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지카 바이러스 감염에 취약, 이유는?
여성들은 지카 바이러스에 감염될 위험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글래드스톤 연구소 연구팀은 동물실험 결과 질의 면역시스템이 지카 바이러스 같은 RNA 바이러스를 만나면 억제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연구팀에 따르면 항바이러스성 면역 반응이 억제되면 지카 바이러스가 질 속에 남아있게 되고, 이 때문에 임신 중 태아 감염의 위험이 커질 수 있다. 여성들은 성관계로 RNA 바이러스에 감염되기 쉬울 뿐 아니라, 감염된 바이러스를 면역시스템에서 제거하는 것도 어렵다는 것이다. 연구의 책임저자인 글래드스톤 연구소 쇼미세 산자비 박사는 “이번 연구는 여성들이 지카 바이러스에 감염될 위험이 더 크다는 역학연구를 뒷받침한다”고 밝혔다. 특히 여성이 임신 중 감염되거나 감염 과정에서 임신할 경우 억압된 질의 면역반응이 관여해 바이러스가 태아에게 전염되는 시간을 더 많이 준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일부 생쥐를 모기에 물린 것처럼 감염시켰고, 또 다른 일부 생쥐는 질을 통해 감염시켰다. 일반적으로 감염된 세포는 제1 방어선으로 인터페론이라는 분자를 방출하며, 인터페론은 바이러스를 공격하기 시작한다. 특히 인접 세포들에게 인체가 위험에 처해 있음을 경고한다.
3일 뒤 나타난 반응은 판이했다. 모기에 물린 것처럼 감염된 생쥐들은 강력한 인터페론 반응을 보이고 면역시스템에서 바이러스를 제거하기 시작했다. 이에 비해 질을 통해 감염된 생쥐들은 여전히 매우 높은 바이러스 수치를 보였고, 인터페론 반응의 징후도 없었다.
연구팀은 “면역의 첫 단계인 인터페론 반응이 질을 통해 감염된 생쥐들에서는 거의 발견되지 않아 매우 놀랐다”고 밝혔다. 또 “인터페론이 없으면 나머지 면역시스템이 효율적으로 작동할 수 없고, 이 때문에 몸이 바이러스 감염에 맞서 싸우기가 매우 어렵게 된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바이러스가 림프조직에 감염될 때만 체계적인 면역시스템이 반응해 바이러스를 통제하기 시작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그러나 바이러스가 몸의 나머지 부위에서 제거된 뒤에도 질 속에는 지카의 흔적이 남아 있었다.
연구팀이 살균제처럼 처방된 염증 치료제를 질에 발랐을 때 인터페론이 질 속에서 방출됨으로써 생쥐들이 지카로부터 보호받았다. 약물치료를 받고 질을 통해 지카에 노출된 생쥐는 감염된 지 2일 이내에 바이러스를 완전히 제거할 수 있었다.
이 같은 염증치료제가 여성의 성관계를 통한 지카 감염을 막는 한 방법이 될 수 있으나, 임신 중 약물의 안전성 평가에는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연구팀은 밝혔다.
연구팀은 다른 병원균을 모델로 하는 연구에 자주 사용되는 설치류 바이러스 인 림프구성 맥락수막염 바이러스(lymphocytic choriomeningitis virus, LCMV)라는 또 다른 RNA 바이러스로 연구결과를 입증했다.
지카와 LCMV 양쪽에 대한 비숫한 연구 결과는 억압된 면역 반응이 지카에 독특한 것이 아니며 다른 RNA 바이러스, 특히 HIV와 관련이 있을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에볼라 또는 C형 간염 등 RNA 바이러스는 유전자 코드를 RNA 형태로 저장하지만, 헤르페스 바이러스 또는 수두 바이러스는 DNA 형태로 같은 정보를 저장한다.
연구팀은 “여성 생식기관의 어떤 특성 때문에 여성들이 RNA 바이러스에 특히 취약하다”며 ”이런 현상이 병원균 자체에 의한 방어 메커니즘인지 질 조직의 면역학적 허점인지 파악하는 게 다음 연구의 목표"라고 밝혔다.
이 내용은 실험의학 저널에 발표됐으며, 의학전문 메디컬 익스프레스가 보도했다.
김영섭 기자 edwdkim@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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