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V와 AIDS 차이?…필리핀은 지금 ‘HIV 전쟁 중’

필리핀에서 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HIV) 감염이 급격히 증가하면서 국가 공중보건 비상사태 선포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10대와 20대 사이에서의 감염이 급속히 확산되고 있어 보건 당국의 경고 수위가 높아지고 있다.
5일(현지시각) 필리핀 매체 필리핀스타와 인콰이어러, 중국 관영 신화통신에 따르면 필리핀 보건부는 올해 1월부터 4월까지 신규 HIV 감염 사례가 6703건으로 집계됐다고 발표했다. 이는 하루 평균 56명 수준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44% 급증한 수치다. 테오도로 허보사 보건부 장관은 "필리핀은 서태평양 지역에서 HIV 감염 증가 속도가 가장 빠른 국가"라고 밝혔다.
◆ 청년층 감염자 5배 폭증…엠폭스보다 HIV가 더 큰 위협
허보사 장관은 “현재 필리핀에서 가장 큰 보건 위협은 엠폭스가 아니라 HIV”라며 국가 공중보건 비상사태 선포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필리핀에서 마지막으로 공중보건 비상사태가 선포된 사례는 코로나19 팬데믹 당시로 2020년 3월부터 2023년 7월까지였다. 이러한 선포는 대통령의 결정으로 이뤄진다.
감염자의 연령대에서도 변화가 감지된다. 허보사 장관은 “신규 감염자 중 상당수가 젊은 층이며 15세에서 25세 사이의 감염 사례는 약 500% 증가했다”고 밝혔다. HIV 감염과 후천성면역결핍증(AIDS)으로 인해 올해 1분기에만 145명이 사망한 것으로 확인됐다.
보건부는 감염 사례의 83%가 남성 간 성적 접촉과 관련이 있다고 분석했다. 허보사 장관은 “HIV는 더 이상 사형선고가 아니라 치료가 가능한 감염병”이라며 조기 진단과 예방적 접근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피임기구 사용과 PrEP(노출 전 예방요법) 등을 활용해 안전한 성생활을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 HIV와 AIDS달라... 조기 치료로 평생 건강 유지 가능
HIV는 인간 면역결핍 바이러스로 면역 체계의 핵심 세포인 CD4 T세포를 공격해 방어 능력을 약화시킨다. 감염 이후 증상이 나타나지 않는 경우도 있지만 치료 없이 방치하면 AIDS로 발전할 수 있다. AIDS는 HIV의 말기 단계로 면역 체계가 무너져 각종 기회 감염에 취약해지는 상태다. 이 단계에서는 체중 감소와 지속적인 설사, 염증성 궤양, 폐렴 등 다양한 증상이 동반된다.
HIV 감염은 혈액, 정액, 질 분비물, 모유 등을 통해 전파되며 주로 성적 접촉이나 주사기 공동 사용이 주요 감염 경로다. HIV 진단은 혈액이나 타액 검사를 통해 이뤄지며, 최근에는 자가 검사 키트를 통해 집에서도 확인이 가능하다.
현재 치료는 항레트로바이러스 치료제(ART)를 통해 바이러스 수치를 낮춰 면역 체계를 보호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대부분의 환자는 치료 시작 후 6개월 이내에 바이러스 수치가 ‘검출 불가’ 수준으로 안정된다. 감염자도 정기적인 치료를 받으면 정상적인 삶을 유지할 수 있으며 성생활이나 출산도 안전하게 가능하다.
HIV 감염 예방을 위해서는 ▲콘돔 사용 ▲PrEP 복용 ▲주사기 공유 금지 등 실천이 중요하다. 아직 백신은 상용화되지 않았지만 예방 치료를 통해 감염 위험을 낮출 수 있다.
에디터 soxak@soxa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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