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궁경부암 일으키는 HPV, 네안데르탈인과 교배해 최초 감염(연구)
자궁경부암·구강암을 일으키는 인두유종바이러스(HPV)가 50만년 이전에 현생인류의 조상들이 원시인류인 네안데르탈인과 교배했을 때 감염된 것으로 한 연구결과 추정됐다.
HPV는 성병 중 가장 흔하며, 현대인은 많은 유형의 HPV를 보유하고 있으나 대부분의 경우 증상이 없다.
프랑스국립과학연구센터(FNCSR)는 카탈루냐종양학연구소와 공동으로 HPV 16형의 가계도를 유례없이 상세하게 작성했다. 연구팀은 HPV 16형 바이러스의 변종인 A와 B/C/D가 원시인류·현생인류와 함께 갈라졌다고 결론지었다.
이번 연구에서는 또 HPV 16형 바이러스가 현생인류와 네안데르탈인에게서 모두 존재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종전에는 성병이 현생인류와 더불어 진화했다고 여겼으나, 이번 연구로 현생인류와 원시인류에 모두 성병이 존재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현생인류의 조상들이 아프리카를 떠나 네안데르탈인 및 데니소바인과 교배를 시작했을 때 HPV 변종 바이러스에 감염됐으며, 이후 유라시아와 아메리카 대륙에 HPV 감염이 확산됐다고 연구팀은 분석했다.
FNCSR의 이그나시오 브라보 박사는 “인간의 역사는 다른 사람들에게 옮기고 조상에게서 물려받는 바이러스의 역사이기도 하다”며 “이번 연구는 일부 공격적인 발암 바이러스가 성적 접촉으로 원시인류에서 현생인류로 감염됐음을 시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오늘날 HPV의 지리적 분포의 약 30%를 설명해 준다. 또 인류가 분화한 최초 사례가 아프리카에 존재하는데도, 왜 동아시아에서 이 바이러스가 다양하게 나타나는지도 보여준다. 이와 함께 HPV 16형 바이러스가 세계에서 가장 흔한 변종인데도, 아프리카 사하라사막 이남에서는 거의 찾아볼 수 없는 미스터리를 규명해 준다.
이 내용은 ‘분자생물학·진화’저널에 발표됐다.
김영섭 기자 edwdkim@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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