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럴 기분이 아니야'… 남성 성욕 감퇴, 나이 탓만은 아니다
남성호르몬·수면무호흡·탈모약까지… 비뇨기과 전문의가 꼽은 성욕 감퇴의 숨은 원인

남성의 성욕은 나이가 들수록 줄어드는 경향이 있다. 2019년 45세 남성 1만2000여 명을 조사한 연구에서는 20명 중 1명꼴로 성욕이 낮다고 답했다. 하지만 성욕은 사람마다 차이가 커서 어디까지가 정상이고 어디부터가 문제인지 가늠하기 어렵다. 전문가들은 성욕 감퇴가 남성호르몬 부족뿐 아니라 만성질환, 흡연, 스트레스, 복용 중인 약, 수면 부족 등 다양한 원인에서 비롯될 수 있다고 말한다.
5일(현지 시각) 미국 건강 매체 웹엠디(WebMD)는 비뇨기과 전문의들의 설명을 바탕으로 남성 성욕 감퇴의 원인과 대처법을 정리했다. 미국 클리블랜드 클리닉에서 남성 성 건강을 전문으로 진료하는 비뇨기과 전문의 페타르 바직 박사는 "성욕 저하에 대해 모두가 동의하는 정의는 없지만, 핵심은 본인이 그것 때문에 힘들어하느냐"라고 말했다.
성욕이 줄었더라도 심각한 건강 문제의 신호가 아니고 본인이 불편하지 않다면 크게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이 때문에 불안하거나 우울해지고, 연인·배우자와의 관계에 스트레스가 생긴다면 도움을 받아볼 때다.
얼마나 오래가는지도 중요하다. 바직 박사는 성관계에 대한 관심이 가끔 줄어드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설명했다. 전날 잠을 설쳤거나 다쳐서 회복 중일 때도 성욕은 떨어질 수 있다. 그는 "다리가 부러졌다면 성관계가 우선순위 맨 위에 있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관심이 줄어든 상태가 오래 이어져 불편할 정도라면 병원을 찾는 것이 좋다. 바직 박사는 "커플이라면 이 문제는 두 사람 모두에게 영향을 준다"고 강조했다.
◇ 발기부전과 성욕 감퇴는 다른 문제
많은 남성이 성욕 감퇴와 발기부전을 헷갈린다. 미국 UCLA 헬스의 비뇨기과 전문의 라지브 자야데반 박사는 발기부전은 발기가 되지 않거나 유지되지 않는 것이고, 성욕은 말 그대로 성관계를 하고 싶은 마음이라고 설명했다. 두 가지가 동시에 나타나고 서로 밀접하게 얽혀 있는 경우가 많지만, 전혀 다른 문제라는 것이다.
성욕은 유전자와 테스토스테론 같은 호르몬 등 전반적인 신체 건강의 영향을 받는다. 스트레스와 불안 같은 심리적 요인, 만성질환 같은 신체적 요인도 성관계에 대한 관심을 좌우한다. 자야데반 박사는 나이가 들면 성욕이 어느 정도 자연스럽게 줄지만, 60대나 70대, 그 이후라도 완전히 사라져야 할 이유는 없다고 말했다.
테스토스테론은 남성의 대표적인 성호르몬이다. 이 수치가 낮으면 성욕이 줄어들 수 있지만, 모든 남성이 그런 것은 아니다. 나이 든 남성 가운데는 성욕이 줄어도 별로 개의치 않는 경우도 있다.
성욕 저하가 고민이라면 의사는 먼저 테스토스테론 수치를 검사할 수 있다. 바직 박사는 "테스토스테론이 문제라면 몸이 만들지 못하는 만큼을 보충해주면 된다"고 말했다. 대부분의 남성은 호르몬 보충 치료를 시작하고 몇 주 안에 성욕이 살아나기 시작한다.
테스토스테론은 나이가 들수록 줄고, 제2형 당뇨병이 있거나 비만인 남성에게서도 낮아진다. 45세 이상 남성의 최대 35%가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낮은 '남성 성선기능저하증'을 겪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성선기능저하증은 고환에서 남성호르몬이 충분히 만들어지지 않는 상태를 말한다. 혈액검사에서 정상 남성의 테스토스테론 수치는 1dL(데시리터)당 300~1000ng(나노그램)이다. 혈액 100mL에 머리카락 한 올 무게의 수백만분의 1 수준이 들어 있는 셈이다. 수치가 300ng 아래로 떨어지고, 성욕 저하 같은 성선기능저하증 증상이 있다면 낮은 것으로 볼 수 있다.
◇ 당뇨·심장병·흡연도 성욕 떨어뜨려
60대에 접어들면 당뇨병이나 심장병 같은 만성질환이 늘어나는데, 이들 질환도 성욕에 영향을 준다. 당뇨병과 심장병은 일부 남성에게서 테스토스테론 수치를 떨어뜨릴 수 있다. 또 음경의 혈관을 변화시켜 발기가 되지 않거나 유지되지 않는 발기부전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흡연도 비슷한 영향을 주는 것으로 보이지만, 과학자들은 아직 그 이유를 밝히는 중이다. 40~70세 흡연 남성은 발기부전이 생길 가능성이 2배 가까이 높다. 발기부전과 성욕 감퇴는 다른 문제지만, 발기부전이 있는 남성은 성관계에 대한 관심을 잃는 경우가 많아 둘은 밀접하게 연결된다. 바직 박사는 "몇 번 시도했다가 실패하면 시도 자체를 하고 싶은 마음이 줄 수 있다"고 말했다. 발기부전과 그 원인을 치료하면 성욕도 되살아나는 경우가 많다. 그는 "건강한 몸이 건강한 성생활로 이어진다"고 강조했다.
