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식 꽃뱀, 골드 디거 주의보
상대 남자에게 금품을 갈취하려는 목적으로 성적으로 유혹하는 행위를 하는 여성을 흔히들 ‘꽃뱀’이라고 하죠. 그런데 영어로도 꽃뱀에 해당하는 단어가 있다는 사실, 알고 계셨나요? 오로지 돈을 목적으로 남자를 만나는 여자, 바로 ‘골드 디거’가 그 주인공!
팝 싱어 카니예 웨스트의 노래 중 ‘골드 디거’라는 메가 히트곡이 있습니다. gold(금) 와 ‘digger(캐는 사람)’이라는 독특한 제목인데요. 이 단어는 우리로 치면 ‘꽃뱀’에 해당하는 뜻입니다. 다른 이성에게 의도적으로 접근하여 몸을 맡기고 금품을 우려내는 행위를 속되게 이르는 말로 통하죠. 그의 노래 가사 역시 꽃뱀 연인과의 관계를 위트 있게 풍자합니다. 물론 그 이면에는 남자들의 외모지상주의와 여자들의 물질만능주의를 풍자하는 내용이 숨어 있고요. 영어사전에서 ‘Gold Digger’를 찾아봐도, 사전적 의미는 ‘금광꾼, 사금꾼, 황금광’이지만, 현재는 ‘돈을 목적으로 타인과 교제하는 사람’을 가리킨다고 나와 있죠. 이 표현의 어원은 미국 캘리포니아를 무대로 골드러시가 일었을 당시 돈벼락을 맞은 광부들에게 자신의 미모와 몸을 무기로 금을 빼낸 여성들에게서 비롯됐다고 합니다. 그래서 영미권에서는 이 단어를 주로 돈도 나이도 많은 남성들과 교제하며 돈을 캐내는 젊은 여자를 가리킬 때 사용한다고 하죠.
이런 사례는 사실 국경을 초월해 존재합니다. 세계 어디서나 예쁘면 모든 게 용서된다를 외치며 돈을 퍼붓는 남자도, 이를 이용해 편하게 살고 싶은 여자도 존재하기 때문이죠. 가끔 남성의 능력과 지위 등의 상징물로서 취해진 여성이라는 뜻의 ‘트로피 와이프’와 혼동되기도 하지만, 오직 남성의 재력을 갈취하는 것이 목적이라는 의미인 ‘골드 디거’ 쪽이 더 부정적인 뉘앙스를 띱니다. 미국의 대표적인 골드 디거를 꼽자면, 26세 때 89세의 석유 재벌 하워드 마셜과 결혼한 안나 니콜 스미스, 플레이보이 창업자 휴 헤프너와 결혼한 크리스탈 해리스가 유명하고요. 개인주의가 우리보다 훨씬 강한 서구권은 당사자만 유혹하면 극적인 신분 상승 및 부를 누릴 수 있어서 골드 디거들에게 좋은 환경을 갖추고 있습니다. 게다가 이혼하면 위자료도 두둑하게 챙길 수 있고요.
골드 디거들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치밀하게 계획해서 돈 많은 남자들을 타깃으로 소위 말해 ‘들이대는’ 행동을 보이는데요. 그 예로 교제 중에 결혼이 어려워 보이면 그냥 임신만 하고 양육비를 청구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미국의 경우 양육권은 대부분 여자한테만 주어지고 양육비는 남자 연봉의 30% 기준으로 청구되기 때문에 더욱 그렇죠. 그래서 어떨 땐 태어나지도 않은 아이를 출생신고해서 양육비를 청구한 예도 있다고 할 만큼! 특히 미국 월가나 실리콘 밸리의 고액 연봉자들을 원나잇 대상으로 노리고 성관계할 때 콘돔에 구멍을 뚫는 골드 디거들도 많다고 합니다. 이 때문에 자산가나 금전적 여유가 있는 싱글 남성들 중에서는 확실한 피임을 위해 아예 처음부터 정관수술을 하거나, 최소한 본인이 준비한 안전한 콘돔만 사용하는 케이스도 많고요.
그래서 서양에선 골드 디거들의 사건 사고가 많다 보니 부자들이 이런 경우를 대비해 아예 결혼 전에 혼전 계약서를 쓰는 경우가 흔해졌습니다. 내 돈이 아니라 나를 사랑한다는 걸 증명해달라는 요구일까요? 이같이 남자와의 관계에 있어서 금을 캐는 자세로 임하는 여자들을 무조건 경멸시하는 것은 문제가 있겠지만, 그것을 미화하는 것 또한 그냥 순순히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습니다. 요즘은 사랑도 돈으로 살 수 있는 것 같아 씁쓸할 뿐입니다.
관리자 soxak@soxa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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