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전 금욕 강조하는 성교육, 효과없다(연구)
혼전 금욕·절제만 강조하는 미국의 성교육 프로그램이기대했던 만큼의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으며 오히려 청소년들의 인권을 침해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청소년 건강’저널에 발표된 미국 컬럼비아대 보건대학원의 연구 결과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미국 성교육 프로그램은 청소년들의 첫 성관계의 평균 연령을 늦추거나 위험한 성행동을 줄이는 데 효과가 없다. 또 정확한 의학 정보를 제공하지 않는 것을 비롯해 많은 청소년에 대한 낙인 및 배제, 해로운 성별 고정관념의 강화, 공중보건 프로그램의 훼손 등으로 청소년 인권을 침해한다.
청소년건강·의학협회(SAHM) 등의 청소년 보호와 관련된 보건 전문가들은 지난 수년 동안 이 프로그램에 반대해 왔다.
반면 포괄적 성교육 프로그램은 청소년들의 성행동에 훨씬 더 유익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 프로그램 덕분에 첫 성교 연령, 파트너의 숫자, 콘돔을 끼지 않은 상태의 성행위 빈도, 임신율 및 성병 감염률 등이 개선됐다는 것이다.
그러나 지난 10년간 포괄적인 성교육을 요구하는 학교의 수가 감소했고, 그 결과 무계획적인 임신율과 성병 감염률이 높아졌다.
미국 컬럼비아대 보건대학원 존 산텔리 교수(인구·가족건강)는 “성행위의 금욕·절제가 이론상으로는 효과적이나, 실제로는 실패하는 경우가 꽤 많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성교육 프로그램의 효과를 중점적으로 다룬 여러 논평 기사와 인권단체의 정보를 참고했다.
세계적으로 첫 결혼 연령이 급속히 높아지고 있다. 이 때문에 결혼할 때까지 성관계를 갖지 않고 기다리는 사람들의 숫자도 급속히 줄고 있다. 미국의 경우 결혼과 첫 성관계의 평균 연령의 격차는 여성은 8.7년, 남성은 11.7년이 된다. 첫 성관계를 갖는 나이는 무계획적인 임신과 성병 감염의 위험과 직접 관련이 있다.
세계적으로 금욕·절제만 강조하는 프로그램은 성교육 프로그램·가족계획 프로그램·HIV 예방책 등을 쇠퇴시키고 있다. 2002~2014년 성행위 관련 교육을 요구하는 학교의 비율은 67%에서 48%로 줄었다. HIV 예방 교육도 64%에서 41%로 감소했다.
1995년 남자 청소년의 81%와 여자 청소년의 87%가 피임법에 관한 공식 교육을 받았다고 답변했다. 하지만 2011~2013년 그 비율은 각각 55%와 60%로 격감했다. 이 같은 피임법에 관한 성교육 프로그램의 부족과 혼전 성관계의 급증으로 종전보다 훨씬 더 많은 사람들이 원치 않는 임신과 성병 감염의 위험에 처해 있다.
컬럼비아대 보건대학원 레슬리 캔터 조교수(인구·가족건강)는 “청소년들은 안전하고 건강하게 지내는 데 필요한 정보와 기술을 제공하는 성교육을 받을 권리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따라서 젊은이들에게 중요한 건강정보를 제공하지 않는 것은 그들의 권리를 침해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혼전 금욕·절제만을 강조하는 성교육 프로그램은 모든 청소년들을 준비가 안 된 상태로 방치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성소수자(LGBTQ)들이나 성폭행을 당하는 젊은이들에게 매우 해롭다는 것이다.
미국 의회는 국내의 금욕·절제 강조 프로그램에 1982~2017년 무려 20억 달러(약 2조 2,546억 원) 이상을 썼다. 또 최근 그런 프로그램을 위해 조성한 기금이 연간 8,500만 달러(약 958억 원)에 달한다.
또 미국 정부는 HIV 예방을 위한 해외 원조액 가운데 14억 달러(약 1조 5,781억 원)를 혼전 금욕·절제 분야에 쏟았다.
현행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미국 각 주는 청소년들에게 피임약 사용에 관한 교육을 할 수도 없고, 실패율을 강조하는 것 외의 피임법을 논의하는 데는 예산을 쓸 수 없게 돼 있다.
산텔리 교수는 “청소년 성교육은 과학적인 증거와 이해, 공중보건의 원칙, 인권을 바탕으로 이뤄져야 한다”며 “혼전 금욕·절제만 강조하는 성교육 프로그램은 폐지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영섭 기자 edwdkim@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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