정신 건강 문제도 성욕 감퇴에 영향을 준다.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낮을 가능성이 적은 젊은 남성에게서 특히 그렇다. 우울증이나 불안, 약물 남용 같은 개인적인 문제일 수도 있고, 파트너와의 관계에서 생긴 문제일 수도 있다.
바직 박사는 "특히 젊은 남성의 경우 정신 건강과 개인적인 경험이 성욕 저하에 어떻게 작용하는지 살펴보기 위해 성 치료 전문가와 함께 진료하는 경우가 많다"며 "그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고 말했다.
때로는 단순히 심리적 스트레스가 너무 큰 것이 원인이기도 하다. 직장이나 학교에서의 큰 변화, 가족 문제 등 원인은 다양하다. 연인이나 배우자와의 갈등도 성욕을 떨어뜨릴 수 있는데, 이 경우 바직 박사는 두 사람이 함께 상담받도록 권한다. 그는 "두 사람이 함께 대화에 참여하면 많은 것이 드러난다"며 "이런 상황에서는 커플 상담 전문가와 함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 항우울제·탈모약도 원인… "대체 약 있다"
정신 건강 문제는 약으로 치료하기도 하는데, 이런 약이 오히려 성욕을 떨어뜨리는 경우가 많다. 불안과 우울증 치료에 흔히 쓰이는 선택적 세로토닌 재흡수 억제제(SSRI) 계열 약은 성욕 감퇴 등 성 관련 부작용으로 잘 알려져 있다. 자야데반 박사는 “SSRI를 먹는 환자 중에는 성관계에 무감각해져 아무런 즐거움도 느끼지 못한다고 말하는 경우가 있다”고 전했다.
SSRI뿐 아니라 대부분의 항우울제와 항정신병약 등 정신과 약 전반이 성욕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이럴 때는 담당 의사와 상의하면 부작용이 덜한 다른 약을 찾을 수 있다. 항우울제 부프로피온(상품명 웰부트린)은 SSRI와 비교해 일부 남성의 성욕을 개선하는 것으로 보인다.
탈모약으로 잘 알려진 피나스테리드(상품명 프로페시아·프로스카)도 성욕을 떨어뜨릴 수 있다. 남성형 탈모나 전립선이 커지는 양성 전립선비대증 치료에 흔히 처방된다. 바직 박사는 "흔히 처방되는 이 약 때문에 성욕 저하와 발기부전을 겪는 남성을 많이 본다"며 "의사와 상의하면 여러 대안이 있다"고 말했다.
수면 부족도 흔한 성욕 감퇴 원인이다. 나이 든 남성만의 문제는 아니다. 자야데반 박사는 사회생활을 막 시작한 젊은 남성이 장시간 근무 때문에 성욕을 잃는 경우를 자주 본다고 했다. 그는 "너무 피곤해서 성관계에 더는 관심이 없다고 말하는 남성이 많다"고 말했다.
폐쇄성 수면무호흡증도 원인이 될 수 있다. 자는 동안 숨이 반복적으로 막혀 깊이 잠들지 못하게 하는 만성질환이다. 그 결과 낮에 피로가 쌓여 성욕이 떨어질 수 있다. 수면무호흡증은 테스토스테론 수치 저하와도 관련이 있다. 잠들기 어렵거나, 낮에 늘 피곤하거나, 파트너가 '코를 심하게 골거나 자는 중에 잠깐씩 숨을 멈춘다'고 말한다면 의사와 상의하는 것이 좋다.
이 경우 의사는 하룻밤 병원에서 자며 뇌파, 산소포화도, 심박수 등을 측정하는 수면다원검사를 권할 수 있다. 수면무호흡증 진단을 받고 치료하면 성욕이 회복될 수 있다. 자야데반 박사는 수면무호흡증 치료를 받은 50대 중반 환자의 사례를 소개하며 "한 달 뒤 그 환자는 성욕이 20대 중반 수준으로 돌아왔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 "부끄러워하지 말고 의사와 상의해야"
가장 중요한 것은 문제를 인정하고 의사에게 털어놓는 것이다. 쉽지 않은 남성도 있다. 바직 박사는 "이런 얘기를 꺼내는 걸 부끄러워하지 말라"며 "아주 흔한 문제이고 매우 효과적인 해결책이 있다"고 말했다.
시작은 건강검진이다. 호르몬 수치와 정신 건강을 포함해 전반적인 건강 상태를 점검받고, 복용 중인 약과 겪고 있는 부작용도 의사에게 알리는 것이 좋다. 처방받은 약이나 치료는 지시대로 따르되 부작용이 생기면 바로 알려야 한다. 흡연자라면 금연을 고려해야 한다. 흡연은 발기부전의 직접적인 원인이자 발기부전을 부르는 질환의 원인이기도 해 성욕을 떨어뜨릴 수 있다.
한편, 박사는 마지막으로 건강한 식단과 규칙적인 운동의 중요성도 잊지 말라고 당부했다. 몸과 마음의 건강을 함께 개선해 더 나은 성생활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박주원 soxak@soxa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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