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대 이상 성병 2배 '껑충'... 젊은 층보다 더 빠르게 늘었다
미국 55세 이상 임질·클라미디아 10년 새 2배 넘게 증가, 호주도 같은 흐름

성병은 흔히 젊은 층의 문제로 여겨진다. 하지만 전 세계적으로 50대 이상에서 흔한 성병 감염이 늘고 있고, 일부에서는 젊은 층보다 증가 속도가 더 빠른 것으로 나타났다. 이혼 후 새로운 만남이 늘고 데이팅 앱 등으로 연애 방식도 바뀌었지만, 성교육과 의료 정책은 여전히 젊은 층에 맞춰져 있어 중장년의 성 건강이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는 지적이다.
6일(현지 시각) 학술 전문 매체 더컨버세이션(The Conversation)은 2024년 11월 호주 연구자들의 기고를 통해 중장년층 성병 증가 실태와 원인, 대응 방안을 짚었다. 필자들은 성 건강을 생애 전반에 걸쳐 다뤄야 한다며 중장년의 성에 대해 더 이상 침묵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 자료에 따르면 55세 이상에서 대표적인 성병인 임질과 클라미디아 감염률은 2012년부터 2022년 사이 2배 넘게 증가했다. 호주도 비슷하다. 2013~2022년 40세 이상에서 클라미디아, 임질, 매독 진단이 꾸준히 늘었는데, 40세 이상 클라미디아 신고 건수는 2013년 5883건에서 2022년 10263건으로 증가했다. 2020년 호주 여성 대상 연구에서는 2000~2018년 55~74세 여성의 성병 진단 증가 폭이 젊은 여성보다 컸다.
전체 감염률은 여전히 젊은 성인이 가장 높다. 그러나 필자들은 중장년층의 뚜렷한 증가세를 볼 때 성 건강을 생애 전반에 걸쳐 살펴야 한다고 말한다.
◆ 자유로운 성 문화 겪은 세대, 늦은 이혼과 새로운 만남
성병 증가는 전 연령대에서 나타나는 세계적 흐름이다. 다만 중장년층에서는 달라진 연애·성 문화와 드러나지 않은 성 건강 수요가 함께 작용한 결과로 보인다. 1960~70년대에 성인이 된 베이비붐 세대는 이른바 '자유연애' 시대를 겪은 세대로, 나이가 들어서도 성에 대한 태도가 윗세대와 다르다. 호주의 이혼 연령 중앙값이 43세를 넘어섰고 인터넷으로 이혼·사별 후 새로운 만남의 기회도 늘면서, 중장년이 새로운 성생활을 시작하거나 여러 파트너를 만나는 것도 자연스러운 흐름이 됐다.
반면 이들은 학교에서 성교육을 받지 못했거나, 젊은 층을 겨냥한 요즘의 안전한 성관계 캠페인을 자기 이야기로 받아들이지 못할 수 있다. 임신 걱정이 없으니 콘돔이 필요 없다고 여기기 쉽고, 상대에게 안전한 성관계를 요구하거나 성병 검사를 받는 데도 자신감이 부족할 수 있다.
필자들은 오늘날 노년의 성생활이 사회적으로 거의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나이 든 몸은 매력과 활력을 잃은 것으로 여겨지고, 노인은 성과 무관하다는 고정관념이나 노년의 성을 비웃는 농담이 여전하다. 영화나 드라마에서도 나이 든 사람의 성을 긍정적으로 그리는 경우는 드물다.
정책도 마찬가지다. 호주의 성·생식 건강 정책을 검토한 연구에서 중장년층은 거의 언급되지 않았다. 성 건강 정책은 감염률이 가장 높은 집단을 주로 겨냥하고, 생식 건강 정책은 출산 연령대를 대상으로 하다 보니 중장년은 양쪽 모두에서 빠지게 된다. 성 건강 정책이 위험 예방에만 초점을 맞추고 '성적 웰빙'은 다루지 않는다는 점도 문제로 꼽혔다. 즐거운 성생활을 누릴 자유와 능력을 뜻하는 성적 웰빙은 모든 연령대에서 전반적인 건강, 삶의 질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 의사는 꺼리고, 환자는 민망해하고
대부분의 성병은 쉽게 치료할 수 있다. 하지만 오랫동안 진단·치료 없이 방치하면 심각한 합병증이 생길 수 있고, 다른 사람에게 옮길 수도 있다. 일부 성병은 증상이 없고 정기적으로 검사를 받는 사람도 많지 않아 진단이 늦어지는 경우가 적지 않다. 특히 나이 든 이성애자는 다른 집단보다 정기 검사를 받는 비율이 낮다.
진료실에서도 벽이 있다. 일부 의사는 환자가 불쾌해할까 봐, 혹은 나이 든 사람의 감염 위험은 낮다고 여겨 검사를 권하지 않는다. 환자가 먼저 꺼내지 않으면 성 건강 이야기를 피하는 의사도 많다. 반면 중장년 환자는 성에 관한 이야기를 꺼내는 것 자체를 민망해하는 경우가 많다.
필자들은 의료진과 환자가 성 건강과 성병 검사에 대해 쉽게 이야기할 수 있도록 돕는 자료를 마련하는 것이 첫걸음이 될 수 있다고 제안했다. 중장년층을 겨냥한 성 건강 캠페인을 펼치고 진료 서비스 접근성을 높이는 것도 필요하다.
한편, 나아가 중장년과 노년을 위한 정책과 현장에서 성적 웰빙을 중요한 과제로 다뤄야 한다고 강조했다. 성과 친밀감이 삶에서 갖는 의미를 인정하는 포괄적인 접근이 생애 전반의 성 건강과 성병 예방에 더 효과적으로 대응하는 길이라는 것이다.
박주원 soxak@soxa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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