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년 새 절반 이상 줄어" 남성들 정자 수가 감소하는 이유
연구진 "결과 충격적, 원인 규명 시급"

남성 생식력을 가늠하는 가장 확실한 지표로 꼽히는 정자 수가 수십 년 사이 크게 줄었다는 분석이 나왔다. 북미와 유럽, 호주, 뉴질랜드 등 서구 남성의 정자 수가 40년이 채 안 되는 기간에 절반 넘게 감소했고, 그 추세가 꺾일 기미도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생활환경 속 화학물질과 흡연, 비만 등이 원인일 수 있다고 보고 원인 규명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6일(현지 시각)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TIME)은 학술지 '인간생식 업데이트(Human Reproduction Update)'에 실린 이 연구를 보도했다. 정자 수 감소를 다룬 연구는 이전에도 있었지만, 관련 연구를 종합 분석한 메타분석은 이번이 처음이다. 연구를 이끈 이스라엘 히브리대-하다사 공중보건대학원의 하가이 레빈 박사는 결과가 매우 심각하고 충격적이라고 밝혔다.
◆ 1973~2011년 정자 농도·총수 모두 50% 넘게 감소
연구진은 7500여 건의 연구를 검토해 기준에 맞는 185건을 추렸다. 임신을 시도해본 적이 없어 생식력을 알 수 없는 남성이나 임신에 성공한 적이 있는 남성을 다룬 연구만 포함했고, 시험관 시술 병원을 찾는 등 난임이 의심돼 모집된 남성을 다룬 연구는 제외했다.
분석 결과 1973년부터 2011년까지 서구 남성의 정자 농도와 총 정자 수는 모두 50% 넘게 줄었다. 1995년 이후 연구만 따로 분석해도 감소세는 누그러지지 않았다. 다만 이번 분석에는 서구 이외 지역 남성은 포함되지 않았다는 한계가 있다.
연구에 참여하지 않은 미국 국립보건원(NIH) 산하 국립아동보건·인간발달연구소의 엔리케 쉬스터먼 역학부장은 정자 수 감소가 50년 넘게 알려져 온 현상이지만 이처럼 체계적으로 문헌을 분석한 적은 없었다며, 이를 뒷받침하는 잘된 연구이고 심각한 문제라고 평가했다.
이번 연구가 감소 원인을 밝히지는 않았다. 다만 레빈 박사는 기존 연구에서 정자 수 감소가 태아기 화학물질 노출, 성인기 농약 노출, 흡연, 스트레스, 비만 같은 환경·생활습관 요인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그는 서구 남성들이 지난 수십 년 동안 살면서 새로운 인공 화학물질에 노출됐고, 이런 물질이 생식 기능을 해친다는 근거가 늘고 있다며 하나의 가능한 설명으로 제시했다.
쉬스터먼 부장도 환경 요인을 의심했다. 결과가 사실이라면 환경 요인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 학계의 공통된 인식이며, 유전적 요인으로는 이렇게 빠른 감소를 설명할 수 없다는 것이다.
한편, 연구진은 정자 수 감소의 원인과 예방법을 찾기 위한 연구가 더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레빈 박사는 화학물질 규제나 식단·신체 활동 개선, 금연 정책 등을 통해 근본 원인을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개인 차원에서는 스트레스를 줄이고, 담배를 끊고, 꾸준히 운동하며, 식단과 체중을 잘 관리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고 조언했다.
박주원 soxak@soxa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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