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R로 소아기호증 진단 논란
성도착증의 일종인 소아기호증 환자의 진단을 위해 일부 과학자들이 가상현실(VR)을 활용해 논란을 빚고 있다. 연구자들은 소아기호증 환자의 성적 흥분도를 측정하기 위해 어린이의 실제 사진을 쓰는 걸 꺼리기 때문에 통상 음성녹음을 활용한다. 하지만 일부 연구진이 미국에서 발생하는 연간 5만8천 건의 아동 대상 성범죄를 예방하고 소아기호증을 진단하는 데 유용한 도구가 될 수 있다는 생각에서 3D 애니메이션과 VR을 활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 PBS방송 인터넷 판의 최신뉴스 블로그 ‘ 더 런다운’은 건강의료 전문사이트 스탯뉴스(statnews.com)에 보도된 이 같은 내용을 올렸다. 미국정신의학회(APA)에 따르면 소아기호증 환자는 미국 남자의 약 5%에 육박한다.
캐나다 몬트리올의 필리프-피넬연구소 심리학자 패트리스 르노 연구팀은 VR의 소아기호증 진단 효과를 테스트하기 위해 VR과 음성녹음을 각각 활용한 연구사례를 비교했다. 연구팀은 아동 대상 성범죄 피의자 및 기결수 그룹, 아동에 대한 성적 관심이 전혀 없다고 밝혔고 범죄경력도 없는 그룹을 각각 실험대상으로 선정했다.
연구팀은 VR 애니메이션과 음성녹음을 두 그룹의 남자들에게 틀어준 뒤, 혈류에 따라 음경 둘레의 변화를 재는 ‘음경 체적변동기록법(PPG)’으로 그들의 흥분도를 측정했다. 그 결과 VR을 활용한 그룹의 참가자 60명 가운데 54명이 소아기호증 증세를 보이는지 안 보이는지 진단할 수 있었다. 이에 비해 음성녹음을 활용한 그룹에서는 참가자 60명 가운데 44명을 진단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르노 연구팀장은 “VR은 소아기호증 진단의 민감도·정확도를 높여준다”고 말했다.
반면 다른 연구자들은 애니메이션 이미지가 사진보다 실물감이 떨어져 성적반응을 일으키는 데 불충분하다고 비판한다. 또 소아기호증 환자들에게 가상현실로 어린이들을 보여주면 그들의 미성년자들에 대한 성적 관심을 더 높일 수도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김영섭 기자 edwdkim@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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