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크 한 입과 오르가슴, 뇌는 같은 방식으로 반응한다

달콤한 디저트를 한 입 먹으면 그 맛은 순식간에 혀끝에서 사라진다. 그리고 곧바로 한 입 더 먹고 싶어진다. 건강에 좋지 않다는 걸 알면서도 멈추기 어렵다. 그런데 뇌의 입장에서 보면 이 갈망은 성적 쾌감을 다시 원하는 마음과 크게 다르지 않다. 둘 다 같은 신경 회로를 쓰기 때문이다.
23일 미국 심리학 전문 매체 사이콜로지투데이(Psychology Today)에 실린 한 신경과학자의 칼럼은 단것과 성이 뇌에서 어떻게 비슷한 방식으로 작동하는지, 그리고 왜 현대인에게 단것에 대한 갈망이 위협이 되는지를 짚었다.
◆ 짧은 쾌감, 긴 갈망… 진화가 설계한 장치
필자에 따르면 뇌의 목표는 두 가지, 생존과 번식이다. 음식에 대한 집착은 개인의 생존과, 성적 욕구는 종의 번식과 연결된다. 흥미로운 점은 둘 다 쾌감이 아주 짧게 끝나도록 설계돼 있다는 것이다. 맛있는 음식이 혀에 남기는 즐거움은 금세 사라지고, 오르가슴의 쾌감도 남성은 3~10초, 여성은 10~20초 정도에 그친다. 이렇게 짧고 강렬한 경험이 다시 그것을 원하게 만들고, 그 반복이 생존과 번식을 이어가게 한다는 설명이다.
이런 갈망은 뇌에서 같은 신경 회로를 거친다. 오르가슴 때는 도파민, 옥시토신, 엔도르핀 같은 체내 아편 물질, 체내 카나비노이드, 세로토닌, 프로락틴 등 여러 신경전달물질이 한꺼번에 분비된다. 이 물질들은 쾌감과 유대감, 절정 이후의 변화에 각각 관여한다.
흔히 '보상 호르몬'으로 불리는 도파민은 성적으로 흥분할 때 분비가 늘어나는데, 이는 맛있는 음식을 먹을 때와 비슷한 느낌을 준다. 필자는 도파민을 단순히 보상 물질로만 보는 건 지나친 단순화라고 짚으면서도, 그 역할이 비슷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오르가슴 때 뇌의 보상 중추에서 대량으로 나오는 체내 아편 물질과 카나비노이드는 통증을 무디게 하는 역할도 한다. 마트가 없던 시절 먹을 것을 구하는 일은 다치기 쉬운 위험한 활동이었던 만큼, 이 물질들이 성관계나 먹는 과정에서 생길 수 있는 고통을 덜어주는 역할을 했다는 것이다.
◆ 뇌는 단것부터 찾는다
필자는 오늘날에는 이 본능이 오히려 생존을 위협한다고 지적한다. 열량 높은 가공식품을 어디서나 싸고 쉽게 구할 수 있게 되면서 강박적인 섭취가 문제가 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설탕은 강력하다. 뇌가 정상적으로 작동하려면 포도당이 꼭 필요하다. 수십억 개의 신경세포는 에너지를 만들고 서로 신호를 주고받기 위해 포도당을 끊임없이 공급받아야 하고, 포도당이 몇 분만 끊겨도 죽기 시작한다.
마지막 식사 이후 혈당이 떨어지면 뇌는 음식, 그중에서도 단것을 원하게 된다. 필자는 뇌가 지방이나 단백질에 대한 갈망은 진화시키지 않았다며, 혈당이 떨어질 때 갑자기 간식을 찾아 편의점으로 향하게 되는 것도 이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하루만 굶어봐도 먹을 것 말고는 아무 생각도 나지 않는 경험을 하게 된다는 것이다.
설탕이나 카페인, 니코틴은 물론 마약까지, 거의 모든 물질을 계속 섭취하면 뇌가 그에 맞춰 변하고, 그 물질이 없을 때 갈망이 생긴다. 쾌감을 주는 것이라면 무엇이든 강박의 대상이 될 수 있고, 오르가슴도 예외는 아니다. 필자는 뇌가 음식 같은 영양 물질과 약물 같은 향정신성 물질을 구분하지 않으며 신경화학 작용은 똑같다고 설명했다.
음식에 대한 강박은 실재하며 극복하기도 어렵다. 필자는 일부 식품업계가 의도적으로 지나치게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 원래 개인과 종의 생존을 위해 존재하는 신경 시스템을 과도하게 자극한다고 비판했다. 강박적인 성행동 역시 음식처럼 부정적인 결과에도 멈추지 못하는 갈망을 동반한다. 하지만 두 가지 모두 정신질환 진단 기준인 DSM-5에서 독립된 질환으로 공식 인정받지는 못하고 있다.
박주원 soxak@soxak.com
저작권ⓒ '건강한 성, 솔직한 사랑' 속삭닷컴(http://soxak.com) /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