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자 꼬리 효소, 나노바이오 기술에 활력소
정자 꼬리의 효소가 나노바이오 기술에 활력소 역할을 하고 있다. 효소들은 공장 근로자들과 비슷하다. 공장의 조립라인 방식으로 효소들이 일정 장소에 모여 한 효소에서 다른 효소로 원료를 전달하면 더 효율적으로 최종제품을 생산할 수 있다는 것이다. 미국 코넬대학교 베이커 동물건강연구소의 알렉스 트래비스 교수(수의대 생식생물학) 연구팀은 나노입자에 묶여있는 모든 효소들로 10단계의 생물학적 경로를 재생하는 데 성공했다고 6일 밝혔다.
연구팀은 나노입자들이 정자 꼬리에 동력을 공급하는 효소를 통해 생물학적 기능을 어떻게 획득하는지 연구했다. 효소들은 정자가 1초에 몸길이의 5배를 이동할 수 있도록 당을 젖산과 에너지로 신속히 분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연구의 수석저자로 신진대사와 정자 기능을 집중 연구해 온 치나츠 무카이 박사(포스트닥 연구원)는 “정자는 매우 효율적인 에너지 생산 시스템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트래비스 교수는 정자 꼬리의 효소가 에너지의 효율적인 생산을 위해 견고한 지지대에 붙는 방식을 모방했다. 작은 인공장치 위에 효소를 부착하는 아이디어다. 이번 연구는 미 국립보건원(NIH)의 예산 지원을 받았으며, 독일화학회지 ‘앙게반테 케미’(Angewandte Chemie)에 발표됐다.
대부분의 세포는 당을 에너지로 바꾸는 과정인 ‘당 분해’를 수행하는 역할을 하는 효소가 이리저리 떠돌아다니며 활성분자를 붙잡는다. 그러나 정자에서는 이런 당 분해 효소들이 단단한 단백질 판(protein scaffold)에 효소를 붙게 하는 특별한 영역을 갖고 있다. 이 영역은 세포막의 바로 아래에 있고, 정자 꼬리 길이의 대부분에 해당한다.
트라비스 교수는 “당은 세포막을 통해 들어와 하부의 효소와 즉시 충돌한 뒤 분해되고 라인을 따라 전달되는 과정을 거쳐 에너지를 높은 효율로 생산한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이와 매우 비슷한 방식으로 연구를 수행했으며, 당 분자는 처음부터 끝까지 나노입자에 붙어있는 효소들에 의해 분해된다.
나노입자에 묶여 있는 효소 시스템은 자유롭게 떠도는 효소 시스템보다 더 높은 효율로 포도당을 젖산으로 분해하며, 중간 생산물의 농도를 더 낮게 유지해 준다. 나노입자에 묶여 있는 효소들로 작동되는 10단계의 생물학적 경로의 획득은 최대 2~3단계를 기록한 이전의 연구과정을 거치면서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했다. 트라비스 교수는 “연구가 진척돼 순수한 에너지 생산자가 될 수 있다면 현실성 있는 응용 사례가 많아질 것”이라고 밝혔다.
정자에서는 헤엄치고 난자를 수정시키기 위한 신호전달에 에너지가 쓰인다. 하지만 나노바이오 기술에서는 다양한 작업을 수행하는 장치의 동력원으로 에너지가 쓰인다. 트래비스 교수는 “화학요법 약물이 각각 담긴 혈액세포 크기의 장치를 상상해보라. 이런 종류의 엔진이 장착된 장치는 혈류 속의 당에서 에너지를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또 “그 에너지로 움직이는 분자 펌프를 갖춘 장치는 특히 고형 종양이 있는 부위 등 필요한 곳에서 화학요법 약물의 운반체(cargo)를 규정 속도로 밀어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연구팀은 나노입자에 묶여 있는 효소의 개념을 혈액 샘플에 적용해 뇌졸중이나 외상성 뇌손상의 징후를 감지했다. 연구팀은 이 기술을 상용화할 계획이다. 무카이 박사는 “생물학적 경로(신진대사 경로)가 없으면 인공세포를 만들 수 없다”며 “따라서 이번 연구가 인공세포 가능성의 현실화를 한층 더 앞당긴 셈”이라고 평가했다.
김영섭 기자 edwdkim@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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