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몰랐던 ‘질’의 진실들

‘질은 성관계를 하면 늘어난다’, ‘냄새가 나면 이상하다’, ‘처녀막은 성경험의 증거다’ 같은 말들은 수많은 여성들이 어릴 때부터 들어온 말들이다. 하지만 이 말들 대부분은 과학적 근거가 없으며 오히려 여성들이 자신의 몸을 부정적으로 인식하게 만드는 요인이 되었다. 여성 생식기에 대한 잘못된 정보는 ▲성교육의 부재 ▲문화적 편견 ▲성적 낙인 등과 맞물려 오랫동안 사실처럼 받아들여져 왔다. 그러나 최근에는 질과 외음부의 구조적 차이부터 오르가즘의 메커니즘까지 다양한 의학적 근거가 공개되면서 이러한 속설이 하나씩 깨지고 있다.
질과 외음부는 다르다
질은 자궁경부에서 외부로 연결된 근육성 통로로 약 7~15cm 길이를 가지며, 외음부는 질 입구를 포함해 대음순과 소음순 클리토리스 요도 등의 부위를 포괄하는 개념이다. 이 둘의 구분을 아는 것은 자신의 몸에 대한 이해뿐 아니라 파트너와의 성적 의사소통에서도 도움이 된다. 일상에서는 두 개념이 혼용되지만 본질적으로는 다른 구조다.
오르가즘에 있어서도 오해는 존재한다. 대부분의 여성은 삽입만으로 오르가즘을 느끼지 않는다. 연구에 따르면 삽입만으로 절정을 경험하는 여성은 약 18%에 불과하다. 대부분은 클리토리스의 자극이 핵심이며 클리토리스와 질이 동시에 자극될 때 복합 오르가즘을 느낄 수 있다.
숨겨진 신체의 진실
클리토리스는 단순한 점이 아니다. 2009년 프랑스 연구진이 발표한 3D 모델에 따르면 클리토리스는 전체 길이가 약 10cm에 달하고 네 갈래로 뻗은 구조를 갖고 있다. 여기에 약 8000개의 신경말단이 집중되어 있어 페니스보다 두 배 이상 민감한 부위로 확인된다. 클리토리스를 단순한 부속 기관으로 여겨온 기존의 인식은 과학적 사실에 의해 재정립되고 있다.
‘G스팟’이나 ‘A스팟’ 같은 성적 자극 부위도 재조명되고 있다. 2017년 연구에서는 삽입만으로 오르가즘을 느끼는 여성이 25%에 그쳤으며 G스팟의 존재에 확신을 내리기 어려웠다. 반면 1997년 보고된 A스팟 연구에서는 참가자의 15%가 자극만으로 오르가즘에 도달했다고 한다.
출산 시 질이 찢어지는 것도 이상한 일이 아니다. 전체 질식 분만의 79%에서 찢어지거나 절개가 발생하지만 이는 몸이 자연스럽게 회복할 수 있는 과정이다. 질은 혈류가 풍부해 다른 부위보다 회복 속도가 빠르며 치료도 가능하다.
한편 질에서 나는 냄새는 감염이 아닌 건강한 미생물 활동의 결과일 수 있다. 일반적인 산도 유지 과정에서 발생하는 냄새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며 특별히 강한 냄새나 변화가 있을 때만 의사의 상담이 필요하다.
또한 질을 가진 사람이 모두 여성은 아니다. 트랜스 남성이나 논바이너리 등 다양한 성 정체성을 가진 사람들도 질을 가질 수 있어 외형만으로 성별을 판단하는 것은 정확하지 않다. 처녀막에 대한 통념도 오해다. 성경험 외에도 자전거 타기나 탐폰 사용 등으로 찢어질 수 있으며 반드시 출혈이 있는 것도 아니다. ‘체리’처럼 묘사하는 표현은 왜곡된 인식을 강화할 수 있어 사용을 지양해야 한다.
한편, 잘못된 정보는 몸에 대한 불필요한 수치심을 만들고 건강한 성의식을 방해한다. 자신의 몸을 있는 그대로 이해하고 존중하는 것이 올바른 성 지식의 시작이다.
에디터 soxak@soxa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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