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후암 주범은 담배가 아니었다... 구강성교로 옮는 HPV
미국 인후암 60~70%가 HPV와 관련… 두경부외과 전문의 "백신이 최선의 예방책"

목에 생기는 암이라고 하면 흔히 담배를 먼저 떠올린다. 그런데 인후암의 가장 큰 원인은 흡연이 아니라 인유두종바이러스(HPV)다. HPV는 성관계로 전파되는 대표적인 바이러스로, 구강성교를 통해서도 옮을 수 있다. 감염 대부분은 저절로 사라지지만, 일부는 수십 년간 목 깊숙이 남아 암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주의가 필요하다.
13일 미국 클리블랜드 클리닉의 두경부외과 전문의 브랜던 프렌데스 박사는 HPV와 인후암(구인두암)의 관계, 감염 위험을 줄이는 방법과 놓치기 쉬운 증상을 설명했다. 우선 HPV는 가장 흔한 성매개 바이러스 감염병으로, 생식기를 감염시키는 유형만 30여 종에 이른다. 이 가운데 HPV-16 등 일부는 암을 일으킬 위험이 높은 고위험군으로 분류된다. 구강성교 중 감염된 생식기 조직에 입이 닿으면 바이러스가 옮을 수 있고, 주로 목과 편도, 혀에 자리를 잡는다.
프렌데스 박사에 따르면 HPV 감염은 대부분 1~2년 안에 저절로 사라진다. 하지만 일부는 본인도 모르게 목 안쪽에 수십 년간 머물며 증식하고, 그 과정에서 세포를 변화시켜 암으로 이어질 수 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미국 인후암의 60~70%가 HPV와 관련된 것으로 추정한다. 프렌데스 박사는 HPV가 인후암의 원인이라는 근거는 탄탄하며, 이제 학계에서 이를 반박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CDC에 따르면 구강 HPV 감염률은 남성 약 10%, 여성 약 3.6%로 추정된다. 다만 인후암과 가장 직접적으로 관련된 HPV-16 감염자는 전체 인구의 약 1% 정도다.
프렌데스 박사는 구강 HPV 감염과 관련 인후암 위험을 줄이는 방법으로 다섯 가지를 꼽았다. 그가 가장 강조한 것은 백신이다. 9~45세라면 HPV 백신을 3회 접종해 감염을 막고 관련 암 위험을 낮출 수 있다. 그는 접종률이 충분히 높아지면 점점 늘고 있는 이 암을 크게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성관계 상대를 줄이는 것도 중요하다. 연구에 따르면 평생 구강성교 상대가 6명 이상이거나 질 성교 상대가 26명 이상이면 인후암 위험이 높아졌다. 구강성교를 할 때 콘돔이나 덴탈댐 같은 차단막을 꾸준히 쓰면 피부 접촉이나 체액을 통한 전파 가능성을 줄일 수 있다.
치과 정기 검진도 도움이 된다. 구강암이나 인후암을 의심할 만한 변화를 가장 먼저 발견하는 사람이 치과의사인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담배와 술도 줄여야 한다. 흡연과 음주는 입과 목의 점막을 손상시켜 HPV가 자리 잡기 쉽게 만들고, HPV 관련 암의 치료도 어렵게 할 수 있다. 그 자체로도 암 위험을 높인다.
인후암 증상은 다른 질환으로 여기고 넘기기 쉽다. 프렌데스 박사는 HPV 관련 인후암 증상이 대수롭지 않게 설명되는 경우가 많아 주의를 끌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목에 멍울이 만져지거나 붓는 경우, 귀가 아픈 경우, 목 뒤에 뭔가 걸린 듯 삼킬 때 아픈 경우, 전에 없던 코골이가 생긴 경우가 해당된다. 음식을 먹기 어렵거나 목소리가 쉬는 등 변화가 생기거나, 목이 아프고 림프절이 커지거나, 이유 없이 체중이 줄 때도 의심해볼 수 있다. 이런 증상이 2주 넘게 이어진다면 진료를 받아보는 것이 좋다. 인후암은 일찍 발견해 치료하면 완치율이 높은 편이다.
박주원 soxak@soxa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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