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스의 모든 것


키스라고 다 성 표현이 아니다. 악수와 더불어 서양에서는 한 때 단순한 인사법이었다. 손등에 하는 키스는 존경을, 이마에 하는 키스는 우정을, 뺨에 하는 키스는 호감을, 눈시울에 하는 키스는 동경을, 손바닥에 하는 키스는 원망을, 입술에 하는 키스는 애정을 표시한다고도 한다. 이희승 선생의 국어대사전에서는 키스를 ‘입을 맞추는 일, 접문’이라고 설명한다. 이것으로는 어쩐지 미진하다고 여긴 듯 2항에 ‘사랑하거나 존경하는 뜻으로 인사할 때에 손등에나 뺨에 입을 대는 일’이라는 설명을 곁들여 놓았다.

 

진한 키스는 ‘영혼의 키스(soul kiss)’, ‘프렌치 키스(French kiss)’라고도 하는데 혀를 상대의 입에 깊이 넣으면서 마치 성기를 접촉하는 것과 같은 느낌이 들 정도로 강하게 하며 코와 입을 같이 비벼 상대의 숨을 들여 마시는 것이다. 이 방법은 남자에게 전율을 느낄 만큼 강한 자극을 주며 와인 한 병을 마신 만큼 취하게 할 수 있다고 하는 사람도 있다. 이때 입술과 턱과 턱관절의 힘을 최대한 빼는 것이 중요하다. 한국인들은 대부분 키스하는 데에도 성급하다. 성질 급한 우리들은 유의할 일이다.

 

보통의 키스는 입술 주위의 괄약근 2개를 포함해 약 12개 내외의 근육이 동원되는 데 반해 프렌치 키스의 경우는 혓바닥의 회전운동 및 좌충우돌에 필요한 17개의 근육을 포함, 29~34개의 근육이 동원되며, 나아가 턱뼈도 많이 움직여야 하므로 그 번잡성과 역동성은 비교가 안 되며 다이어트에까지 효험이 있다고 한다. 한 번 할 때마다 토마토 주스 한 잔 만큼인 12kcal가 소모된다.

 

키스할 때 보통 278개의 군락의 박테리아를 주고받는다. 그러나 이 중 95%는 인간의 병원충이 아니므로 너무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바이러스 수는 알려져 있지 않다. Gerald Cahen에 의하면 최대 9cc의 타액과 0.7g의 단백질, 0.18g의 유기질, 0.711mg의 지방질, 0.45mg의 염분이 교환된다고 한다. 키스할 때 트림이나 딸꾹질은 절대 참아야 하며, 눈을 감는 게 바람직하다. 상대방이 거인처럼 보이며 땀구멍, 주근깨, 검버섯 등이 다 보이기 때문이다.

 

키스는 상대에 대한 모든 종류의 정보를 잠재적으로 제공한다. 키스의 유래에 대해서는 다양한 설이 있는데 그 기원이 상대방의 냄새를 맡기 위한 것이라는 설이 유력하다. 가장 근접해서 상대의 페로몬과 접하기도 한다. 이때 두 사람의 뇌는 재빨리 상대의 타액을 화학적으로 분석하여 둘 사이의 유전적 호환성을 결정하게 된다. 심지어는 상대의 유전자가 우수한지 건강상태가 양호한지까지 본인은 인지하지 못 하더라도 이를 평가해 준다. 여자가 특히 예민할 수 밖에 없다. Allen Peace는 ‘여자의 두뇌 또한 남자의 면역체계 상태에 대한 화학적 판단을 한다’고 했다. 아주 좋아했는데 막상 키스하니 뭔가 찝찝하면 재고해 볼 노릇이다. 한마디로 연인들은 키스를 통해 냄새를 확인하고, 본능적으로 유전적 측면과 면역체계 면에서 유리한 배우자인지 아닌지를 판단한다는 것이다.

 

다음은 키스의 종류이다.

 

1. Bird Kiss-작은 새가 부리를 부딪치는 것처럼 서로 가볍게 하는 것으로 외국에서 친한 친구 간에 행해지기도 한다. 연인이 헤어질 때 가볍게 할 수 있는 키스

 

2. Cross Kiss-bird Kiss의 다음 단계로 부드럽고 우아한 느낌을 주는 키스. 입술을 살짝 다문 채 교차시켜 닿게 하는 것이다. 이 키스의 바로 다음 단계가 상대의 입술을 부드럽게 핥아 주고 누르며 가볍게 빨아들이는 ‘Red cross kiss’이다.

