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를 내어주는 풍습
신라 21대 왕인 소지마립간은 어느 날 변방을 순찰하다 신하인 파로(波路)의 접대를 받게 된다. 파로는 왕을 집으로 맞아들여 그 잠자리에 자신의 아내를 들여보냈고, 다음날 왕이 떠날 때는 외동딸 벽화(碧花)를 비단으로 감싸 수레에 태워 보냈다. 이목이 두려운 왕은 그녀를 집으로 돌려보냈지만, 그 미모를 잊지 못하여 자주 파로의 집을 찾았고 급기야 후궁(後宮)으로 데려왔다. 그런데 너무 무리해서 두 달 만에 세상을 떠나버렸다고 하는 설도 있다. 왕의 6촌인 지증왕이 뒤를 이었고, 벽화는 그 뒤를 이어 법흥왕이 되는 김원종의 여인이 된다.
일본의 요바이(夜這い)는 원래 밤중에 성교를 목적으로 남의 집 침실에 침입하는 서(西) 일본의 옛 풍습이었는데, 그중에는 길손에게 자신의 아내를 내어주는 것도 포함된다. 이때 손님이 아내를 거절하면 그 여자는 죽임을 당하기도 했다는데, 약 천 년 전쯤 사라진 풍습이라고 한다. 그러고 보면 단순히 성폭행을 목적으로 남의 집에 침입하는 것이 아닌듯하며 오히려 우리네 ‘보쌈’의 일본식 버전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게 한다.
‘바렌’이란 영화에서 '이누이트' 에스키모로 나온 앤서니 퀸은 자신의 아내를 선교사에게 대접했는데도 거절당하자 화가 치솟아 ‘아내는 늘 새롭다’며 그를 죽인다. 에스키모 이외에도 인도의 토다족, 시베리아의 척치족, 고대 게르만 민족에게도 이런 풍습이 있었다고 하는데 매우 희귀한 경우들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