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길어질수록 위험? "피부도 외로움을 느낍니다"
신체 접촉 줄면 도파민 감소·코르티솔 증가…스트레스·우울·불안 악화 가능성

포옹이 그립고 누군가의 손길이 간절하게 느껴지는 것은 단순한 외로움만의 문제가 아닐 수 있다. 과학계에서는 신체 접촉이 부족한 상태를 '피부 기아(skin hunger)' 또는 터치 결핍으로 부르며, 이러한 상태가 심리와 신체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이어지고 있다.
신체 접촉은 인간이 타인과 연결되는 가장 기본적인 소통 방식 가운데 하나다. 부모가 아이를 안아주거나 연인이 손을 잡는 행동, 친구가 서로를 껴안고 등을 토닥이는 행동 모두 피부를 통해 친밀감과 안정감을 전달하는 접촉에 해당한다.
■ 부드러운 손길 하나가 호르몬 반응 바꾼다
터치는 뇌와 신경계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 상담 심리학자 안찰 나랑은 "터치 결핍은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도파민이 감소하고 사람들과의 연결감이 줄어든다"고 말했다. 그는 "따뜻한 접촉이 우리를 사람들과 연결해준다"며 "악수나 미용실 방문처럼 사소한 접촉도 중요하며 재택근무와 대면 만남 감소로 피부 기아가 현실적인 문제가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인체에는 C-촉각 구심성 신경(C-tactile afferents)으로 불리는 신경 말단이 존재한다. 이 신경은 천천히 움직이는 부드러운 접촉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이러한 자극은 옥시토신 분비를 촉진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옥시토신은 흔히 '포옹 호르몬'으로 불리며 신뢰와 유대감 형성에 관여한다. 반대로 접촉이 부족한 상태가 이어질 경우 스트레스와 불안, 우울감 등이 커질 수 있다는 설명도 나온다.
심리치료사 레아 간디는 "스트레스를 받으면 몸에서는 코르티솔이 분비되는데 사람을 진정시키는 방법 가운데 하나가 접촉"이라고 말했다. 그는 "아기가 유모차에서 울다가도 안아 올리면 조용해지는 것처럼 피부 접촉은 안전감을 전달한다"고 설명했다.
영아기의 접촉 역시 중요하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간디는 "영아기에 충분한 접촉을 받지 못할 경우 다양한 발달 장애를 경험할 수 있다는 연구도 있다"고 말했다.
■ 혼자 사는 사람에게 더 크게 다가오는 터치 결핍
터치 결핍은 혼자 생활하는 사람에게 더 선명하게 나타날 수 있다. 일상에서 자연스럽게 이뤄지던 포옹이나 악수, 가벼운 신체 접촉 자체가 크게 줄어들기 때문이다. 코네티컷에서 혼자 유학 중이던 23세 나브야는 "외롭거나 힘들 때 친구들이 안아주거나 등을 토닥여주면 그래도 조금은 나아지는 느낌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혼자 있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집중도 잘되지 않고 이 상황에서 벗어나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날도 있다"고 전했다.
일상적인 신체 접촉은 성적인 의미와는 구분된다. 친구 사이의 포옹이나 악수, 가족 간의 가벼운 접촉처럼 친밀감과 안정감을 전달하는 행동 역시 터치에 포함될 수 있다.
한편 간디는 "특히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문화권에서는 우정에서도 상당히 촉각적이어서 오랫동안 그 접촉을 빼앗기면 더 힘들다"고 말했다. 반려동물과 교감하거나 마사지를 받는 방식으로 접촉을 일부 보완할 수 있지만, 사람과 사람 사이의 직접적인 신체 접촉이 주는 안정감과 유대감에는 고유한 특성이 있다는 설명이다.
박주원 soxak@soxa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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