌가 매우 커졌다. 이런 진화는 발달 또는 적응진화라 하여 아메바가 사람이 된다는 계통발생진화와 다르므로 너무 거부감을 느낄 필요는 없다.
동물과 달리 얼굴을 마주하게 되면서 많은 성적 매력 포인트들을 앞으로 가져왔다. 포유동물 최고의 성적 융기는 궁둥이인데 여자들은 그보다는 작지만, 유방에 지방을 채워 더 멋있는 융기를 만들었다. 남자도 일어서는 바람에 음경이 7배나 커졌다. 두툼한 입술도 다른 동물에서는 보기 힘든 형태다.
40만 년 전의 최초의 인간인 ‘슬기사람(homo sapiens)’은 400만 년 전 처음 일어섰던 곧선사람(homo erectus)보다 두뇌의 크기가 세 배나 커졌는데, 커진 머리는 젖혀진 골반과 함께 출산에 문제를 가져왔다. 이렇게 되면 자연계에서 살아남기 어려운 법인데, 인간은 용케 이를 극복한다. 엄마 뱃속에서의 21개월을 9개월로 단축시킨 것이다. 워낙 조산이었고 보니 다른 모든 포유류들은 태어나면 바로 걷고 이미 위험을 알아차리는데 비하여 인간은 1년을 키워도 아직이다. 인간과 가장 비슷한 유전자를 가졌다는 보노보도 태어날 때 아기 뇌의 무게가 어미의 45%나 되는데, 인간의 경우는 불과 25%밖에 되지 않는다.
동굴생활 이전의 원시시대를 한번 생각해 보자. 수많은 포식자들과 함께 살면서 집도 마땅한 피난처도 없는 데다 밤이 되면 거의 무방비 상태가 된다. 출산한 여자는 아기와 자신이 살아남기 위한 방편을 구해야 했고, 자연히 남자와 짝을 이뤄 그들의 보호를 받기 시작했다. 당시로써는 그게 유일한 방법이었기 때문이다. 예나 지금이나 여자들은 똑똑하고 사회적이며, 생존을 위한 적응력이 매우 강함을 남자들은 늘 명심하여야 한다.
<김원회 저 ‘한국 성사’ 시작 부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