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주라호 사원 조각상의 메시지

성행위를 노골적으로 묘사하고 있는 인도 카주라호 사원 외벽의 조각상.


지금은 인구 만 명도 채 안 되는 인도의 조그만 시골 마을인 카주라호. 종려나무(대추야자)의 정원이라는 뜻이라고 한다. 이곳은 뉴델리에서 동남쪽으로 약 500킬로쯤 떨어진 곳에 있는데, 9~11세기에는 찬델라 왕조의 수도였다.

 

사원들에 있는 유명한 색정적인 조각들을 카메라에 담기 위하여 십여 년 전 일부러 그곳에 갔었다. 이런 섹스 조각들이 외벽에 가득한 회교 사원들이 건축 당시에는 85개가 있었다고 하는데, 이제는 21개만이 고즈넉이 남아있다. 더구나 이 고을에 쳐들어온 무슬림이나 무갈 제국 군인들이 파괴해버린 것들이야말로 아마 성 조각들의 진수이었을 것인데, 그래서 지금 우리가 볼 수 있는 것은 아마 상대적으로 그만 못한 것들이었을 터인데도 그 아름다운 곡선들이 아직 뇌리를 떠나지 않는다.

 

일찍이 본 적이 없는 풍만하고 아름다운 곡선의 유방들, 허리들 그리고 둔부들이었다. 남녀의 엉클어진 성교 장면들이 계속해서 시야에 들어왔다. 자신의 요염한 자태를 자랑이라도 하듯 사내를 이리저리 휘어 감고 온 열정을 쏟는 듯한 여인의 모습들에 잠시 넋을 잃기도 했다.

어떤 곳에는 세 남자가 한 명의 여자와 엉키어 있었고, 다른 곳에는 한 남자가 거꾸로 누어서 여자와 즐기고 있는 옆에서 두 여인이 이를 거들고 있었다. 한 여자는 남자 위에 올라타서 흡사 아직도 열심히 움직이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을 주고 있다. 어떤 남자는 상체를 숙인 채 부엌일을 하는 듯한 여인을 뒤에서 껴안고 있는데, 이 여인은 마치 이에 화답하듯 왼손을 뒤로하고 남성의 성기를 만져주고 있었다.

전쟁터에서 한 남자는 말과 수간(獸姦)을 하고 있고 그 앞의 군인은 도저히 못 참았던지 손으로 자위를 하는데 방금 사정이라도 하는 듯 흐뭇한 표정을 짓고 있다.

 

왜 하필 이런 조각들로 성스러운 사원의 외벽을 장식했을까? 가장 믿어지는 학설 하나만 소개한다. 1천 년 전 중부 인도 사람들은 무더위와 깊은 신앙심 때문에 사랑이나 결혼 같은 것들보다 사원 참배나 선(禪)에 더 몰두했고, 그래서 인구가 계속 줄었는데, 이것은 국가의 존망과 직접 관계가 있는 일이라서 당시의 지배자들이 이런 방법으로 사람들에게 성적 충동을 느끼게 하여 결과적으로 인구를 증가시키려 했다는 얘기다. 성을 계속 보수화시키는 우리들에게 교훈이 되는 얘기일 수도 있다.

 

여기의 성 조각들을 보고 있노라면 실제로 가능한 체위들인지 요가를 배웠어야 되는 건지 분간키 어렵다. 훨씬 이전에 카마수트라에 쓰인 대로 ‘성은 복잡하게 생각할 것 없이 그저 행하면 되는 것’이라는 생각과 이를 통해 아주 쾌락적인 과정으로 진리에 도달하거나 남과 여 즉 음과 양의 교합을 통해 신이 되려는 소원을 조각에 담았는지도 모른다.

  • Blank 2f561b02a49376e3679acd5975e3790abdff09ecbadfa1e1858c7ba26e3ffcef

    profile

    부산의대 정년퇴임 후 서울여대 치료전문대학원 객원교수로 10년간 ‘성학’을 강의했다. 아태폐경학회연합회(APMF), 한국성문화회, 대한성학회 등의 초대회장을 지냈으며, 국제심신산부인과학회(ISPOG) 집행위원, 대한폐경학회 회장, 대한심신산부인과학회 회장 및 세계성학회(WAS) 국제학술위원 등을 역임했다. 현재 부산대학교 명예교수이다. <단기고사는 말한다>, <사춘기의 성>, <성학>, <섹스카운슬링 포 레이디>, <시니어를 위한 Good Sex 오디세이> 등 다수의 저작이 있다.
페이스북에서 속삭을 만나보세요
속삭
Original 1563517139.215251
Original 1563513616.22219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