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기의 정의는 바뀌어야 한다! 어떻게?


 

여성이 변하듯, 여성의 소중한 보물도 변한다. 보지도 생로병사를 겪는다. 태어날 때 부풀어 올랐다가 서서히 작아지지만, 사춘기가 되면서 커지고, 위치도 조금씩 아래로 내려간다. 또 폐경기가 오면 샘이 마르면서 바깥의 윤기도 사라지고 크기도 쪼그라든다. 인체의 변화와 함께 보지도 바뀌고, 보지 안팎의 세포와 조직도 변화하는 것. 따라서 건강하고 튼튼한 여성이 있듯, 건강하고 튼튼한 보지도 있다. 이제 명기(名器)도 남성의 쾌감이라는 측면이 아니라 여성의 건강을 포함해서 재정의해야 한다. 그렇다면 어떤 보지가 진정한 명기일까?

 

성기능, 냄새, 분비물, 통증 등 여러 가지가 좌우하지만 무엇보다 병이 없어야 할 것이다. 보지의 병 가운데 자궁경부암, 자궁내막암, 난소암의 3대 여성생식기암이 대표적이라는데 딴죽을 거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자궁경부암은 한때 여성암 가운데 발생률, 사망률 1위위 무서운 암이었지만 조기검진과 백신의 보급으로 시나브로 줄어들고 있다. 반면 ‘서구형 암’으로 분류되는 난소암, 자궁내막암은 꾸준히 늘고 있다.


여성 생식기의 3대 암 위치 (이미지=shutterstock.com)



자궁은 조롱박이 거꾸로 매달린 모양인데, 이 경부의 입구가 경부(頸部), 즉 목이다. 여기에 생기는 암이 자궁경부암이다. 자궁경부암은 인유두종바이러스(HPV)가 일으키는 일종의 감염질환. 인유두종바이러스의 유두종(유두종)은 사마귀를 뜻하므로 한때 ‘사람사마귀바이러스’라고도 불렀다. HPV는 100여 종류가 있는데 40여 종이 보지 안에서 발견된다. 16, 18번이 자궁경부암의 70%를 차지하고 31, 33, 35, 39, 45, 51, 52, 56, 58, 59, 66, 68, 69, 73번 등도 암을 일으킨다고 알려져 있다.

 

자궁에서는 길쭉한 모양의 원주세포가, 질에서는 납작한 모양의 편평세포가 만들어지며 자궁경부에는 원주세포가 편평세포로 바뀌는 ‘변형대’가 있다. 자궁경부암의 90~95%는 이 취약한 변형대에 HPV가 감염돼 생긴다. 청소년기에는 이 변형대가 취약한 시기여서 이때 성관계를 가지면 HPV에 무력하게 당할 가능성이 커진다. 흡연은 HPV가 변형대에 똬리를 트는데 보조역할을 한다.

 

자궁경부암의 희생을 줄이려면 바이러스에 감염된 세포가 암으로 진행되기 직전(자궁경부이형성증)에 일찍 발견해 치료하거나, 바이러스에 노출되기 훨씬 전에 백신을 맞으면 된다.

 

현재 국내의 HPV 백신은 2가, 4가, 6가의 세 종류 백신이 있다. 2가 백신은 2가지, 4가는 4가지, 9가 백신은 9가지 유형의 바이러스 감염을 예방한다는 뜻이다. 2가 백신으로는 고위험형인 HPV 16, 18 바이러스를 예방할 수 있고 4가 백신으로는 고위험형 HPV 16, 18과 저위험형 HPV 6, 11을 예방할 수 있다. 또 9가 백신은 4가 백신에 고위험형 HPV 31, 33, 45, 52, 58까지 예방할 수 있다. 종류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10명이 맞으면 대략 7명이 암 예방 효과를 본다고 알려져 있다. 예방접종 권장 시기는 15~17세. 첫 성경험 연령을 20세 정도로 가정할 때, 충분한 항체 형성을 위해 2~3년 전에 맞는 게 좋기 때문이다. 또 어릴수록 면역계에서 항체를 잘 만든다.

 

자궁의 공간을 둘러싼 벽의 내막에 생기는 자궁내막암과 난자 공장에서 생기는 난소암은 원인이 불확실하기 때문에 딱 떨어지는 예방법은 없다.

 

서양에서는 한때 자궁경부암이 여러 남자와 상대하는 여성에게서 많이 생겨서 ‘매춘부의 암’이라는 오명이 붙었다면, 자궁내막암과 난소암은 평생 성관계나 출산을 하지 않은 여성에게서 많이 생긴다고 해서 ‘수녀 암’이라고 불렀다. 그러나 최근에는 자유로운 성문화, 콘돔의 보급, 남자친구나 남편에게서 바이러스가 옮기는 경우 등을 종합하면 이런 별명은 별 의미가 없다.

