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arning.or.kr’ 우회해 야동 찾는 아이들, 덮는 게 능사인가
‘웹하드 카르텔 맹주’ 양진호 한국미래기술 회장이 도화선이 돼 불법 야동을 유통한 웹하드 업체 대표들이 잇따라 구속되거나 수사받고 있다. 한편으로는 ‘몰카’나 ‘리벤지 포르노’ 등 악성 음란물에 대한 여성들의 분노가 ‘남혐’으로 증폭되고 있다. 국내에선 포르노 사이트의 접근을 차단하면 나타나는 웹페이지 ‘warning.or.kr’이 전체 웹사이트 트래픽 순위에서 상위권을 차지한다. 요즘엔 우회 접속하는 방법이 널리 공유돼 포르노 차단이 세금 낭비라는 비판도 적지 않다. 성 전문가와 교육계 등에선 “당사자가 촬영이나 배포에 동의하지 않은 영상, 미성년자 포르노 등의 유통은 적극적으로 막아야 하지만 포르노 전면 차단이 타당한지 논의할 시점”이라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지난 2일 열린 대한성학회 학술대회에서 소개된 동영상에서 중학생 유튜버 로디는 “어른들은 피임교육도 주저하지만 아이들은 이미 야동부터 경험한 상태”라며 “야동의 메시지가 어떤 점에서 비현실적인지를 교육하는 것이 현실적”이라고 주장했다. 일선 성상담사들은 “아파트 문화에다 자녀 입시 위주의 가정환경 때문에 40대 중반 이후 부부 관계가 멀어지기 십상이어서 중년 기혼자 중에서도 포르노를 보면서 혼자 문제를 해결하는 이가 많다”며 “이들을 잠재적 범죄자로 만드는 것이 옳은지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과 일부 공산국가, 이슬람국가를 제외한 대다수 국가에선 포르노가 합법이다. 선진국에서도 한때 포르노가 ‘악의 씨앗’ 취급을 받았다. 종교인들은 포르노가 성도덕을 타락시킨다고, 페미니스트들은 여성의 성적 종속을 조장한다고 비난했다. 포르노가 성범죄의 원인이라는 소규모 연구결과도 이어졌다.
반전은 1970년 일어났다. 미국의 린든 존슨 대통령이 위원회를 만들어 포르노의 유해성을 입증하려고 했지만 뜻밖에도 포르노의 유해성 못지않게 남자의 성적 환상을 풀어 주고 성도착증을 대신 해결하는 순기능이 크다는 결론이 나온 것이다. 61년 덴마크가 포르노를 양지에 끌어내 무제한으로 개방하고 장기간 관찰했더니 성범죄가 꾸준히 감소한 것으로 드러났다.
포르노는 산업 발전에도 큰 역할을 했다. 비디오 산업에서는 포르노를 포용한 JVC의 VHS가 이를 배척한 소니의 베타맥스 방식을 이겼다. 인터넷의 보급에서도 포르노가 결정적 역할을 했다. 초기 검색어의 70% 이상이 섹스 관련이었다는 조사결과도 있다. 가상현실(VR)의 발전에도 포르노가 결정적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자극을 추구하는 포르노 업체들의 경쟁이 비정상적 야동을 양산하면서 역기능도 진화하고 있으며, 이에 대한 연구결과도 잇따르고 있다. 호주 제임스쿡대학의 조사결과 야동에 빠지면 이성이 성에 대해 적극적일 것이라는 상상을 부추기는 것으로 드러났다. 캐나다 퀘벡대학의 연구에선 자극적이고 폭력적 성행위가 일반적이라고 생각하게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호주 멜버른대학 연구에선 성범죄를 저지른 청소년 대부분이 포르노에 노출된 것으로 드러났다. 미국 네브래스카대학 연구진에 따르면 일찍 포르노를 접한 청소년은 성차별주의자가 될 가능성이 컸다. 야동이 실제 성관계의 만족도를 낮춘다는 연구결과도 잇따라 나왔다.
최근 선진국에선 포르노 찬반을 뛰어넘는 시도가 시행되고 있다. 영국 하원에서는 사춘기 이전에 포르노물의 실체에 대해서 교육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야동이 묘사하는 비현실적인 성관계로 인해 성인식이 삐뚤게 자리 잡는 것을 예방하자는 것이다. 노르웨이 공영방송 NRK의 P3채널에선 일반인 커플의 자연스러운 성관계 장면을 그대로 보여 준다. 10대가 포르노에 노출되기 전에 누드와 섹스에 관한 건강한 시각을 제공하자는 취지다.
백완종 기자 soxak@soxa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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