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 언제부터 썼을까?

조선 중기 서금란이 정생원에게 보낸 편지. '사랑' 이라는 단어가 두 번이나 나온다.

사랑의 옛말은 ‘다솜’이며, ‘사랑하다’의 옛말은 ‘괴다’이다. 원래 ‘괴다’는 ‘생각하다’와 같은 말이었는데, 그러고 보면 사랑하는 것과 생각하는 것이 서로 통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다. 한자로 현재 사랑이라고 쓰고 있는 애(愛)자는 원래 ‘아낀다’는 뜻이며, 사랑은 아래아를 써서 ‘ᄉᆞ랑’이라고도 썼고, 한자로는 생각 사(思)를 썼다. 상사병(相思病)이 좋은 예이다.

그 밖에 ‘그리워하는 마음(思)에 살(生)다’의 ‘살’과 명사의 파생접사인 ‘앙’이 합쳐져 ‘사랑’이 됐다거나, 사량(思量)이 우리말로 바뀐 것이라는 등 여러 주장들이 있는데 생략한다. 다만 언제부터 ‘사랑’ 아니 ‘ᄉᆞ랑’이란 말을 썼는지 확실치 않아 이를 살펴보고자 한다.

많은 사람들이 판소리 춘향가에 나오는 ‘사랑 사랑 내 사랑아 어화둥둥 내 사랑아’로 이어지는 ‘사랑가’를 지목하는데 이렇게 되면 18세기 말 때쯤으로 볼 수 있다. 그런데 내가 작년에 한국의 성 역사책인 ‘한국성사(性史)'를 쓰면서 알게 된 서금란(徐錦蘭)이란 조선 중기 때 기생이 언문으로 쓴 연시(戀詩)에서 ‘사랑’이란 단어를 두 번이나 보았기에 소개한다.

‘정 생원 전에 상서하나이다. 때는 봄, 새가 재재거리고 복숭아꽃과 살구꽃이 피는 봄이외다. 정 생원의 몸 안녕하시옵는지 나날이 뵈옵지 못한 소첩은 멀리 앉아서 동경할 뿐이외다. 그간의 소식 알지 못해 궁금하던 차 이곳 소첩은 무엇을 얼마나 화락하며 하리이까. 한갓 일신은 무고하오니 생원님이 이 더러운 소첩을 정신적 사랑의 혜택으로 엎드려 생각할 때 감사한 뜻과 마음은 다 표하지 못하옵니다. 그런데 황공한 말씀 지금에야 고하나이다만, 전번에는 이 더러운 소첩을 생각하시와 황금 같은 시간을 허비하시고 옥수로 친히 쓰신 옥서를 받자옵고 당금까지 상서치 못함은 참으로 소첩의 죄 어찌다 고하오리까. 용서하여 주시옵소서. 이 소첩을 사랑하신 마음으로 정생원이시여, 실제 그때 답상서를 고하려고 한 마음 태산 같았지만 원수로다 그때야말로 무슨 죄이던가. 이 몸이 병에 누워 실상은 붓을 들고 편지를 고할 용기가 생기지 아니하여 죄송스러운 죄를 짓고 말았나이다. 그러니 소첩의 잘못을 널리 용서하시고 허물을 잘 양해하시고 귀보를 뵙기 바라옵나이다. 물론 바쁘신 중 이리 복청하옴은 너무나 소첩의 행동의 무리함을 용서하시고 다만 소첩의 소청에 응하셔서 한 번만 이 땅에 왕림해 주시면 소첩의 한 영광으로 엎드려 생각하고 죄송한 말 다 고하지 못하고 우선 이만으로 끝내 높으신 왕림만 바랄 때 옥안을 엎드려 뵈올 날을 천만번 고대하나이다. 3월 2일 소첩 서금란 상서.’

읽어보면 진심으로 사랑하는 마음으로 쓴 것이기보다 요즈음 말로 호객(呼客)을 위한 글 같기도 하여 씁쓸한 기분도 있지만, 그 내용에 ‘사랑’이란 단어가 있어 소개한다.

  • Blank 2f561b02a49376e3679acd5975e3790abdff09ecbadfa1e1858c7ba26e3ffcef

    profile

    부산의대 정년퇴임 후 서울여대 치료전문대학원 객원교수로 10년간 ‘성학’을 강의했다. 아태폐경학회연합회(APMF), 한국성문화회, 대한성학회 등의 초대회장을 지냈으며, 국제심신산부인과학회(ISPOG) 집행위원, 대한폐경학회 회장, 대한심신산부인과학회 회장 및 세계성학회(WAS) 국제학술위원 등을 역임했다. 현재 부산대학교 명예교수이다. <단기고사는 말한다>, <사춘기의 성>, <성학>, <섹스카운슬링 포 레이디>, <시니어를 위한 Good Sex 오디세이> 등 다수의 저작이 있다.
Thumb 1593591084.1134956
페이스북에서 속삭을 만나보세요
속삭
Original 1628810363.5313268
Original 1628810343.805239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