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랜스젠더의 최대 적은
극단적 페미니스트, 터프?
국내에서도 트랜스젠더 그룹과 성전환을 인정하지 않는 페미니스트들의 갈등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트랜스젠더 모임의 대표적 활동가가 공식 학회에서 극단적 페미니스트들이 성 다양성을 해치고 있다고 비판했다.
트랜스젠더 권익단체인 비온뒤무지개재단의 한채윤 상임이사는 지난 23일 서울 세종대에서 개최된 대한성학회 춘계학술대회 ‘성소수자, 우리가 알라야 할 것들’ 세션에서 트랜스젠더를 배제하는 급진적 여성주의인 TERF(Trans-exclusionary radical feminist)가 성소수자의 인권을 침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터프는 1979년 미국의 여권운동가 재니스 레이먼드가 《트랜스섹슈얼제국》에서 “트랜스젠더는 남성이 여성의 몸을 전유해 실제 여성의 형체를 인공물로 환원함으로써 여성의 몸을 강간하다”고 주장했고 수많은 페미니스트들이 이에 호응하면서 급속히 확산됐다. 한채윤 이사의 표현에 따르면 트랜스젠더는 남성이 여성의 몸을 도둑질한 것이라는 주장이다. 그러나 이들 페미니스트 그룹은 터프가 편향적 용어이고 자신들을 ‘성 비판적 페미니스트’로 불러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기도 하다.
서구에서는 1970, 80년 확산됐다가 지금은 다소 가라앉았지만, 국내에서는 2018년 혜화역의 홍대 불법촬영 편파수사 규탄시위와 임신중단 합법화 시위 등을 통해서 불이 붙었다. 특히 혜화역 시위에서는 ‘생물학적 여성만 참여 가능하다’는 원칙 아래 트랜스젠더를 조롱하는 유인물이나 피켓이 등장하기도 했다.
트랜스젠더들이 터프의 위협에 대해서 가장 실감한 것은 지난해 숙명여대 법학부에 트랜스젠더 A씨가 합격했다가 페미니스트들의 반대와 위협 때문에 등록을 포기한 사건이 벌어졌을 때이다.
숙대의 페미니스트들은 대자보와 유인물 등을 통해 A씨의 입학을 반대했고, 특히 ‘명신여학교에 내시 입학’이라는 모욕적 대자보는 트랜스젠더 그룹을 분개하게 만들었다. 당시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A씨가 결국 입학을 포기했다는 서울경제신문의 뉴스를 자신의 페이스북에 공유하면서 “래디컬 페미니스트가 아니라 울트라 페미닌 섹시스트(성차별자)들. 그들의 존재는 존중하나 그들의 생각에는 반대한다”고 의견을 달았다.
터프는 ▲남성에서 여성으로 전환한 트랜스젠더는 자궁이 없고 생리통이나 임신, 출산 등을 경험하지 못해 대한민국에서 여성으로 살면서 받는 차별 경험이 없으므로 진짜 여성이 아니며 ▲남성으로서 결격사유가 있는 남성이므로, 남성이 결함을 여성에게 전가하는 것이고 ▲현재 남성 위주 사회에서 타파해야 할 여성 성역할을 오히려 강화하므로 여성인권에 걸림돌이 된다는 등의 이유로 트랜스젠더를 반대하고 있다. 특히 트랜스젠더는 성을 자기 마음대로 바꿀 수 있다고 하는데, 그렇다면 자신을 고양이나 강아지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을 고양이나 강아지로 인정해야 하느냐고 묻는다. 실제로 유튜브에서는 트랜스젠더를 희화화한 ‘트랜스 고양이’ 뮤직비디오가 인기를 끌고 있다. 영상의 댓글에는 페미니스트뿐 아니라, 성소수자에 반대하는 남성으로 보이는 누리꾼들의 호응 댓글도 적지 않다.
한채윤 이사는 이날 학회에서 “터프는 극단적 여성권익을 주장하는 과정에서 태극기 부대의 시위에도 참여하고 있는데, 둘 다 성소수자를 차별하는 측면에서 동일하다”고 주장했다. 한 이사는 또 “한 출판사가 터프의 책들을 계속 출판하고 있는데, 트랜스젠더가 숙대 입학을 포기했을 때에는 저지 기념 이벤트까지 펼쳤다”면서 “상업주의가 극단적 페미니즘과 결합해서 성 다양성을 파괴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관리자 soxak@soxa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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