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갈래로 진화한 배꼽 아래 입술

 

억압은 해학과 풍자를 풍성하게 만드는 것일까? 조선시대 ‘아재 개그’ 가운데 성(性)에 대한 이야기는 넘치고 넘친다. 겉으로는 음담패설(淫談悖說)이라고 낮보면서도 뒤로는 즐겼다. 야담(夜談)이 야담(野談)을 이끌었다고 해도 틀리지 않을 것이다. 출처를 알 수 없는 음담 중에 ‘상구(上口)와 ’하구(下口)‘에 대한 이야기도 적지 않다. 대표적인 것이 세 딸 이야기다.

 

평안도 강계군에서 딸부자 잔반(殘班)이 새로 부임한 군수에게 소실로 보낼 딸을 고르기 위해서 딸들을 불러놓고 퀴즈를 냈다는 이야기도, 경상도 또는 강원도의 원님이 직접 면접을 봤다는 이야기도 있다. 만석꾼 부자 영감이 훤칠한 아들의 며느리를 고르기 위해 인터뷰를 했다고도 한다.

 

“여자는 남자와 달리, 입이 둘인데, 위에도 있고 아래에도 있다. 어느 것이 더 어른인가?”

첫째 딸: “위가 더 어른입니다. 아래는 이가 없는데, 위는 이[齒]가 났지 않나요?”

둘째 딸: “아래가 더 어른입니다. 수염이 나지 않았사옵니까?”

셋째 딸: “위가 더 어른입니다. 위는 온갖 것을 다 먹는데, 아래는 자꾸 젖만 빨려고 하옵니다.”

 

음양의 이치를 아는 셋째가 ‘간택’됐다는 결말의 이 이야기는 입과 보지의 관계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많은 진화생물학자는 “인간은 입술이 도드라진 유일한 동물인데, 서서 걷는 방식으로 진화하면서 성기를 가리게 된 호모 사피엔스가 성적 메시지를 입술에 담게 됐다”고 설명한다. 입에서 입술에 해당하는 것이 보지에서는 음순(陰脣)이다.

 

여성 음부 각 부위 명칭 (사진=shutterstock.com)


음순은 말 그대로 음부(陰部)의 입술[脣]이다. 영어로는 ‘Labium’이고, 복수는 ‘Labia’인데 이 역시 입술을 뜻한다. 입술이 입을 보호하듯, 음순은 공알, 질, 요도 등 보지의 주요 부분을 보호한다.

 

음순은 외형적으로 불두덩(치골구)에서 회음 사이에 있는 ‘드러난 보지’다. 큰 조갯살 안에 작은 조갯살이 들어있는 모양인데, 1980년에 나온 핑크 플로이드의 ‘Another Brick in the Wall’ 뮤직비디오에서는 (맨 윗 사진과 같은) 꽃잎이 음순으로 변화하는 모습을 절묘하게 표현해서 팬들의 감탄을 자아낸 적이 있다. 조개 또는 꽃잎의 바깥은 대음순(외음순, 바깥입술 등으로도 부른), 안쪽은 소음순(내음순, 안쪽입술)이다. 대부분의 포유류는 ‘조개’가 하나이지만 사람은 두 겹인 것은, 사람의 보지가 생식뿐 아니라 성적 기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진화하면서 기능이 분화됐기 때문이라는 것이 많은 진화생물학자들의 설명이다.

 

대음순은 발생학적으로 남자의 불알, 소음순은 음경상피에 해당한다. 어릴 때는 두드러지지 않아 아랫배 샅 사이에서 살갗이 쪽 찢어진 모양으로 있지만, 사춘기 때 성호르몬이 분비하면서 대음순은 부풀어 오르고 바깥쪽에는 털이 나기 시작한다. 소음순은 탱탱해지면서 튀어나오고 주름이 생긴다.

 

대음순은 민무늬근육과 지방층으로 이뤄져 있으며 기름샘, 아포크린 땀샘, 에크린 땀샘 등이 분포돼 있다. 아포크린 땀샘에서 나는 땀은 보지의 다른 곳에서 나는 분비물과 어울려 남성을 두근거리거나 골치 아프게 만드는 독특한 냄새를 만든다. 대음순은 불알과 마찬가지로 대체로 왼쪽이 오른쪽보다 더 크다.

