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마수트라’… “그의 아기를 낳고 싶다고 얘기하라”
바츠야야나. 그는 옛 인도의 성교육서인 그 유명한 ‘카마수트라’의 저자이다. 카마(Kama)는 '사랑의 신'이며, 수트라(Sutra)는 금언, 잠언 또는 원칙의 뜻을 갖고 있다.
이 책은 4세기 후반에 산스크리트어로 쓰였다. 하지만 1875년 이 책을 처음 영어로 번역하여 세상에 알린 인도 출생의 영국인 리처드 버튼 경이 그 서문에서 '요한이 파트모스 섬에서 복음서를 쓰고 있을 때 그는 간디스강가의 베나레스라는 곳에서 이 책을 썼다'라고 잘못 쓰는 바람에 아직도 쓰인 연대를 둘러싸고 설이 분분하다.
많은 사람들이 카마수트라를 무슨 ‘성 체위 지침서’ 쯤으로 알고 있는데, 이는 잘못이다. 카마수트라는 남자를 위한 내용과 여자를 위한 내용으로 나뉘는데, 그중 여자가 남자에게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를 다루는 내용 중 극히 일부분을 옮긴 다음 내용을 한번 보자.
“사랑하는 이를 만났거든 그에게 순종하고, 곁눈질을 하지 마라. 기회 있을 때마다 그를 칭찬해주고 모든 것이 그에게 만족이 되도록 노력하라. 그에게 항상 즐거움을 주도록 노력하고, 설령 사랑하지 않더라도 사랑하는 척해야 한다. 당신이 그로부터 떨어져 있어야 할 때는 꾀병이라도 해라.
그가 당신을 침대에 뉘일 때 성에 대해 절대로 아는 척해선 안 된다. 여자는 지금의 남자가 가르쳐준 만큼만 해야 한다. 성교 중 그가 하는 테크닉에 대해서 경이를 표하는 표정을 짓고 깜짝 놀라는 시늉도 하라.
잠시라도 그를 무시하는 순간이 있어서는 안 되고, 그가 하자는 대로 따라하는 것이 좋다. 그의 몸의 부분 부분을 만져줘라. 그것은 남자에게 큰 기쁨을 줄 것이다. 그가 잘 때 키스해주고, 그가 시름에 잠기면 걱정해주어라. 항상 수줍음과 외설함 사이를 왔다 갔다 하면서 균형을 맞추어라.
그의 적을 미워하고, 그가 사랑하는 것을 사랑하고, 그가 좋아하는 것을 좋아하라. 그가 잠이 들거나 아프거나 술 취해 있을 때는 조용히 하고, 그가 다른 여자 이야기를 하는 것만 빼고는 그의 얘기를 다 열심히 들어라. 그가 하품을 하든지, 탄식을 하든지, 심지어는 재채기를 해도 거기에 대해 뭐라고 말을 하는 것이 좋다. 그의 앞에서 남을 칭찬해서는 안 되고 그의 약점은 절대로 얘기하지 않는다.
그의 손을 잡아당겨 당신의 볼이나 가슴에 대어 보아 자신의 몸이 당신을 즐겁게 한다고 생각하게 하라. 그의 무릎에서 잠들고 그가 죽으면 당신도 따라 죽겠노라고 얘기하라. 그리고 그의 아기를 낳고 싶다고 얘기하라. 남자는 이 말 한마디를 평생 잊지 못한다.
그가 돈을 함부로 쓰지 않도록 하게 만들고 그가 같이 가자는 곳은 어디든 따라가라. 그가 준 물건을 당신이 쓸 때는 즐거워하고 그의 가족과 성격, 재주, 사회적 지위, 친구, 심지어는 나이 같은 것에 대해 자주 칭찬해주어라. 비록 그의 노래가 듣기 싫더라도 열심히 들어주고 무섭거나 춥거나 덥거나 비 오는 것들에 개의치 않고 그에게 갈 줄 알아야 한다. 당신의 성격을 항상 그에게 맞추어라."
저자 바츠야야나는 이 책에 이런 말도 썼다. ‘거지가 음식을 달랠까봐 요리를 못하는 사람 없고, 새들이 씨앗을 먹어버릴까 봐 농사를 안 짓는 사람도 없다.’ 음미할만한 구절이 아닐 수 없다. 이런 맥락에서 그가 쓴 ‘사슴 여인’이라는 시의 일부분을 살펴보자. 여인에 대한 그의 안목을 엿볼 수 있음이다.
‘그녀의 얼굴은 어둔 밤에 보름달이요,
그녀의 눈은 놀란 암사슴이라.
탱탱한 젖가슴은 위로 향하고
걸을 땐 백조가 따로 없구나.
또 이 책은 남자와 여자를 그 생식기의 크기에 따라 분류한다. 작은 것은 사슴 또는 토끼, 중간은 소나 말, 큰 것은 코끼리라고 하였다. 토끼는 남자의 음경이 손가락 6개를 모은 길이이고, 소는 9개, 코끼리는 12개를 모은 길이라고 한다. 코끼리와 토끼의 교접은 어려우며 행복한 결합의 여부는 크기 사이의 조합뿐 아니라 정열적인, 보통의, 그리고 냉담한 무드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것이다. 물론 ‘같은’ 크기의 ‘정열적’인 남녀가 만나는 것이 최선임은 두 말할 필요가 없다고 책은 강조하고 있다.
이 책에는 성애의 기교, 처녀와의 성교, 아내의 의무 등은 물론 심지어는 간통, 매춘부, 미약(媚藥) 등에 관해서까지 상세히 쓰여 있어 고대인도의 일상생활이나 사회에 관한 중요한 자료가 되기에 충분하였다고 한다.
단군 이래 이런 종류의 책을 남겨 준 조상이 단 한 분도 없는 우리로선 부럽지 않을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