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냐 해안도시 성착취 아동 1만 명? 알고보니…
아프리카의 시티즌 TV는 케냐의 해안관광도시 음트와파(Mtwapa)에서 섹스관광 때문에 아동 1만 명 이상이 인신 매매·성매매 등 성착취를 당하고 있다고 지난 4월 웹사이트를 통해 보도했다. 이 방송은 또 아동 성착취의 원인으로 가난과 경제적 불평등을 꼽았다. 그러나 보도 내용 중 성매매에 종사하는 아동들의 추정치인 1만 명 이상은 사실무근인 것으로 최근 팩트체크 결과 밝혀졌다.
아프리카의 팩트체크 전문단체인 ‘아프리카 체크’ (africacheck.org)는 시티즌 TV 보도 내용의 근거인 2006년 연구 결과에 심각한 오류가 있다고 지적했다. 수치 계산 방식에 중대한 잘못이 있는 등 추정치 1만 명 이상은 ‘입증할 수 없는’(unproven) 것으로 드러났다는 것이다.
한편 ‘아프리카 체크’는 언론 보도와 공공 토론의 정확성을 검증하고 촉진하기 위해 2012년 설립된 아프리카의 첫 민간·비영리 팩트체크 단체다. 또 음트와파는 케냐의 두 번째로 큰 도시 몸바사에서 북동쪽으로 약 18km 떨어진 곳에 있다. 케냐의 2009년 인구센서스에 따르면 음트와파의 인구는 약 5만 명이다. 이 도시는 관광객들에게 인기가 많으나, 아동 섹스관광의 중심지라는 오명을 안고 있다.
‘아프리카 체크’는 추적 끝에, 그 보도의 근거가 유니세프(유엔아동기금)와 케냐 정부가 2006년 공동으로 수행한 ‘케냐 해안 섹스관광의 범위와 아동 성착취에 미치는 영향’이라는 연구 보고서라는 사실을 밝혀냈다.
이 보고서는 “케냐의 몸바사와 말린디·킬리피·디아니 등 해안 지역에 사는 소녀 약 1만~1만 5명이 성매매에 종사하고 있고, 그 수치는 이 지역에 거주하는 12~18세 소녀의 30%에 육박한다”고 주장했다.
보고서는 또 2천~3천 명의 청소년이 상업 활동에 참여하며, 킬리피 카운티에 있는 음트와파보다 훨씬 더 넓은 지역에 걸쳐 청소년 약 1만 9천명이 성매매에 종사하고 있다고 추산했다. 하지만 이 보고서는 연구팀이 당초, 해당 지역의 초등학교를 조사하려고 했으나 공식 승인을 받지 못했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또 추정치를 산출하기 위해 네 가지 방법을 이용했다고 밝혔다. 즉 주요 정보원 230명(약 50%는 관광객) 인터뷰, 포커스 그룹(아동 성매매에 전문성이 있는 개인·집단) 23명 인터뷰, 섹스관광 구역에 드나드는 관광객과 어린이 숫자의 시간대별 기록, 관광객들과의 성관계를 허용 받은 18세 미만 소녀들에게 발급된 1일 기록부 등이 그 것이다.
다만 1일 기록부의 경우, 총 215건이 발행됐지만 그 대부분이 반환되지 않았거나 불완전하거나 위조됐기 때문에 84건만 활용됐다.
연구팀은 참가자들에게 섹스산업에 종사하는 어린이들의 숫자를 추정해달라고 요청했다. 또 그 추정치를 자신들이 관찰한 내용과 비교한 뒤, 인구 데이터를 이용해 성매매의 정도를 보수적으로 평가했다. 하지만 응답자들은 경찰 단속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아동 성매매에 대해 말하길 꺼렸다.
‘아프리카 체크’에 따르면 전문가들은 성매매에 종사하는 아동들의 숫자를 추산하는 데 이용한 방법에 매우 중요한 약점이 있다고 지적했다.
남아프리카공화국 비스바테르스란대 앨버트 마뉴치 교수(사회학)는 “추정치를 믿고 받아들일 수 있게 하는 유일한 방법은 일일이 세는 것이기 때문에, 그처럼 추정치를 산출하는 방법에는 개선해야 할 점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유니세프 연구팀이 목표집단의 행동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는 설문조사 외에도, 집중적인 관찰을 통한 집계 방식을 택했어야 했다고 강조했다.
또 미국 메트로폴리탄주립대 앤드루 칼슨 부교수는 “특정 시점에 음트와파에서 성매매에 종사하는 아동들을 추정하는 수치에는 의문의 여지가 있다”고 밝혔다.
그는 “그 연구가 강력한 결론을 낼 수 있는 방식으로 설계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본질적으로 가장 질적인 이런 연구에서는 아동들이 성매매 산업에 종사하게 만드는 각종 요인을 설명하는 게 바람직하나, 실제로는 그러지 못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아프리카 체크’는 케냐 해안에서 성매매에 종사하는 아동들이 많다는 연구 결과에는 중대한 오류가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게다가 전문가들은 추정치를 산출하는 데 이용한 방법에도 심각한 결함이 있다고 지적했다고 이 단체는 전했다. 이 단체는 “아동 성매매는 케냐 해안지역에서 가장 중요한 관심사임에는 틀림없지만, 그 문제는 올바른 정보를 바탕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영섭 기자 edwdkim@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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