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의 성기, 수컷의 성기

성의 인문학 ①


남자의 성기는 우리말로 자지이지만 자주 쓰지 않다 보니 어색하게 들리기까지 합니다. 그러나 음경이니 페니스니 보다는 훨씬 친밀한 말이므로 차차 문턱을 낮추어 가며 일상생활 속에서 좀 썼으면 합니다. 천년이 넘도록 조상 때부터 써 온 단어들을 괜히 이렇게 사어로 전락시키면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이것도 우리나라에서나 있는 일입니다.

 

흔히 매스컴에서 동물의 교미를 짝짓기라고들 하는데, 순수 우리말은 ‘흘레’입니다. 그 말을 왜 못씁니까? ‘헐레벌떡’과 '후레자식'은 아직도 쓰네요. 나는 이런 성에 대한 내숭이 지금의 저출산과도 관련이 있다고 믿습니다. 짝짓기는 국어사전에도 그저 둘씩 짝을 짓는다는 의미이므로 틀린 말입니다. 북한에서 쓴다는 ‘쌍붙임’이 오히려 더 말이 되어 보입니다. 우스갯소리인지 모르지만 북한 사람들은 남자의 성기를 ‘몸가락’, 여자의 성기를 ‘몸틈새’, 그리고 남녀의 성교를 ‘몸틈새 메우기’ 또는 ‘살꽂이’라고 한다고도 합니다.


남자들은 어려서부터 화장실에 갈 적마다 이 소위 몸가락을 내려다보기 때문에 자신의 것에 대해 비교적 잘 안다고 생각하지만 살다가 보면 자기의 의지와 관계없이 발기가 되거나 원하는데도 전혀 안 되는 경우가 있어 걱정이죠. 중세에 유럽에서는 음경 자체에 마음이 있다고 생각하기도 했고, 발기부전은 마귀의 장난인 줄 알기도 했습니다. 마녀사냥이 이루어지는데 큰 공헌을 한 것이 남자들의 분노였다고 합니다.


북극곰의 음경 뼈. 약 60cm 길이다.

 

그런데 몇몇 채식 동물을 빼고는 대부분의 포유류들은 음경 안에 뼈가 들어 있습니다. 인간은 어쩌다 이게 퇴화해 버렸는지 모르겠지만 그래도 만물의 영장답게 성적 언어와 효과적인 애무를 포함해 성을 풍요롭게 할 수 있는 다른 재주들을 동원하여 짧은 성교 시간까지 커버할 수 있으므로 너무 뼈 없음만을 한탄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사실 다른 포유동물들도 대체로 교미 시간은 길지 않은 편인데, 이는 교미 중에 생명을 잃기 쉽기 때문입니다.

 

고릴라는 음경의 길이가 발기 때 3~5cm 밖에 안되지만 음경에 뼈가 있어 삽입에 문제가 되지 않는다.


스웨덴 씨벌레(swedish seed bug)는 무려 56시간 교미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인간 남자는 그런대로 평균 5-6분은 계속 하지만 인간과 가장 가깝다는 침팬지는 불과 7초, 고릴라는 1분이 고작입니다. 포유류와 달리 파충류와 곤충들 중에는 놀라울 정도로 오래 교미하는 경우도 있는데, 특히 씨벌레(seed bug)는 무려 56시간을 계속합니다. 이런 벌레가 이걸 즐겨서 오래 하는 건 아닙니다. 자기의 유전자를 번식시키려는 수컷의 본능 때문에 암컷이 다른 수컷을 못 만나게 하려고 힘들어도(?) 그 짓을 계속하고 있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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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rofile

    부산의대 정년퇴임 후 서울여대 치료전문대학원 객원교수로 10년간 ‘성학’을 강의했다. 아태폐경학회연합회(APMF), 한국성문화회, 대한성학회 등의 초대회장을 지냈으며, 국제심신산부인과학회(ISPOG) 집행위원, 대한폐경학회 회장, 대한심신산부인과학회 회장 및 세계성학회(WAS) 국제학술위원 등을 역임했다. 현재 부산대학교 명예교수이다. <단기고사는 말한다>, <사춘기의 성>, <성학>, <섹스카운슬링 포 레이디>, <시니어를 위한 Good Sex 오디세이> 등 다수의 저작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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