 

의학자들의 오랜 연구결과 자궁내막암과 난소암은 여성호르몬과 관계가 큰 것으로 밝혀지고 있다.

 

자궁내막암은 자궁의 빈 공간을 둘러싸는 내막에 생기는 암이다. 50~60대의 폐경 여성에게서 잘 생기며 최근에는 식습관과 성생활의 변화 등으로 폐경 전인 여성에게서도 환자가 늘고 있다.

 

비만 여성에게서 잘 생기는 것은 지방세포가 여성호르몬을 만들어내기 때문. 오랫동안 에스트로겐 단독 보충요법을 받은 여성에게서도 발병률이 높다. 한 번도 출산을 하지 않은 여성, 일찍 생리를 시작하고 폐경이 늦은 여성에게서 발병률이 높은 것은 생리횟수가 많으면서 ‘호르몬 조절 시스템’에 무리가 갔기 때문. 가족에게서 자궁내막암이나 유방암, 대장암, 난소암 등의 환자가 있다면 발병률이 높아지므로 조심. 담배를 피울 때 몸속으로 들어오는 카드뮴이 이 암의 발병을 높인다는 연구결과도 발표됐다.

 

자궁내막암의 가장 흔한 증상은 비정상적 출혈. 폐경 여성에게서 피가 나온다든지, 폐경 전의 여성에게서 생리양이 많아지면 암인지 의심해야 한다. 질 불비물이 갑자기 많아지거나 색이 노랗게 변해도 병원을 찾는 것이 좋다.

 

난소암의 유전적 요인은 비교적 명확히 알려졌다. 2013년 유전자 검사를 받고 유방과 난소를 절제한 안젤레나 졸리 덕분이다. 졸리는 할머니, 어머니, 이모 등을 유방암, 난소암으로 잃고 자신이 브라카(BRCA) 유전자 돌연변이 가계에 속했다는 검진결과에 따라 ‘위험의 싹’을 잘라버렸다.

 

BRCA-1형과 BRCA-2형 유전자의 돌연변이가 있는 ‘유방난소증후군’에 속한다면 유방암과 난소암에 걸릴 위험이 크다. 본인이나 가족 가운에 유방암, 직장암, 자궁내막암 등의 발병이 있었다면 난소암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난소암은 배란 횟수가 적을수록 위험이 커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임신을 하면 배란이 멈추고 출산 후 모유수유를 하면 배란이 늦춰지므로 암 발병률이 낮아지는 것.

 

난소암의 초기 증세도 비정상적 출혈이다. 생리가 아닌데도 피가 나면 병원을 찾아야 한다. 또 특별한 이유 없이 아랫배가 불러오거나 소화가 잘 안되는데도 소화기에 문제가 없다는 진단을 받았다면 산부인과에서 검사를 받는 것이 좋다.

 

암이 아니더라도 보지 안에서는 병이 끊이지 않는다. 자궁내막이 자궁 밖으로 자라는 자궁내막증, 자궁벽 근육에 결절이 생기는 자궁근종, 난소에 물혹이 생기는 난소낭종, 자궁경부염, 월경장애 등 병의 종류도 많다.

 

보지는 강산성 환경과 유익균 부대 등 방어시스템을 갖고 있지만 ‘고온다습’한 환경 때문에 세균, 바이러스, 곰팡이, 기생충 등 온갖 감염질환의 온상이 되기 쉽다.

 

곰팡이로는 칸디다 감염이 대표적. 이 곰팡이가 질에서 문제를 일으킬 뿐 아니라 입에서도 발병하는데 이를 구강 칸디다 감염증 또는 아구창(鵝口瘡)이라고 한다. 생식기의 대표적 바이러스 HPV는 자궁경부암뿐 아니라 곤지름(Condyloma)의 원인이 된다. 곤지름은 성기의 사마귀.

 

세균으로는 여성에게서 자궁경부염, 남성에게서 비임균성요도염을 일으키는 클라미디아 균, 임질을 일으키는 임균, 중세에서 지금까지 수 천만 명을 희생시킨 매독을 일으키는 트레포네마 팔리듐 균 등이 있다.

 

여성생식기는 자칫하면 탈이 날 수 있으므로 늘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명기를 지키기 위해서는 정기 검진을 게을리 해선 안 된다. 보지 분비물의 색깔, 냄새, 양이 변했을 때에도 산부인과를 찾는 것이 현명하다. 보지가 붉게 변하거나 근질근질 가려울 때에도 마찬가지. 성관계 뒤에 피가 나거나 폐경이 지났는데도 출혈이 있어도 의사를 찾는 것이 좋다. 성교통증은 정신적 요인도 있지만 자궁내막염, 골반염이나 각종 성병 때문에 생길 수도 있으므로 지금껏 겪어보지 못했던 통증이 생긴다면 병원을 찾도록 한다.

