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V 감염 비공개 성관계 처벌했더니…감염률↑(연구)
성관계 전 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HIV)의 감염 사실을 공개하지 않는 경우 처벌하는 법률은 HIV 보균남성들이 검사를 기피하도록 만들어 감염률을 높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캐나다 HIV 방역 당국의 연구 결과다. 연구팀은 2010~2012년 HIV 검사에서 음성반응을 보인 남성 150명을 참가자로 모집했다. 이 남성들은 동성연애자로 토론토의 1차 클리닉에 다니고 있었다.
연구팀은 참가자들에게 HIV 감염 비공개와 관련된 처벌 규정이 검사받는 걸 꺼리게 만드는지 여부 등이 포함된 설문지에 답변을 작성하도록 했다. 연구 결과 해당 법률은 처벌에 대한 공포를 일으켜 새로운 감염을 가속화할 우려가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HIV에 감염된 동성애자 남성들이 처벌을 두려워해 자신들의 감염 여부 확인을 꺼리기 때문이다. 실제로 응답자의 약 7%가 관련 법률 때문에 HIV 검사를 받고 싶지 않다고 답변했다. 연구팀은 “비율은 비교적 낮으나, 전반적인 HIV 감염 가능성에 연쇄반응을 일으킬 것으로 우려된다”고 밝혔다.
연구 당시의 캐나다 현행법에는 HIV 감염 진단을 받은 사람들은 ‘현실적으로 감염 가능성이 있는 성행동’을 하기 전에 자신들의 감염 사실을 밝혀야 할 의무가 있다고 규정돼 있었다. 이 때문에 자신이 HIV에 감염됐다는 사실을 알고 있을 경우, 그 사실의 비공개와 감염에 대해 막중한 책임을 져야 할 상황에 처할 수 있었다.
캐나다에서는 HIV 검사에서 양성반응을 보인 사람들의 대부분이 항레트로바이러스 치료를 받을 수 있다. 치료 효과가 높으면 바이러스를 더 이상 감염시키지 않는 수준까지 호전될 수 있다. 그러나 HIV 검사가 약 7% 감소할 경우, 커뮤니티 내의 HIV 감염률은 약 18.5% 증가할 것이라고 연구팀은 추산했다. 연구팀은 또 검사를 받지 않아 항레트로바이러스 치료를 받지 못하는 사람들이 집단 내 전체 HIV 감염률의 약 73%를 차지할 것으로 추산된다고 밝혔다.
HIV 범죄화 관련 법률은 감염자들이 그 사실을 밝히고 성관계 때 콘돔 이용을 협의하는 것을 훨씬 더 어렵게 만드는 등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캐나다에서는 1989년 1월 이후, 최소한 184명의 HIV 감염자가 성관계를 맺기 전에 감염 사실을 밝히지 않았다는 이유로 처벌을 받았다.
하지만 이번 연구가 실제로 이뤄진 직후인 2012년, 캐나다의 HIV 범죄화 관련 법률이 개정됐다. 그 결과, 체내의 HIV 바이러스 수치가 낮고 성관계 때 콘돔을 사용할 경우에는 HIV 감염자가 감염 사실을 밝혀야 할 법적 의무가 현재는 없다. 연구팀은 이 같은 법 개정이 HIV 검사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 내용은 미국 공공과학도서관 저널인 ‘플로스원’(PLOS ONE)에 지난달 발표됐다.
한편 우리나라에서는 에이즈 감염인이 다른 사람에게 전파매개행위를 한 경우 후천성면역결핍증 예방법(약칭 에이즈 예방법) 19조, 25조에 따라 징역 3년 이하의 처벌을 받는다.
김영섭 기자 edwdkim@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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