겐뒨 최펠

겐뒨 최펠


중국에서 티베트는 민감한 주제다. 지난달 고려대 학생들이 학내 행사에서 티베트 부스를 설치했다가 “하나의 중국 원칙을 위반했다”는 중국의 반발을 부르기도 했다. 티베트의 영적 지도자 달라이 라마는 “티베트는 독립이 아니라 자치를 원한다”고 주장하지만, 중국은 인정하지 않고 있다. 중국 정부는 1950년 티베트를 무력 점령해서 지금까지 최소 10만 명을 살해했다는 지탄을 국제사회로부터 받고 있지만, 중국은 이를 부정하며 어떤 사과도 하지 않았다. 티베트 자치운동의 중심에는 불교가 있는데, 겐뒨 최펠(更敦群培)은 참여 불교의 핵심 인물이다. 《티베트의 성난 승려》와 《광인의 중용지도》 등의 영화가 그의 삶을 다뤘다. 그는 인문학자, 화가이자 티베트혁명당 당원이다.
 
성에 대해서도 깨달음을 얻은 듯, “정열은 감추어진 사고의 표출이며 섹스, 성적 즐거움, 오르가슴 등은 모두 영적 행로의 중요한 부분들”이라는 명언을 남겼다. 또 “오르가슴은 우리 모두 안에 존재하는 신이 우리에게 천국의 희열을 맛보기로 보여주는 예로 인간은 이를 통해 가장 강력한 의식을 느끼게 된다”고 갈파했다.
 
겐뒨 최펠의 글 가운데에선 승려로서는 도저히 쓸 수 없어 보이는 얘기가 적지 않다. 하나가 음부의 위치에 관한 것이다. 사람을 제외한 포유동물들은 질이 상당히 뒤 쪽에 있다. 당연히 이들은 뒤쪽에서 교미한다. 그런데 인간은 두 다리로 서게 되어 얼굴을 맞대고 서로를 상대하기 시작하면서 질도 앞쪽으로 위치하게 되는데 드물게 아직도 매우 뒤쪽으로 치우쳐진 여자들이 있다.


필자는 성 상담 중 가끔 아내의 성기가 너무 뒤에 있어 관계에 어려움이 있다는 남자들의 호소를 듣는데 이들에게는 대부분 궁둥이 밑에 베개나 방석을 받치거나, 후배위를 즐기라고 권유한다. 여성의 출산이 동물보다 훨씬 어려운 것은 지능의 발달 때문에 태아의 머리가 커진 탓도 있지만, 직립보행을 하면서 골반이 뒤로 젖혀진 것도 또 다른 이유이며 출산과 성관계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인다. 이런 내용은 어떤 의학서에서도 찾아볼 수 없지만 겐뒨 최펠의 책에 나온다.


“히프가 큰 여자는 성기가 앞에 있어 바로 누워 성교하기 편하지만, 출산 때는 통증이 심하고 난산의 염려가 있다. 반대로 배가 큰 여자는 질이 비교적 뒤에 있는데 관계할 때는 뒤쪽에서 하거나 여자의 다리를 남자의 어깨에 올려놓고 하는 것이 좋다. 이들은 출산 때 많이 아프지 않으며 대부분 순산한다.”
 
겐뒨 최펠이 13년을 인도와 스리랑카에 살면서 《카마수트라》를 비롯한 수많은 성전들을 읽었다고 하지만 성의학과 해부학, 진화생물학 지식 없이 이런 결론을 내릴 수 있을까? 이 내용을 처음 읽으면서 놀랐고, 사람이 쓴 글이 아니라는 생각까지 들었다. 불가사의한 득도(得道)라고나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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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rofile

    부산의대 정년퇴임 후 서울여대 치료전문대학원 객원교수로 10년간 ‘성학’을 강의했다. 아태폐경학회연합회(APMF), 한국성문화회, 대한성학회 등의 초대회장을 지냈으며, 국제심신산부인과학회(ISPOG) 집행위원, 대한폐경학회 회장, 대한심신산부인과학회 회장 및 세계성학회(WAS) 국제학술위원 등을 역임했다. 현재 부산대학교 명예교수이다. <단기고사는 말한다>, <사춘기의 성>, <성학>, <섹스카운슬링 포 레이디>, <시니어를 위한 Good Sex 오디세이> 등 다수의 저작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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