삽입 없어도 성병 전염? 전문가들이 밝히는 ‘은밀한 위험’
구강 성교부터 손 자극까지…보이지 않는 감염 경로와 올바른 검사 시점

삽입이 없는 성행위라면 안전하다고 믿는 사람들이 많지만 전문가들은 “그렇지 않다”고 경고한다. 구강 자극이나 손 자극 같은 비삽입 행위로도 성감염증(STI)은 충분히 전염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많은 이들이 ‘삽입이 없으면 감염되지 않는다’는 오해 속에 자신을 안전하다고 생각하지만 이로 인해 감염 가능성을 스스로 놓치게 된다.
17일(현지 시각) 미국 헬스라인에 따르면, 의학 전문가들에 따르면 성병(STD)과 성감염증(STI)은 모두 성행위를 통해 전염되는 질환을 뜻한다. 단 증상이 있을 경우를 ‘질병(disease)’이라 부르고 증상이 없거나 미약할 경우 ‘감염(infection)’으로 구분한다. 일상적으로 두 용어는 거의 같은 의미로 쓰인다.
닥터 펠리체 게르쉬는 “일부 성병은 피부 접촉이나 체액 교환만으로도 전염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감염 입자는 구강이나 질 내부 깊은 곳이 아닌 피부 표면이나 체액에 존재하기 때문에 삽입이 없더라도 전염될 수 있다. 다만 모든 성감염증이 모든 체액을 통해 감염되는 것은 아니며 질환의 종류와 감염 부위에 따라 위험 수준이 달라진다.
입술·침·피·모유·질 분비물·쿠퍼액·정액·항문 분비물 등 체액을 매개로 전염될 가능성이 있다. 이에 따라 키스, 구강성교, 손을 이용한 자위 행위, 유두 자극 등도 감염 경로가 될 수 있다. 생리혈이나 다른 부위의 혈액, 모유를 포함한 플레이도 예외가 아니다.
비성적 행위로도 전염이 가능한 경우가 있다. 문신, 피어싱, 세척되지 않은 성인용품 공유, 수혈, 주사기 공동 사용, 모유 수유, 출산 등이다. 다만 화장실, 수영장, 온수 욕조를 통한 전염은 과학적으로 입증된 근거가 부족하며 대부분의 병원체는 체외에서 생존하지 못한다.
의학계는 ‘잠복’이라는 표현 대신 ‘무증상’과 ‘잠재’라는 용어를 사용한다. 예를 들어 HPV에 감염된 경우 증상이 없더라도 자궁경부 세포에 변화를 일으킬 수 있으며 감염자는 자신이 모르는 사이 타인에게 전염시킬 수 있다. 또 감염 직후에는 항체 형성에 시간이 필요해 검사에서 양성 반응이 바로 나오지 않을 수도 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모든 성인에게 연1회 STI 검사를 권장한다. 특히 새로운 파트너와 관계를 시작하기 전 검사를 받는 것이 가장 안전하다고 강조한다. 이는 자신의 감염 상태를 확인하고 전염 위험을 줄이는 유일한 방법이다.
성감염증의 잠복기(감염 후 양성 판정까지 걸리는 시간)는 ▲클라미디아 7~21일 ▲생식기 헤르페스 2~12일 ▲임질 1~14일 ▲A형 간염 15~50일 ▲B형 간염 8~22주 ▲C형 간염 2~26주 ▲HIV 2~4주 ▲HPV 1개월~10년 ▲구강 헤르페스 2~12일 ▲매독 3주~20년 ▲트리코모나스 5~28일 다.
만약 전날 보호 없이 성관계를 했다면 즉시 검사를 받더라도 감염 여부를 확인하기 어렵다. 일반적으로 2주 후 한 번 검사하고 다시 2주 후 재검을 받는 것이 좋다. 여기서 ‘비보호 성관계’는 콘돔 없는 삽입뿐 아니라 장벽 없이 이루어진 모든 성행위를 포함한다.
검사를 처음 받는 사람이라면 가까운 보건소나 검사소를 찾아야 한다. 방문 전 어떤 항목을 검사하는지 확인하고 구강·항문 감염 여부를 포함할지 명확히 요청해야 한다. 대부분의 검사소는 기본적으로 클라미디아, 임질, HIV, 매독만 검사한다.
결국 삽입 없는 성행위로도 감염 위험은 존재한다. 자신과 파트너 모두의 감염 상태를 아는 것이 성 건강을 지키는 첫걸음이다.
박주원 soxak@soxa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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