 

3. Hamburger Kiss-Deep kiss의 시작으로 불리 우는 것으로 입술을 열고 상대의 위아래 입술을 사이에 끼워 무는 모양이 햄버거 모양과 비슷해서 이렇게 불리는데 통상 가장 좋은 방법이기도 하다.

 

4. Air Cleaning Kiss-상대방의 입안에 공기를 넣는 것으로 그러면 상대가 그 공기를 다시 원래 사람에게 되돌려 주게 되는데, 간지러움으로 더욱 친밀감을 느낄 수 있는 키스.

 

4. Sliding Kiss-서로의 입술을 밀착시키고 누르면서 자극시키는 키스로 inside kiss로 가는 전 단계이기도 하다.

 

5. Inside Kiss-점점 가빠지는 숨을 쉬기 위해 상대의 혀를 받아들이게 되는 단계가 바로 이 키스이다. 상대의 입술을 벗겨내는 기분으로 애무하다가 혀의 접촉이 시작되면 혀를 상하좌우로 얽으면서 서로의 혀를 빨아들이거나 밀고 당긴다. 이 같은 키스는 'tongue training kiss'라고도 한다.

 

6. French Kiss-Inside kiss-상태에서 조금 더 길게 하면서 혀를 자유롭게 이용한다. 이때 손은 상대의 얼굴을 감싸 안거나 꼭 껴안으면 친밀감이 높아질 뿐 아니라 더욱 자극적인 느낌을 받을 수 있다.

 

7. Eating Kiss-이는 여자가 남자에게 하는 방법이다. 여성이 남자의 혀를 살짝 깨물어 주면서 자극을 높이는 것이다. Wide Space Kiss는 반대로 남자가 여자에게 하는 것으로 상대의 입술을 덮어버리듯 하는 키스인데 입술이 작은 사람은 할 수 없는 단점이 있다.

 

인도의 성전 카마수트라는 키스는 아무 데나 다 할 수 있는데, 즉 눈까풀, 눈, 볼, 목, 가슴, 입술 그리고 입속까지라고 했다. 바츠야야나가 크게 나눈 분류는 다음 세 가지였다.

 

1. 명목상의 키스(nominal kiss)-여자가 자기의 입술로 남자의 입술을 빠른 속도로 훑어가는 것.

 

2. 율동적인 키스(throbbing kiss)-여자가 부끄러움을 잠시 접어두고 남자의 손을 꼭 잡고 아주 조금 자기의 아랫입술을 조금씩 물어뜯게 하는 것.

 

3. 접촉의 키스(touching kiss)-여자의 혀가 잠깐 나와 남자의 입속으로 들어가는 것. 그 외 입술끼리 바로 만나면 straight kiss, 머리를 약간씩 돌리고 하는 것은 bent kiss, 상대방의 머리를 쳐들고 하는 키스는 lofted kiss, 정열적으로 세게 하는 키스는 pressed kiss, 여자의 입술을 손가락으로 잡고 아주 세게 하는 키스는 greatly pressed kiss라 했다.

 

Philematophobia라 하여 키스를 두려워하는 키스 공포증이 있다. 이들은 누군가가 키스를 하려 하면 공포에 질리는데 감염에 대한 공포, 또는 상처에 대한 두려움과 관계가 있다는 설이 있다.

 

미국의 ‘키스학교’, 우리나라의 ‘키스 방’ 같은 시체의 것들은 나도 잘 모르므로 생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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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산의대 정년퇴임 후 서울여대 치료전문대학원 객원교수로 10년간 ‘성학’을 강의했다. 아태폐경학회연합회(APMF), 한국성문화회, 대한성학회 등의 초대회장을 지냈으며, 국제심신산부인과학회(ISPOG) 집행위원, 대한폐경학회 회장, 대한심신산부인과학회 회장 및 세계성학회(WAS) 국제학술위원 등을 역임했다. 현재 부산대학교 명예교수이다. <단기고사는 말한다>, <사춘기의 성>, <성학>, <섹스카운슬링 포 레이디>, <시니어를 위한 Good Sex 오디세이> 등 다수의 저작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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