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남의 공간, 하렘(harem)
하렘은 ‘금지된’ 또는 ‘신성한’을 뜻하는 아랍어 ‘하림(harīm)’에서 나왔다고 한다. 뉴욕시 북부 흑인 밀집지대인 할렘(Harlem)과는 아무 관계가 없다.
원래 일부다처제의 무슬림 사회에서 처, 첩, 그들의 여자아이들 및 하녀, 그리고 왕궁의 경우 12살 미만의 왕자와 내시들이 기거하던 격리된 공간을 의미한다. 물론 다른 일반 남자의 출입은 엄격히 금지되었다. 그러나 현재 하렘이란 단어는 비슷한 제도하의 인도나 다른 아시아 지역에도 쓰이며, 심지어는 동물 사회에까지 쓰고 있다. 조선조 내외법이 엄격했을 때의 도장방 또는 규방(閨房)이나 왕실의 내명부(內命婦) 또한 이와 비슷한 내용이었다고 해도 틀리는 말은 아닐 것이다.
가장 대표적인 하렘은 오스만투르크 황제 술탄의 여인들 방일 것이다. 터키의 이스탄불을 여행하면 거의 예외 없이 톱카피(Topkapi) 궁전의 하렘을 보게 되는데, 그만큼 외국인들에게까지 흥미의 대상이 되는 곳이기도 하다.
우리나라에서도 가끔 그랬지만 워낙 황제의 모친인 왕대비의 입김이 강했기 때문에 오스만 제국 때 하렘에서 주된 권력이 나오기도 여러 번 했다. 특히 16세기 때 히렘 술탄(Ḫurrem Sulṭān)은 슐레이만 I세의 왕후로서 강력한 권력을 행사한 것으로 유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