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칭 이성애자들이 동성 파트너와 관계를 갖는 이유는?
자칭 이성애자들은 왜 동성 파트너와 함께 시간을 보낼까? 이런 물음을 던지는 것은, 이성애자들이 한때 생각했던 것보다는 훨씬 더 ‘성적으로 유동적’(sexually fluid)이 됐기 때문이다.
성 전문가들은 최근 몇 년 새 성정체성을 다양한 스펙트럼으로 보는 추세가 나타나고 있다고 밝혔다. 성정체성을 종전처럼 이성애자·남성 동성애자·여성 동성애자·양성애자 등 각각 다른 그룹으로 보는 시각에서 벗어나, 시간이 흐름에 따라 변할 수 있는 유동적인 것으로 보는 시각이 새로 생겼다는 것이다. 그 좋은 예가 여러 그룹의 성정체성 소유자들을 통틀어 말하는 ‘퀴어’(queer, 성소수자)라는 용어다.
미국 노스캐롤라이나대·미주리주립대의 공동 연구 결과에 따르면 이성애자를 자처하면서도 동성애를 원하거나 실제로 하는 대학생들이 최근 늘고 있다. 성욕과 행동은 성정체성과 똑같지 않다는 뜻이다. 연구팀은 ‘온라인대학 사회생활 설문조사’(Online College Social Life Survey, 2005~2011년)의 일부로 조사에 참가한 대학생 약 2만4천명의 데이터를 분석했다.
그 결과, 총 참가자 가운데 약 8백 명이 가장 최근의 성관계 파트너는 동성이라고 밝혔다. 또 남성 동성애 관계를 한 사람들의 약 12%, 여성 동성애 관계를 한 사람들의 약 25%가 자신들은 이성애자라고 답변했다.
연구팀은 자칭 이성애자들 가운데 최근 동성애 관계를 한 사람들을 6개 계층(또는 유형)으로 분류했다.
제1 계층(약 29%)은 동성애 관계를 즐기고, 동성애 관계를 한 적이 있을 가능성이 매우 큰 사람들이다. 이들 중 약 50%는 최근의 동성애 파트너와 장기간 관계를 유지하길 원한다고 밝혔다. 일명 ‘열망 계층’(wanting more class)이다.
제2 계층(약 22%)은 과거 동성애 파트너를 만적 적이 없을 가능성이 매우 크고, 사회적으로 진보적인 성향을 가진 사람들이다. 이들 중 약 70%는 동성애 관계에 앞서 폭음을 했다고 밝혔다. 일명 ‘음주·호기심 계층’(drunk and curious class)이다.
제3 계층(약 21%)은 모두 여성들이고, 동성애 행위를 남들이 보는 앞에서 공개적으로 했으나 생식기 접촉은 전혀 하지 않았다. 동성애 행위에 앞서 술을 마셨을 가능성이 매우 크고, 앞으로는 그런 행위를 원치 않을 확률이 높다. 남성들의 흥분을 유발하기 위해 동성애를 한 것으로 분석된다. 일명 ‘보여주기 계층’(maybe for show class)이다
제4 계층(약 12%)은 대부분 여성들이고, 예배 등 종교행사에 정기적으로 참석할 가능성이 매우 큰 사람들이다. 이들 중 약 50%는 자신들의 종교적 견해가 성관계에 대한 의견에 영향을 미친다고 밝혔다. 하지만 동성애 관계를 즐긴다고 말할 가능성이 매우 높고, 향후에도 동성애를 추구하길 바란다고 말할 가능성도 매우 높다. 일명 ‘동성애적 종교 계층’(loved it but religious class)이다.
제5 계층(약 9%)은 대부분 정치적으로 중립 성향이다. 모두들 동성애 관계 전에 파트너를 알고 있었고, 키스를 넘어서는 행위를 하지 않을 확률이 높다. 이들 중 약 60%는 동성애를 즐긴다고 밝혔다. 일명 ‘소소한 쾌락 계층’(little enjoyment class)이다.
제6 계층(약 7%)은 대부분 남성들이고 ‘동성애적 종교 계층’과 비슷하게 종교 행사에 정기적으로 참가한다. 가벼운 동성애 행위만 즐긴다. 이들 중 거의 대부분은 동성 간 성적인 접촉은 나쁜 것이라고 믿고, 정치적으로 보수적이다. 일명 ‘매우 소극적인 계층’( just not who I can be class)이다.
여러 가지 중요한 시사점을 던진 이 연구 결과에는 그러나 한계점도 있다. 참가자들이 모두 대학생이었고, 그들은 성정체성 요소가 포함된 사회학 과목의 수강생들이었다. 따라서 이번 연구 결과가 인구 대표성을 갖는다고 보기는 어렵다.
한편 연구팀은 또 백인 대학생들의 경우 이성애자를 자처하면서 동성애 관계를 가질 확률이 흑인·아시아계 대학생들보다 더 높다고 밝혔다. 다른 일부 연구에서는 흑인이 그럴 확률이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김영섭 기자 edwdkim@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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