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지흥분제, 사람에게 효과있다고?
‘돼지흥분제’ 논란이 온라인을 달구고 있다. 학창시절 자신의 친구가 한 여학생을 “자기 사람으로 만들어야겠다”고 하자 돼지흥분제를 구하는데 가담했다고 밝힌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 때문이다.
홍 후보의 잘못이다. 성폭행은 실행여부와 관계없이 방조만으로도 큰 잘못이다. 하지만 동시에 우리 사회가 안고 있던 문제이기도 하다. 45년 전 당시 팽배해 있던 성 윤리 불감증은 점차 개선되고 있다고 하지만 돼지흥분제에 대한 잘못된 상식, 흥분제에 관한 헛된 환상은 현재진행형이다.
요즘도 온라인에서 암암리에 여성을 ‘함락’ 시키는 용도로 판매되고 있다고 한다. 2010년에는 국회 보건복지위 국정감사에서 돼지발정제가 대표적인 최음제로 인식되고 있다는 사실이 공개되기도 했다. 돼지발정제가 ‘물뽕’, ‘뽕알탄’ 등으로 불리며 성인용품점과 인터넷 등을 통해 광범위하게 유통되고 있다는 사실도 밝혀졌다,
그런데 돼지흥분제로 사람을 흥분시킬 수 있다는 풍문은 사실일까? 과거에 사용하던 돼지흥분제에는 ‘요힘빈’이라는 성분이 들어가 있다. 요힘빈은 한 때 최음제로 쓰이기는 했지만 효과는 검증되지 않았다. 오히려 환각, 빈맥, 고혈압 등의 부작용이 있어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는 요힘빈을 식품에 사용할 수 없는 유해물질로 분류하고 있다.
우희종 서울대 수의대 교수는 “요힘빈이 인간에게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아무런 연구결과가 없다”고 말했다. 돼지흥분제 효능에 관한 잘못된 믿음을 경계해야 한다는 것이다.
의학계에서도 비슷한 의견이다. 여성 성기능 분야의 세계적 의학자인 박광성 전남대 교수(비뇨기과, 과실연 공동대표)는 “의학적으로 여성을 흥분시키는 효과를 입증받은 약이나 식품은 아직까지 없다”고 밝혔다. 또 “여성 성 흥분장애는 남성호르몬 제제를 환자와의 협의하에 시험적(Off the Label)으로 쓰거나, FDA 승인 받은 성욕감퇴 치료제 플리반세린을 처방하지만 획기적 효과를 기대하기는 힘든 실정”이라고 말했다.
박 교수는 또 “사람도 동물이기 때문에 사람에게 들을 수 있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사람은 다른 동물과 달리 아주 복잡한 성 흥분 메커니즘을 갖고 있다”고 말하고 “동물흥분제가 부작용 없이 여성을 흥분시킬 수 있다면 획기적이겠지만, 부작용도 장담할 수가 없고 흥분시킨다는 보장도 없다”고 선을 그었다.
배정원 행복한성문화센터 소장은 “서양에서는 요힘빈을 최음제로 사용하기도 했다”고 설명하고 “문제는 용도”라고 말했다. 한국 사회에서 돼지흥분제는 여성을 ‘범하기 위한 용도’로 인식되고 있다는 것. “돼지흥분제를 여성을 무력화하고 정복하는 도구로 인식하고 있다는 점과 일각에서 그것을 헤프닝으로 여길 정도로 관대함을 가지고 있는 것은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신우 기자 help@bodir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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