 

10, 20대에 자궁경부암과 곤지름, 파트너의 음경암, 고환암, 구감암까지 한꺼번에 예방할 수 있는 백신을 맞는 것도 필수. 콘돔은 임신뿐 아니라 감염에 취약한 보지를 보호하는 장치라는 의식도 필요하다. 최근 연구결과에 따르면 정액은 정자의 생존을 위해서 보지의 산성도를 변화시키는데, 이는 보지가 다른 미생물을 방어하는데 취약하게 만든다. 콘돔을 사용하면 이를 막아서 감염 위험을 줄인다. 아무리 콘돔이 유익해도 애널 섹스에서 곧바로 질섹스로 넘어가면 무용지물. 콘돔을 바꾸든지, 아니면 자지를 깨끗이 씻고 다시 다른 성행위를 해야 한다.

 

미국 예일대 산부인과 제인 민킨 박사는 여성에게 보통 때 공기가 잘 통하는 면 소재의 팬티를 입기를 권하고 있다. 보지의 수분을 흡수해서 감염 위험을 낮춘다는 것. 보통 때 집에 있을 때에는 ‘노 팬티’가 건강에 도움이 된다.

 

보지는 병이 없을 뿐 아니라 튼튼해야 명기일 게다. 습해도 좋지 않지만, 지나치게 마르면 성생활이 곤란하므로 질이 건조해졌을 때에는 적절한 윤활제를 사용하도록 한다. 요즘에는 천연 성분에다가 먹어도 되는 윤활제가 많이 나와 있다. 질건조증은 항히스타민제, 우울증 약, 피임약 등의 복용과 임신, 생리 등과 연관이 있으므로 증세가 심하면 의사의 진단을 받아서 해결책을 찾는 것이 우선이다.

 

질 세정제를 맹신하는 것도 보지 건강에는 좋지 않다. 보지 속의 방어 시스템을 깨고 유익균들을 죽여서 오히려 감염에 취약케 한다. 세정제로 사타구니나 불두덩, 샅 등은 깨끗하게 하되, 보지에 사용하면 안 된다. 보지 바깥쪽에 사용하면 따뜻한 물로 헹궈야 한다.

 

생리대에도 좀 더 신경 써야 한다. 생리대를 차면 보지가 따갑거나 가려우면 다른 상품으로 바꾸든지, 생리 컵이나 면 생리대 등 다른 방법을 찾는 것이 좋다.

 

자전거는 남녀의 건강에 아주 좋은 운동이지만, 미국 콜로라드 의대 연구진의 최근 연구결과 성기능을 약화시킬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지가 얼얼하거나 아린 느낌이 있다면 자세를 바꾸거나 딱딱하고 넓은 안장의 사이클을 타고 패드가 있는 사이클 바지를 입는 것이 좋다.

 

항생제를 함부로 사용하지 않는 것도 중요. 보지는 대장과 마찬가지로 유익균의 보고인데, 항생제는 피아를 구분하지 않고 죽일 수 있기 때문. 유익균, 프로바이오틱스를 복용하면 대장뿐 아니라 보지 건강에도 좋다.

 

케글운동은 보지의 면역 환경은 바꾸지 않으면서 근육과 혈관 등을 활성화시키므로 명기를 만드는데 큰 도움이 된다. 숨을 들이키면서 회음을 중심으로 항문과 보지를 당기고 멈췄다가, 숨을 내시면서 힘을 푸는 운동이다. 요즘은 케글운동을 쉽게 하도록 도와주는 기구와 앱도 많이 나왔다. 명기의 완성을 돕는 테크놀로지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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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rofile

    출생
    1965년 9월 10일 경북 고령군

    현직
    ㈜바디로 대표, ㈜코리아메디케어 대표

    학력
    고려대 철학과 학사
    연세대 보건대학원 석사

    경력
    1992~2006 동아일보 기자
    2004~2005 미국 존스홉킨스대 보건대학원 초빙연구원
    2009~현재 대한의료윤리학회 이사
    2010~현재 나누리의료재단 이사

    저서
    “황우석의 나라”(2006)
    “대한민국 베스트닥터”(2004)
    “뇌의학으로 본 한국사회”(2004)
    “인체의 신비”(2003) 등 10권

    수상
    대한민국 청년대상 신문기획보도 부문(2000)
    팬텍 과학기자상(2001)

    국내 첫 성 포털 속삭닷컴과 헬스2.0 포털 코메디닷컴을 이끌고 있다. 동아일보 의학 기자 때 약한 성기능에도 불구하고 대한민국에서 가장 많은 성 기사와 성 칼럼을 썼으며 중앙일보에도 1년 동안 성 칼럼 ‘이성주의 아담&이브’를 연재했다. 현재 아침마다 30여만 명에게 ‘건강편지’를 보내고 있다. “황우석의 나라” “뇌의학으로 본 한국사회” 등 10권의 책을 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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