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녀 성기를 모두 가진 사람
‘어지자지’는 두 발을 번갈아가며 제기를 차는 것을 뜻하는 말인데, 중성이나 남녀 양성(兩性)을 같이 갖고 있는 인간을 의미하기도 한다. ‘남녀추니’라고도 한다.
조선시대 대표적인 어지자지로 흔히 세조 때의 ‘사방지(舍方知)’를 꼽는다. 그러나 사방지는 엄밀한 의미에서 암수동체의 사람은 아니었던 듯하다. 오히려 여장남성이었을지도 모른다. 그는 여복을 입고 사대부와 귀족 집 안방을 드나들며 마님들과 간통을 해오다 들켰는데 이를 ‘사방지의 음풍옥사(淫風獄事)’라 한다. 그는 정승인 이순지의 과부된 딸과 10년을 동거해 온 사실도 있어 조정이 발칵 뒤집혔다. 사헌부에서 성 검사를 했더니 양성 역할을 다 할 수 있게 되었더라고 했다. 그러나 그가 여자 역할을 했다는 기록은 없다.
명종 때 길주의 임성구지(林性仇之)는 처음엔 장가들어 아내를 얻어 살다가 다시 시집을 가서 아내 노릇을 했다. 괴물 취급을 받아 사간원에서는 사형을 주장했지만 왕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사방지의 예처럼 외진 곳에 따로 두고 왕래를 금지해 사람들 사이에 섞여 살지 못하게만 했다.
같은 시기에 감덕(甘德)은 반인간(半人間)으로 불리기도 했는데, 무당행세를 하면서 왕족과 정승판서들의 처첩들과 추문을 일으켜 장살을 당했다. 장살이란 때려죽이는 벌로 ‘산 채로 살을 회(膾) 뜨는 형벌’인 능지처참(陵遲處斬) 다음으로 중한 벌이었다.
서양의 고대 희랍인들은 반음양인 사람을 헤르메스와 아프로디테의 사이에서 태어난 헤르마프로디테와 같이 오히려 완전한 사람으로 보았다. 조선조 때 이들을 죄인 취급한 것과 너무 대조적이다. <김원회저 한국성사 제3판 243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