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 올림픽에서 제기된 인터섹슈얼 논쟁
이번 올림픽에서 여자 복서의 성별 논란이 일어났죠. 논란의 당사자는 여성 복싱 참가자인 알제리의 이마네 칼리프 선수와 대만의 린위팅 선수! 이들은 남성 염색체의 소유자라는 소문에, 테스토스테론 수치도 현저하게 높다고 알려져서 전 세계적으로 인터섹슈얼 논쟁을 불러일으켰습니다.
지난해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실격당하며 ‘성별 논란’에 휩싸인 칼리프 선수와 린 선수는 결국 파리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땄습니다. 언뜻 보면 ‘이건 남자 아니야?’ 싶을 정도로 체형이나 근육의 질이 인상적이었기 때문이었습니다. 물론 두 선수를 향한 비난 여론도 무척 거셌죠. <해리 포터> 시리즈의 작가 조앤 롤링은 칼리프가 이탈리아의 안젤라 카리니 선수와의 16강전 경기에서 압승한 사실을 SNS에 올리며 “이건 말이 안 된다”라고 울분을 토로했고 테슬라의 CEO 일론 머스크도 “남자는 여자 경기에 뛸 수 없다는” 글을 공유하며 논쟁의 불을 댕겼습니다.
알제리의 이마네 칼리프 선수는 2024 파리 올림픽 출전 여부가 결정됐을 때부터 이미 ‘성별 논란’에 휩싸였습니다. 그래서 지난해 세계 복싱 선수권대회에서 결승전을 앞두고 실격 처분을 받기도 했죠. 대회를 주관한 국제복싱협회(IBA)의 우마르 클레믈레프 회장은 인터뷰에서 “칼리프와 린은 XY 염색체를 가지고 있다”라고 발언했지만, 이는 클레믈레프 회장의 주장일 뿐 정확한 근거는 알려진 바가 없다는 후문입니다. 그리고 올해,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두 선수에게 출전 자격을 부여했습니다. IOC는 선수 참가 자격을 각 종목의 협회에서 결정하도록 하는데, IBA는 지난해 IOC에서 퇴출당했고 대신 임시 기구인 파리 복싱 유닛(PBU)이 2024 파리 올림픽 복싱 종목을 관장했기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그리고 IOC는 칼리프와 린이 PBU의 모든 규정을 준수했다고 밝혔죠.
이처럼 이마네 칼리프 선수와 린위팅 선수처럼 전형적인 성별 이분법에 들어맞지 않는 이들이 전 세계 인구 중 약 1.7%에 달한다고 합니다. 이들을 인터섹슈얼(intersexual)라고 부르는데, 인터섹슈얼이라는 사실은 태어나면서부터 드러나기도 하지만, 2차 성징기나 임신을 시도할 때 비로소 알게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게다가 발현 양상에 따라 평생 모른 채 살 수도 있고요. 과학적·의학적으로도 여성 vs 남성, 무엇이 그 성별을 결정짓는지 여부는 단순하지 않습니다. 점점 과학계도 X 염색체와 Y 염색체 구성이 아니라 그보다 작은 여러 ‘유전자’가 성을 결정한다고 보고 있는 추세이고요. 그동안 올림픽 등 국제 스포츠 대회는 ‘진짜 여성’을 선별해 내려는 노력을 계속해 왔습니다. 남녀 구분이 애매모호한 성별을 구분하고자 신체·염색체·혈중 테스토스테론 수치 검사 등을 도입했지만 여전히 그 기준은 여러 맹점을 가지고 있다는 평입니다.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도 여성 복싱 경기에서 불거진 인터섹슈얼 논쟁 관련 기자회견에서 “두 선수는 여자로 태어나 여자로 자랐으며, 여권에도 여자로 나와 있다”라며 “오랫동안 여자로 경쟁해 온 두 선수는 여자 선수가 맞다”라고 언급했습니다. 스포츠는 2010년대에 들어서야 인터섹스·트랜스젠더 선수에게 문을 열기 시작했고, 논의는 이제 막 시작한 상황입니다. 체형과 근육의 질이 남성적이라고 해서, 즉 신체적 메리트가 있다고 스포츠 경기에서 무조건 불공정한 건 아닙니다. 이제 트랜스여성 선수, 인터섹슈얼 선수와 다른 여성 선수가 정말 겨룰 수 있을지, 찬찬히 살펴볼 때입니다.
관리자 soxak@soxa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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