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성 산업이 변한다
친교·로맨스 관련 서비스 급부상
인구 고령화와 장기적인 경기침체의 여파로 일본 성산업의 얼굴이 확 바뀌고 있다.
도쿄 북동쪽의 요시와라(吉原)는 17세기 에도 시대에 손꼽히는 홍등가(유곽가) 중 하나였다. 매춘 남녀들이 최고의 서비스를 약속하며 거리에서 행인을 유혹했다.
400년이 흐른 지금, 요사와라는 성매매의 중심부 중 하나로 남아 있다. 하지만 고객들의 욕구는 예전보다 훨씬 덜 노골적이다. 수십 곳의 퇴폐업소 ‘소프랜드’(soapland)에서는 속옷 차림의 여성이 남성들의 몸을 씻어주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값은 약 1만 엔(약 9만 9천원).
요시와라의 이런 변신은 일본 성산업의 변화를 여실히 반영한다. 믿을만한 자료는 얻기 힘들지만, 삽입성교 또는 구강성교 같은 ‘하드 서비스’를 딛고 ‘소프트 서비스’가 더 인기를 얻고 있다. 일본에서 삽입성교는 불법적이지만 널리 행해지고 있고, 구강성교는 합법적이다.
사회학자 야마다 마사히로(山田 昌弘, 산전 창홍)는 “일본의 성매매는 오랫동안 삽입성교뿐만 아니라 친교·로맨스에 대한 갈망의 형태를 띠어왔다”고 분석했다. 그는 또 “최근에는 친교·로맨스 관련 서비스가 더 뜨고 있다”고 말했다. 예컨대 ‘캬바쿠라’ 같은 곳이 더 많다는 것이다.
‘캬바쿠라’는 ‘캬바레’(Cabaret)와 ‘쿠라부’(Club)의 합성어다. 이곳을 찾은 남성들은 여성들의 술 시중과 립서비스를 받으며 즐긴다. 또 ‘이미지 클럽’에서는 가짜 의사의 수술실 또는 열차 객실에서 환상을 실행에 옮기면서 쾌락을 맛본다. 남성들이 자위행위를 하고, 이를 여성 종업원들이 지켜보는 ‘오나쿠라 샵’(Onakura shop)도 있다. 포르노 산업 역시 건재하다.
최근에는 인구·경제적 요소 때문에 성산업의 변화가 가속화했다. 일본의 65세 이상 인구는 전체의 28%에 달한다. 세계 최고 수준이다. 도쿄 야노연구소 마츠시마 가츠히토(松島 克人, 송도 극인)는 “노인들은 건강하게 오래 살지만, 더 소프트하고 덜 노골적인 성적 서비스를 추구한다”고 말했다.
최근 주간지 ‘슈칸 포스트’(Shukan Post)는 남자 노인들이 단지 젊은 여성들과 이야기를 나누기 위해 소프랜드를 찾는 내용 등이 담긴 유흥 실태를 집중 보도했다. 히로시마(廣島)의 주택·호텔에 여성들을 파견하는 ‘출장 성매매’(delivery-health) 업소의 한 소유자는 “주요 고객이 20대에서 노인들로 전면 교체됐다”고 밝혔다. 그는 노인 고객들이 성관계를 갖기보다는 단순히 젊은 여성들과 함께 시간 보내길 원한다고 말했다.
섹스 잡지 ‘나의 여행’(My Journey) 편집자인 이코마 아키라는 “이 잡지는 50~60대 독자를 겨냥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잡지의 사진은 전혀 야하지 않다. 생식기 사진도 없고, 가슴 사진도 별로 많지 않다.
현재의 일본 성산업은 육체적 쾌락에 대한 관심이 적은 편인 젊은이들의 입맛에 맞추기 위해 일대 조정 과정을 거치고 있다. 한때 일본의 젊은 남성들은 요시와라의 매춘 여성에게 순결을 잃는 게 보통이었다. 그러나 최근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미혼 남성의 42%와 미혼 여성의 44%가 35세까지 성관계를 해본 적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 남성의 약 50%, 여성의 약 60%는 30~34세에 결혼한다.
많은 일본 젊은이들은 성관계를 귀찮게 여긴다. 이 때문에 자위행위·유사 성행위와 관련된 서비스가 최근 인기를 끌고 있다. 나체 여성들과 잡담을 나누는 웹사이트, 개인 부스에서 성인용 DVD를 볼 수 있는 비디오방 등 자위행위를 좀 더 즐겁게 해주는 서비스가 붐을 이루고 있다.
일부에서는 이런 현상을 남성 자신감 위축의 한 징후라고 본다. 일본 언론은 독립적인 여성들을 두려워하는 ‘초식남’에 대해 언급한다. 사회학자들은 남성들의 자신감 부족이 성산업의 또 다른 경향, 즉 어린 소녀들에 대한 페티시즘(성도착)을 설명해준다고 말한다. 예컨대 어떤 업소들은 교복을 입은 여성과 함께 걷거나 누워 있을 수 있는 기회를 남성들에게 제공한다. 성노동자가 실제 학생 나이가 아닌 한, 이는 합법이다.
썩 좋지 않은 경제 사정도 성산업의 진화에 한몫을 하고 있다. 1천 엔(약 9천 9백원)만 있으면 ‘메이드 카페’(maid café)에 갈 수 있지만, 성관계를 갖는 데는 큰 돈이 든다.
그렇다고 전통적인 성산업의 쇠퇴가 곧 성인산업 전반의 몰락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 야노연구소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일본의 성 관련 서비스와 시설은 2014년 약 2.1%, 섹스숍 매출은 약 1% 각각 늘었다. 고령화와 인구 감소를 감안하면 결코 적지 않은 성장세다. 또 세계 최대의 포르노 사이트인 ‘폰허브’에 의하면 일본은 세계 4번째의 트래픽을 기록하고 있다.
‘나의 여행’ 편집자 이코마는 이런 현상은 부분적으로 성산업이 다른 나라들보다 더 문화적으로 쉽게 받아들여지기 때문에 빚어진다고 분석했다. 일본의 많은 향락업소들은 아직도 스트립 클럽 같은 곳에서 고객들을 즐겁게 해주는 게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포르노 잡지는 대부분 편의점에서 팔리고 있다.
일본 남성들이 삽입성교에 대한 기호를 잃고 있는지 여부와는 관계없이, 그들에게 독창적인 대안이 부족하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이 내용은 ‘나의 여행’ 잡지의 아시아판에 ‘품행불량보다는 외설적’이라는 제목으로 실렸다.
김영섭 기자 edwdkim@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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