 

대음순을 벌리면 소음순이 나타나고, 소음순을 벌리면 공알, 요도구, 질구멍 등이 나타난다. 소음순은 주름진 두꺼운 피부에 혈관, 신경 다발이 분포해있으며 점액샘, 기름샘, 아포크린 땀샘 등에서 분비물을 만들어낸다. 소음순의 바깥은 암갈색에 가깝고, 안쪽은 살구색에 가깝다. 대음순과 달리 모낭이 없으므로 털도 없다. 소음순도 대음순과 마찬가지로 짝짝이다.

 

소음순은 대체로 다리를 벌리지 않으면 보이지 않지만, 평소 늘어져서 보이는 사람도 적지 않다. 남부 아프리카의 원주민인 호텐토트 족은 소음순이 길게 밖으로 늘어져 있어 유럽인들이 이를 ‘호텐토트의 앞치마’로 불렀다. 19세기 초에는 영국인들이 호텐토트 족 여성 사르키 바트만을 런던에 데리고 가서 놀랄 만큼 큰 궁둥이와 ‘앞치마’를 대중에게 보여주며 떼돈을 벌기도 했다.

 

많은 남자들이 ‘두 조개’를 만지면 여성이 흥분한다고 알고 있지만, 꼭 그렇지는 않다. 어떤 여성은 손가락이 대음순을 스치기만 해도 불쾌감을 느끼고, 어떤 여자는 아무 감흥을 못 느낀다. 물론 ‘느끼는 여성’도 있지만. 소음순은 대음순과 달리 신경세포가 많이 분포돼 있어 적절하게 자극하면 야릇한 느낌에 도움이 된다. 부드럽게 만지거나 흔들거나 빨거나 핥으면 공알(음핵)을 자극하는 효과까지 생기므로 전희를 위해서 반드시 거쳐야 할 곳이다.

 

‘사랑’을 나누기 시작하면 대음순에 피가 유입되면서 가볍게 벌어진다. 소음순에는 혈액이 차서 2~3배 커지고 색깔이 빨갛게 달아올라 오르가슴 30초~3분 전에 가장 짙은 색이 된다. 오르가슴이 끝나고 2분이면 원래 색깔로 되돌아온다. 5~10분이면 부풀어 올랐던 소음순이 원상태로 되돌아온다. 성관계 이후 1시간이 지나면 대음순이 원상태로 다물어진다. 마치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오로지 야릇한 냄새만 남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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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rofile

    출생
    1965년 9월 10일 경북 고령군

    현직
    ㈜바디로 대표, ㈜코리아메디케어 대표

    학력
    고려대 철학과 학사
    연세대 보건대학원 석사

    경력
    1992~2006 동아일보 기자
    2004~2005 미국 존스홉킨스대 보건대학원 초빙연구원
    2009~현재 대한의료윤리학회 이사
    2010~현재 나누리의료재단 이사

    저서
    “황우석의 나라”(2006)
    “대한민국 베스트닥터”(2004)
    “뇌의학으로 본 한국사회”(2004)
    “인체의 신비”(2003) 등 10권

    수상
    대한민국 청년대상 신문기획보도 부문(2000)
    팬텍 과학기자상(2001)

    국내 첫 성 포털 속삭닷컴과 헬스2.0 포털 코메디닷컴을 이끌고 있다. 동아일보 의학 기자 때 약한 성기능에도 불구하고 대한민국에서 가장 많은 성 기사와 성 칼럼을 썼으며 중앙일보에도 1년 동안 성 칼럼 ‘이성주의 아담&이브’를 연재했다. 현재 아침마다 30여만 명에게 ‘건강편지’를 보내고 있다. “황우석의 나라” “뇌의학으로 본 한국사회” 등 10권의 책을 펴냈다.
댓글
  • 사진이 진짜 닮았네요 만질 뻔 했어요. ㅋ
  • 다 알고는 있지만 잘 모르는 성지식을 얘기해주셔서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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