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한 우리 남편이 왜 저러지?"... 치매가 부른 슬픈 본능의 습격
도덕적 타락 아닌 '고장 난 뇌'의 신호... 보호자를 위한 돌발 성행동 대처 가이드

알츠하이머 환자가 보이는 부적절한 성적 행동은 보호자와 가족에게 형언할 수 없는 당혹감과 깊은 슬픔을 안겨주곤 한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러한 변화를 개인의 도덕적 타락이 아닌 인지 기능을 담당하는 뇌 부위의 손상으로 인해 발생하는 질병의 한 증상으로 이해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환자의 존엄성을 지키면서도 보호자의 안전과 평온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질병의 생물학적 원인을 파악하고 그에 따른 체계적인 대응이 필요하다.
26일(현지 시각) 미국 건강전문매체 웹엠디에 따르면, 알츠하이머 환자의 성적 행동 변화는 본능과 사회적 규범을 조절하는 전두엽 기능이 저하되면서 나타나는 전형적인 증상 중 하나다. 환자들은 인지 기능이 낮아지면서 자신의 행동이 부적절하다는 사회적 맥락을 파악하는 능력을 상실하게 된다. 이로 인해 낯선 이에게 신체 접촉을 시도하거나 공공장소에서 옷을 벗는 등의 돌발 행동을 보일 수 있는데, 이는 의도적인 가해라기보다 뇌의 생물학적 변화에 따른 억제력 상실로 수용해야 한다.
이러한 행동의 이면에는 단순한 성적 욕구 외에도 복합적인 원인이 숨어 있을 수 있다. 때로는 옷이 몸에 끼거나 온도가 너무 높아 신체적 불편함을 느낄 때 옷을 벗으려 하는 행동이 성적 노출로 오해받기도 한다. 또한 극심한 외로움이나 정서적 교감에 대한 갈망이 성적인 방식으로 왜곡되어 표출되기도 하며 요로감염으로 인한 통증이나 특정 약물의 부작용이 공격성 및 성적 충동을 유발하는 경우도 있다. 따라서 보호자는 환자의 행동을 꾸짖기 전에 신체적 통증이나 환경적 불편함이 없는지 우선적으로 점검해야 한다.
돌발 상황이 발생했을 때 보호자가 취해야 할 가장 핵심적인 태도는 침착함이다. 공공장소에서 노출이나 자위행위를 할 경우 비난하거나 화를 내기보다는 즉시 담요 등으로 가려주고 사적인 공간으로 정중히 안내해야 한다. 이때 "여기서는 안 돼요"라고 부드럽지만 명확하게 말하되, 평소 좋아하는 간식을 주거나 다른 화제로 관심을 돌리는 주의 전환 기법을 사용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타인에게 부적절한 접촉을 시도할 때는 손을 잡거나 가벼운 마사지, 포옹 등 사회적으로 허용되는 수준의 비성적 애정 표현을 일상화하여 환자의 신체 접촉 욕구를 건강하게 충족시켜 주는 전략이 필요하다. 또한 배우자에게 과도한 성적 요구를 하는 경우 보호자는 자신의 의사에 반하는 요구를 거절할 정당한 권리가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단호하면서도 환자의 존엄을 해치지 않는 태도로 거부 의사를 밝히고 함께 산책을 하거나 사진첩을 보는 등 정서적 유대감을 강화하는 활동으로 유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증상 예방을 위해서는 생활 환경의 급격한 변화를 피하고 보드게임, 음악 감상 등 생산적인 취미 활동을 통해 환자의 지루함을 달래주는 것이 좋다. 만약 환자가 거절에 대해 폭력적인 반응을 보인다면 보호자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여 거리를 두고 즉시 전문 의료진과 상담하여 약물 조정 등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치매 돌봄은 보호자의 심리적 건강이 전제되어야 하는 긴 여정인 만큼, 환자의 행동을 질병의 일부로 받아들이되 보호자 스스로를 보호하는 지혜가 요구된다.
박주원 soxak@soxa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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